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19·강우석의 19, '전설'은 바운스바운스①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4.23 09:31 / 조회 : 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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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강우석.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그러니깐 2004년 11월 말의 어느 날이었다. 예술의 전당으로 왕을 알현하러 갔다. '가왕' 조용필이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중학교 시절 난생 처음으로 한국가수 앨범을 조용필 LP로 샀던 기자의 심장은 '바운스 바운스'였다.

왕은 대중음악사에 남기고 있는 족적에 비해 턱없이 겸손했다. "슈퍼스타나 국민가수라는 칭호는 부담스러울 뿐"이라며 "가수 조용필 하면 끝난다"고 했다. 어느 순간 일본을 본 따 가수에게 아티스트라는 칭호를 붙이는 요즘 세태를 떠올리면 그 때 조용필이 그저 가수라고 하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큰 울림인지 뒤돌아보게 된다.

조용필은 그 전해 아내를 바람 속으로 떠나보냈다. 덩그러니 남은 집에 혼자 머물게 된 삶이 스산해지기도 했을 법하지만 "늘 곁에 있던 사람이 없어졌으니 많이 그립지. 하지만 그래서 더 일에 매달려.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다음 무대를 기획하고 그러면서 살고 있어"라고 허공을 응시하듯 말했다.

당시 나이 쉰다섯. 지천명을 훌쩍 넘긴 조용필이 콘서트에서 부를 노래는 얼추 따져도 40여곡이 넘었다. 힘들 법도 하건만 "늘 하던 일이니깐"이라며 씩 웃어넘겼다.

일이니깐. 일로 아픔을 잊고, 일로 사람을 만나고, 일로 힘듦을 견뎌내는. 일이 기쁨이자 일이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그 때는 몰랐다. 그는 그래서 진행하는 전설이었다.

지난해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영화계 또 다른 전설을 만나러 갔다. 강우석 감독이 술이나 한 잔 하자며 연락이 왔다. 몇몇 지인들과 고기를 굽고 술이 한 순배 돌았다. "유준상이 '전설의 주먹' 찍다가 다쳐서 고생 좀 했겠다"고 했더니 그의 눈이 살짝 불거졌다.

강우석 감독은 "기사는 조금 다친 걸로 났지만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다"며 "내가 이렇게 사람을 큰 일 나게 하면서 영화를 찍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우석 감독은 그러면서도 아픈 사람 불러서 5시간 영화를 더 찍었다.

마침내 기절한 유준상이 정두홍 무술감독 손을 붙잡고 "우리애들에게 아빠는 용감했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는 걸 듣고야 말았다. 감독은 그렇게 독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법인 것 같았다.

돌연 강우석 감독이 '전설의 주먹'을 내년 4월에 개봉시키겠다고 했다. '오블리비언' '아이언맨3' 같은 할리우드 영화와 맞붙겠다는 것이다. 말렸다. 5월에 큰 영화들이 없으니 가족영화로 포장해 편하게 가시라 했다. 아니라고 했다. 한국영화랑 맞붙어 피해주는 게 싫지 자기는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렸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냐고 했다.

강우석 감독은 특유의 뚝심 있는 얼굴로 "CJ에도 아직 이야기 안했다"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 날 몇몇 언론에서 내년 4월에 '전설의 주먹'이 개봉한다는 기사가 났다. CJ E&M 담당직원 몇명이 간부들에게 불려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호통을 들었다는 뒷이야기가 표표히 전해졌다. 그해 강우석의 나이는 쉰둘이었다.

올해 예순 셋과 쉰 셋, 꼭 열 살 차이나는 두 전설은 그렇게 달랐다. 아니 강우석은 길은 다르지만 조용필의 쉰다섯으로 달려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쉰이 쉬었다가는 나이가 아니라 쉬어터진 나이가 아니라 달려가는 나이로 생각했던 것 같다.

조용필과 강우석이 올해 나란히 19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그렇다. 작품이다. 조용필은 19번째 앨범 '헬로'를 발표했다. 앞서 공개한 수록곡 ''바운스'(Bounce)는 글로벌 가수 싸이의 '젠틀맨'을 제치고 음원차트 1위를 모두 석권했다. 단지 석권만 한 게 아니다. '바운스'는 이 노래가 예순 셋이 부르는 노래인가 싶을 정도로 젊었다. 록에서 시작해 발라드 트로트 팝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던 가왕은 또 다시 한 걸음 더 나갔다. 대중에 영합한 노래가 아니다. 가왕은 새로운 시도를 했고, 대중은 열광했다.

강우석 감독은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을 지난 10일 개봉시켰다. 100만명이 넘게 관람했지만 예상보다 저조해 아쉬움을 남긴다. 시대의 흐름일까. 아니다. 그는 어려움을 선택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의외지만 2시간 33분이나 되는 영화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나 '글로브' 등 전작들이 너무 괴로워서 초심으로 돌아가 '전설의 주먹'을 재밌는 영화로 만들었다고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기만 한 건 아니다. '전설의 주먹'에는 그의 18번의 내공, 특히 '이끼'와 '글로브'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웃고픈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요즘, 대중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웃고 우는 재밌는 영화를 만들었다.

강우석 감독은 40대 가장이라면 체감했을 일이 주는 무게감을 재미있게, 딱 강우석 스럽게 풀었다. 이제 그의 영화는 감독 이름을 몰라도 강우석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는 인장이 찍힌다.

전설은 계속돼야 한다. 조용필은 23일 프리미어 쇼케이스를 열고, 5월31일부터 전국투어 콘서트 막을 올린다. 강우석은 '전설의 주먹'에 총력을 기울이며 다음 영화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앨범은 추억을 담아서 앨범일까? 아니면 그 추억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가기 위해 앨범일까? 그래서 레코드는 기억이란 뜻일 것이다. 강우석은 '전설의 주먹'에서 당신의 전설은 언제냐고 묻는다. 과거를 전설로 추억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전설을 쓰자고 말한다.

조용필에게 음악의 종착점이 어디쯤일 것 같냐고 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하다보면 하고 싶은 게 있기 마련이다. 지금도 다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진행과정이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나는 스스로를 최고봉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쪽에 최고봉이 어디있냐. 인기라는 게 영원한 것도 아니고. 오래했으니 베테랑이라면 몰라도"라고 했다.

당신들은 스스로를 베테랑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당신들은 전설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그래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심장이 '바운스바운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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