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착한여자 콤플렉스로 은퇴 고민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11.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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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박하선은 착한 여자였다. 착하디착한, 모범생 같은 이미지. 데뷔시절부터 쌓아온 착한 여자 이미지 절정은 MBC 드라마 '동이'였다. 정숙하고 단아한 인현왕후.

박하선은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그런 이미지에 갇혀버린 스스로를 벗어던지고 싶었다. 전수일 감독의 '영도다리'는 비록 많은 사람들은 보지 못했지만 착한 박하선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프랑스로 입양된 아이를 찾아 나선 19세 미혼모의 이야기.


포털사이트에는 박하선 노출이라는 연관검색어로 '영도다리'가 따라붙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것을 박하선에 남겼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박하선에겐 또 다른 터닝 포인트였다. 착하고 맹해 보이지만 엉뚱함이 넘치는 박선생. 박하선에게 '영도다리'와 '하이킥'이 연관검색어로 같이 따라다니는 건 두 작품이 그만큼 그녀에게 짙은 영향을 줬다는 뜻이기도 하다.

29일 개봉하는 '음치 클리닉'은 어쩌면 '하이킥'의 박하선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음치 클리닉'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노래 한 곡을 제대로 부르기 위해 음치 클리닉을 다니는 여자의 이야기. 뻔한 코미디지만 뻔하게 다가오지는 않는 건 박하선의 공이 크다.


'음치 클리닉'은 박하선에게 또 다른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인가. 어쨌든 상업영화 첫 주연작이다.

-'음치 클리닉'에서 모습은 '하이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 모습에 털털하고 건어물녀 같은 느낌을 추가했다. '하이킥'에서 사랑스러우면서도 욱하는 여자 모습이 있었다면 '음치 클리닉'에선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담으려했다. 사실 '하이킥' 찍으면서 여자팬들이 다 떨어졌다.(웃음)

-'하이킥' 끝나고 다른 영화 제의도 많이 받았을텐데 '음치 클리닉'을 선택한 이유는.

▶코미디 장르를 하면서 나도 그렇고, 사람들도 즐겁게 하고 싶었다. 힐링이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이킥'을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지친 것 같은데.

▶'하이킥'은 너무 감사드리는 작품이다. 그래도 체력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일주일에 3번은 밤을 세는 시스템이었다. 처음 3개월은 활기는 넘쳤지만 그 다음에는 도저히 체력적으로 안되더라. 그런데 내가 고통스러울 수록 사람들은 좋아하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웃던 애가 안 웃으면 사람들이 오해 하는 것 같더라. 뭐가 그리 힘들어, 너만 힘드나, 이런 이야기들. 많이 아팠다.

-'음치 클리닉'이 힐링이란 이야기는 그런 고민들의 연장선상이었나.

▶못할 것 같으면서 하고 싶은 작품이 있고, 잘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전자고, '음치 클리닉'은 후자다. '동의' 때부터 이 작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출연했었다. 착하고 밋밋한 역할들만 연기해야 하는 내가 싫었다. 그래서 그런 이미지의 정점을 찍고 그만두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고민들이 힐링을 원하게 했던 것도 같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었나.

▶그랬다. 내가 데뷔했을 때 문근영이 핫이슈였다. 당시 소속사에서 너는 늘 착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었다. 그 뒤론 내가 마치 인형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착하게만 살아야 한다고 갇혀 있다 보니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느껴지더라. 8개월을 쉬다가 '영도다리'를 하게 됐다. 그것도 나를 찾을 게 아니라 내가 찾아갔다. 독립영화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힘들었지만 뭔가 달랐다. 더 노출을 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노출 까짓것 어려운 건 없다. 하지만 '영도다리'는 15세 이상이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들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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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영도다리'와 '하이킥'은 박하선에게 고민과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낸 작품들이었다. '음치 클리닉'은?

▶나만 즐거우면 된다에서 나도 즐겁고 싶다로, 다시 내가 즐겨야 한다로 이어진 것 같다. '음치 클리닉'은 나도 즐기면서 할 때 정말 일이 즐겁다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다.

-'음치 클리닉'에서 매력은 발산하지만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나.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동의'와 '하이킥' 중간 즈음의 모습을 담은 역할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렇다면 털털한 모습의 끝판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다. 노래는 원래 잘 못하니 어렵지는 않았다.

-상대역인 윤상현이 사심이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하던데.

▶에이, 나는 전혀 관심 없다.(웃음) 윤상현 오빠는 내가 처음부터 자기과라고 생각했었다.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부딪혔다. 상현 오빠가 애드리브를 하면 내가 안받아주고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오히려 영화에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상현 오빠도 내가 왜 어린애가 싸우고 있냐고 반성했다더라.(웃음)

-결과적으론 중심을 잘 잡아준 것 같다. '음치 클리닉'으로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짝사랑의 느낌이랄까. 성인이 되서 짝사랑을 처음 경험해봤다. 먼저 고백했는데 잘 안됐다. 노래가사가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다 해봤다. 비오는 날 비를 맞고 걸어보기도 했고. 혼자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다 울기도 했고. 술 먹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하소연하기도 했다. 또 여자들이란 다이어트로 고민하면서도 늘 먹는다. 그런 모습들을 담고 싶었다. 촬영현장에 늦게 자고 부은 얼굴로 일부러 나가기도 했다.

-짝사랑은 언제쯤이었나.

▶'하이킥' 하기 직전. 그러니 '하이킥' 초반 3개월은 얼마나 미친 듯이 했겠나.(웃음)

-이제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나.

▶불안은 늘 있다. 그래도 연기를 계속 해도 굶어죽진 않겠구나란 생각을 갖게 됐다. 어느 날 아기를 낳고 평범하게 살다가 TV를 보면서 후회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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