김해숙 "'도둑들' 천만 예감 좋다..매일 검색"(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8.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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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국민엄마'라는 수식어를 앞에 단 배우 중에서 김해숙처럼 스크린에서 다양한 변신을 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김해숙은 '박쥐'에서 눈동자와 손가락 하나만으로 연기를 하더니 '친정엄마'에서 딸과 다투고 급기야 '도둑들'에선 도둑질에 러브신까지 소화했다.

올해 나이 쉰여덟. 김해숙은 아직도 "내 안에 보여줄 여자가 많다"고 했다.


김해숙은 '도둑들'에서 거짓연기 전문인 '씹던 껌'이란 배역을 맡았다. 세월에 울고, 남자에 울고, 가족에 운 여인이지만 고목에 꽃 피듯 마지막 도둑질에서 영화 같은 사랑을 한다.

김해숙은 '도둑들'에서 전지현, 김혜수는 그들만의 매력이 있고, 자신에겐 연륜의 매력이 있다며 후배들에 대한 경쟁과 애정, 그것을 아우르는 배우로서의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도둑들' 기세가 심상치 않은데. 천만영화가 될 것 같나.


▶주위에서 천만영화에 대한 기대가 많으니 오히려 조심스럽다. 그래도 아침에 눈 뜨면 매일 검색하는 게 일과가 됐다. 예감이 좋은 게 어제 일하러 나가는 데 60대인 수위 아저씨가 '도둑들'을 봤다고 하시더라.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는 분이 그러시는 걸 보니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피부로 실감하는 게 또 있나.

▶영화 배역대로 '씹던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내 이름보다 작품 속 이름으로 이렇게 부르는 건 처음이다. 깜짝깜짝 놀란다.

-'박쥐' 때 엄마를 하더라도 다른 엄마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엄마도 아닌 여인인데.

▶정말 놀랐다. 최동훈 감독이 내 안의 뭔가를 끄집어 내줬다. 나도 내 안에 '씹던껌'이 있는 줄 몰랐다. '도둑들'이 캐스팅되기 전에 우연히 최동훈 감독을 만나 왜 남자배우는 나이를 먹어도 근사한 역을 시켜주는데 여자배우들은 안 시켜주냐고 했었다. 여자도 도둑질 잘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나중에 선물처럼 이 역할이 다가왔다.

-살도 빼고, 일본어도 공부했는데.

▶최동훈 감독과 첫 미팅 때 어떻게 해야할지 의욕에 불타있었는데 '도둑질을 하려면 몸이 날렵해야 하겠죠'라고 하더라. 9㎏을 뺐다. 옷도 사고 자신감이 넘쳤는데 화면에는 티가 하나도 안나더라.(웃음) 일본어는 임달화가 내한했을 때 같이 선생님한테 배웠다. 임달화는 따로 중국에서도 일본어 선생님한테 배웠다고 하더라. 정말 대단한 배우다.

-임달화와 러브신도 찍었는데. 한국영화에 오십이 넘은 여배우가 그런 러브신을 갖는 건 보기 드문 일인데.

▶임달화가 상대역이라고 해서 네이버에서 사진을 검색해봤다. 나와 나이도 같은데 세월이 지났으니 늙었겠지 했는데 정말 아직도 너무 멋있더라. 흥분되더라. 50대의 사랑이란 게 잘못하면 사랑답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걱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50대 사랑이 짧지만 불꽃 같이 나오질 않나. 딸이 VIP시사에 친구와 같이 왔는데 당연히 김수현 팬 아니었겠나. 그런데 영화를 보더니 임달화 팬이 되더라. 사실 임달화와 같이 침대에 들어가는 장면만 보여줬는데 아쉽다.(웃음) 더 찐하게 할 수도 있었는데. 살도 다 빼고 벗을 준비도 끝내지 않았나.(웃음) 키스신도 이런 딥키스신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영화 대사처럼 10여년 만인가. 그래서 나를 최동훈 감독이 썼나보다.(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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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출연배우들이 쟁쟁했는데.

▶보통 부담스럽지 않았다. 대단한 배우들이 모였는데 나이 많은 내가 기대에 못미치고 제 몫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도 한 축을 톡톡히 해냈는데.

▶도전과 욕심이란 말은 쉽지만 아주 무거운 말이다. 그렇게 계속 할 수 있는 게 내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지만 늘 도전하려고 욕심을 냈다. 이제야 결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배우로서 희열을 느낀다.

-김혜수와 전지현, 매력덩어리인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도 있었나.

▶애들이 워낙 예쁘니깐 경쟁은 아니더라도 속마음은 내가 20년만 젊었어도 '다 죽었어'였다. (웃음) 나는 그들이 될 수 없고, 그들 역시 내 나이 때야 할 수 있는 관록 같은 걸 할 수 없다. 세월의 연륜, 관록이 주는 그런 아름다움이 있다고 자부한다. 이번 영화는 변신보다는 엄마 역이 아니어서 좋았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니었다. 처음으로 여배우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후배지만 대단하다고 느낀 게 있었나.

▶김윤석은 워낙 좋아하는 배우지만 인간적으로도 훌륭하다. 김혜수도 배려가 워낙 좋고. 다들 톱스타지만 누구도 그런 티를 안냈다. 홍콩, 마카오에서 촬영했을 때 자기 촬영이 없으면 미리 음식을 준비해놓고 있다가 끝나면 함께 먹었다. 얼마나 행복했던지. 먼저 촬영이 끝나고 남해에서 '고봉실 아줌마'를 찍는데 한달간 울었다. 너무 배우들이 보고 싶어서 우울증도 걸렸고.

-아직도 '도둑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은데.

▶그렇다. 아직도 임달화와 그 사랑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좀 더 간직하고 싶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려면 그 사랑과 다른 이야기여야 할 것 같다. 아직도 내 안에는 '씹던껌'처럼 다른 여자가 수없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 여자들을 다 찾을 때까지, 아마도 그날이 내가 배우를 그만두는 날이겠지만, 그 때까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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