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이병헌 "웃겨서 의외? 원래 이런 남자!"(인터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9.05 17:37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이병헌 ⓒ홍봉진 기자 honggga@


이병헌(42)이 웃긴다. 이병헌이 울린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이하 '광해')는 배우 이병헌을 다시 보게 하는 작품이다. 여심을 흔드는 그의 목소리, 압도적인 카리스마야 두말할 나위가 있으랴. 그러나 '광해'는 이미 아시아의 '뵨사마'요, 할리우드로 간 월드스타인 이병헌이 얼마나 연기 잘 하는 배우인지, 그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새삼 실감케 한다.


때는 조선 광해군 8년, 영화는 '광해군실록'에 기록된 한 줄에서 시작한다. "숨겨야 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이르다." 왕과 똑같이 닮은 광대 하선이 역사가 지워놓은 문제의 15일간 왕의 대역을 했다는 게 '광해'의 상상력이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는 물론이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카게무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까지…. 여러 테마가 '광해'에 녹아 있지만 영화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특히 잔혹한 폭군이자 시대를 앞서간 개혁군주로 평가받는 왕 광해의 양면이 이병헌의 1인2역에 담겼다. 극과 극에서 출발한 왕 광해와 천민 하선이 이윽고 합일하는 순간의 짜릿함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카리스마와 남성미의 현신이나 다름없던 최근작 속 이병헌과 "웃겨서" 이민정을 사로잡았다는 유쾌하고도 푸근한 남자 이병헌이 '광해'에 함께 있다. 매력적이고 매혹적이다.


-'광해' 반응이 몹시 좋다.

▶기분 좋다. 어제는 일반 시사회가 열렸기에 몰래 갔다. 끝나고 무대인사도 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꽉 찬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니까 그 기분도 좋았다.

-전작이 '악마를 보았다'였던 걸 생각하면 너무 다른 변화였다. 이병헌이 코미디도 이렇게 잘 했나 싶더라.

▶장르가 달라진 것보다 코믹한 부분이 자칫 너무 넘칠까봐 고민했다. 오버한 코미디 연기로 보실 것 같아서. 도를 넘으면 쓴웃음을 짓게 하지 않나. 감독님도 드라마를 중요시하셨고, 함께 수위를 계속 조절하면서 촬영해갔다.

제 안에 '아이리스'나 '달콤한 인생'보다는 그런 모습이 더 많을 수 있다. 의외라는 반응은 대개 젊은 분들일 거다. 오래되긴 했지만 '내일은 사랑' 시절부터 그런 코믹하고 유쾌한 면이 있었다. 지난 몇 년간 비밀 요원이라든지 만들어진 남성적 카리스마가 내 이미지가 돼서 그렇지. 평소 코미디도 즐긴다. 한 번 생각하고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매화틀'(왕이 쓰는 실내용 화장실) 장면에서는 정말 '빵' 터졌다. 민망하진 않았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장면이 내가 이 영화를 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읽으면서도 빵 터졌다. 배우가 읽으며 터지는 건 관객도 빵 터진다. 분명 재밌어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소리도 나고 그러지만 대사들이 너무 좋다. 다급한 상황에서 '똥 싸야 되니까 빨리 나가라고~' 하는 그 뉴앙스들이.(웃음)

-'광해'는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비슷한 테마였는데도 먼저 개봉 시기를 내주고 예정대로 추석에 개봉한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나.

▶자신감이 아니라 그 시기가 이 영화에 맞다고 생각했다. 다른 영화를 의식한 게 아니다. 추석 연휴는 관객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흥행을 생각하면 놓치기 힘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 보기에 어울리기도 하고.

-1인2역이 큰 화제다. 배우로서도 큰 도전 아니었나.

▶부담은 이런 거다. 배우는 영화를 할 때 그 캐릭터에 젖어들려고 노력한다. 1인2역은 번갈아 연기를 해야 하니까 기술적인 측면이 필요하다. 광해가 폭군이자 시대를 앞선 왕으로 재조명되듯 영화상의 광해와 하선이 합쳐진 모습이 바로 광해가 아닐까 생각했다. 분할해서 많은 인물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니 선이 잡히는 느낌이더라.

image
배우 이병헌 ⓒ홍봉진 기자 honggga@


-그걸 순서대로 안 찍었다는 게 대단하다.

▶원래 시나리오를 현장에서 많이 보는 편이 아니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항상 대본을 다시 봤다. 변화는 과정을 다시 봐야 '여기는 이 정도 수위면 적당하겠구나' 그런 걸 계속 체크해야만 했다. 그런 어려움이 있더라.

-새삼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걸 실감했다.

▶이 영화로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겠다는 기대는 안 했다. 정말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너무 즐겨서 해서 그런가. 없는 걸 막 창조해내서 쥐어짜기보다는 푹 빠져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저를 보신 분들은 '드디어 쟤가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하지 않으실까. '연기 잘 하시는지 몰랐어요' 그러는 분들도 봤다. 속으로 우이씨….(웃음) 기분이 굉장히 좋다.

-'광해'는 대선을 앞둔 시기에 정치적 메시지로도 읽힌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나는 정치를 정말 모르지만 시류를 타고 화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파와는 상관없이 '광해'는 누가 됐든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뭔가 하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미국 활동으로도 바쁘다. 곧 '레드2' 촬영하러 미국으로 다시 떠나는데, 이제 좀 그런 생활에 익숙해졌나.

▶'지 아이 조1' 찍을 때보다 2편 찍을 때 좀 익숙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한국보다 불편하다. 시스템 등등은 합리적이고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가 있으면 나 혼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외로움도 있고. 그게 내 식구가 없고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이 선택을 잘 한 것인지 고민을 계속 하는 괴로움인 거다. 물론 1편 찍을 때의 괴로움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당시 응원도 컸고 긍정적이었는데, 그렇게 고민이었나. 영화 반응도 좋았다.

▶그래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개봉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욕을 먹으려나 생각만 했다. '되도록 조금 먹었으면 좋겠다' 그랬다. 결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거의 20년을 연기했는데, 그걸 따라주고 믿어줬던 팬들 앞에서 하얀 복면을 쓰고 쌍칼을 들고 막 날아다니며 싸우면 박수 쳐 줄 이가 몇이나 있을까 하는 고민. '할리우드가 그렇게 좋아?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는 시각으로 볼 수도 있었으니까.

image
배우 이병헌 ⓒ홍봉진 기자 honggga@


-새로 찍는 '레드2'에선 어떤가.

▶너무 재밌다. 거기선 멋있게 나온다. 웃기기도 하다. '광해'에서는 캐릭터가 웃기지 않나. '레드2'에서는 캐릭터는 세고 무서운데 상황이 웃긴다. 그래서 캐릭터도 약간 우스운 캐릭터가 되고 마는 느낌이랄까.

-최근 미디어데이에서 스스럼없이 여자친구 이민정 이야기를 해서 의외였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왔구나 했다.

▶그렇다기보다는 이미 공개된 건데 어렵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싶었다. 다만 '광해'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몇 백 명이 있고, 프로모션 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나 하나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한 것이 빛이 바래면 안되니까 그 책임감이 어마어마했다. 좀 미안하긴 하다.

-여자친구 자랑이며 매력 포인트는 이미 밝혔으니, 이민정이 빠진 본인의 매력을 얘기해 달라.

▶그걸 내 입으로 어떻게 얘기하나.

-그래도 들은 얘기가 있을 텐데.

▶너무 많은데.(웃음) 그런 이야기는 한다. 웃겨서 좋다고. 더 있지만 얘기하기에는 좀, 오그라든다.(웃음)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