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 4회만에 벌써 30곡+α..오늘은 또 어떤 노래?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1.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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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사진=tvN 방송화면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1994'의 미덕은 노래다. 94년 많은 이들이 좋아했거나 들어봤을 노래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그 예상못했던 쾌감. 지난 26일 제4화 방송까지 얼추 국내 가요만 따져봐도 30곡이 넘는다. 이 노래들이 부지불식간에 환기시켜준 그 반가움 내지 기억력의 회복이란. 무라카미 하루키가 역시 옳다. 추억을 되돌리기에는 청각이 가장 효과적인 것. 예전 '응답하라 1997'의 오프닝 타이틀곡으로 사용됐던 벅의 '맨발의 청춘'을 들으며 TV 앞에 다가 앉았던 응칠팬들, 이번에도 다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번주 5회, 6회 '응사'는 또 어떤 노래들을 기습적으로 들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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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서울사람편


기대속에 첫방을 내보낸 '응사'의 오프닝 타이틀곡은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 룰라의 '백일째 만남', 김건모의 '핑계', 김민교의 '마지막 승부' 등 경쟁작(?)을 물리치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로 낙점됐다. 하지만 93년 6월 나왔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2집 타이틀곡이 '응사' 오프닝으로 쓰인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 참고로 1994년 골든디스크 본상에 오른 곡은 3집(94년 8월 발매) 타이틀곡 '발해를 꿈꾸며'였다.

'응사'에는 꼭 1994년에 인기를 끌었던 곡만 나오는 게 아니다. 나정(고아라)이 결혼식을 올린 2002년(6월22일)에 유행했던 노래가 1회에 등장했으니 바로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다. 2013년의 나정이 2002년 결혼식을 비디오테이프로 돌려보며 "나 대가리에 뭐 쓴 거니?"라며 화들짝 놀랬을 때 '난 사랑에 빠졌죠'가 나왔다. 97년 '하늘색 꿈'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박지윤의 2002년 정규 5집 수록곡으로 박진영이 작사했다.

94년에는 역시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 주연의 드라마 '마지막 승부'였고 그 주제가였던 김민교의 '마지막 승부'였다. '응사'도 사실상 94년의 첫 장면에서 이 노래를 썼는데, 성동일 정우 고아라 이일화가 소파에 앉아 '마지막 승부'를 오순도순 보는 장면이다. 자막에 '1994년 2월 신촌하숙'이라 나왔고 이는 시기적으로 옳다. MBC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그 해 1~2월 방송됐다. 김민교는 89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실력파. 노래 '마지막 승부'는 이해 한국DJ클럽 주간차트에서 최고 4위(3월 다섯째주)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94년 최고 히트곡이라 할 김건모의 '핑계'는 성동일과 정우가 집 노래방 기계 앞에서 목청껏 노래부르는 장면에서 간접 등장했다. 93년 11월 발매된 김건모 2집 타이틀곡 '핑계'는 1월 셋째주 한국DJ클럽 차트에서 1위에 오른 이후 무려 10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이해 골든디스크 대상, MBC 10대가수상 최고인기가요상, KBS 가요대상 대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응사' 1회에서 가장 시청자 가슴에 다가왔던 노래는 장철웅의 '서울 이곳은'. 당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서울의 달' 주제가였던 이 노래는 서울에 상경한 지방 출신들의 낯설음과 소외감, 고단함을 매우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 이 노래만큼 신촌하숙을 찾으러 어렵게 어렵게 전철을 갈아타고 택시까지 탄 삼천포(김성균)의 노곤함과 불안을 잘 설명해준 노래가 있을까. 앞서 삼천포가 그레이스 백화점을 찾느라 신촌역에서 우왕좌왕할 때는 로이킴이 리메이크한 '서울 이곳은'이 흘러나왔다.

이밖에 고아라가 늦은 저녁 편의점에서 당시 연세대 농구선수였던 이상민을 기다리는 대목에서는 노이즈의 '너에게 원한건', 삼천포가 끝내 하숙집을 못찾고 어머니랑 통화할 때는 조용필의 '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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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편

4화까지 끝낸 '응사'의 향후 관전포인트는 과연 2013년 나정의 남편 김재준이 누구냐는 것. 하지만 2화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반전이 있었으니 바로 나정보다 5살 많은 의대생 오빠 '쓰레기'(정우)가 친오빠가 아니었다는 것 아닐까. 이 비밀스러운 대목이 밝혀지면서, 그래서 시청자들 목구멍을 뜨겁게 달구면서 흘러나왔던 노래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였다. '하여가'와 함께 93년 2집에 실렸던 곡이다.

2화 '과팅' 장면도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에피소드.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남학생들이 숙대 '무용과'(?) 여학생들과 호프집에서 단체미팅을 했고, 삼천포와 해태(손호준)가 파트너들과 함께 2차로 KFC에 갔다. 이때 나온 노래들이 김건모의 '어떤 기다림'과 '핑계', 비스킷을 무려 40개나 호기있게 주문했을 때 나온 노래가 룰라의 '100일째 만남'이었다. 94년 7월 룰라의 정규 1집 더블타이틀곡이었던 '100일째 만남'은 김건모의 '핑계', 임종환의 '그냥 걸었어',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과 함께 94년 레게 열풍 한복판에 있던 슈퍼그룹의 슈퍼송이었다.

이밖에 술에 취한 나정이 정우에게 야릇한 눈길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밤'(3집 타이틀곡), 알고보니 결국 정우의 입술을 깨물어버리는 반전에서는 이오공감의 '플란다스의 개'가 나왔다. 왜 나정의 별명이 '파트라슈'인지 '플란다스의 개'를 듣고 비로소 박장대소한 시청자들 진짜 많았다. 이승환 오태호의 듀엣 이오공감이 부른 감미로운 발라드 '플란다스의 개'는 92년 6월 발매됐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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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신인류의 사랑편

지금의 10대, 20대는 전혀 모르거나 가물가물할 '구식 물건' 중 하나가 삐삐다. 물론 94년 당시에는 경찰과 국정원 요원, 기자, 그리고 '신세대'들 중에서도 첨단을 달리던 이들만 사용하던 희귀종이 바로 삐삐였다. 이 추억의 물건에 얽힌 에피소드가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진 부분이 바로 이 제3화다. 음성녹음을 하고,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고 또 녹음을 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귀찮고 복잡한 일들을 어찌 그리 혼신을 다해서, 심지어 설레는 마음으로 했을까 싶을 정도.

어쨌든 의대생 쓰레기가 '모토로라' 초기형 삐삐를 새로 구입하고 녹음할 때 처음 생각한 노래가 팝송 'She's Gone', 이어 티삼스의 '매일매일 기다려'였다. 이 노래는 티삼스가 1987년 제8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불렀던 곡. 쓰레기가 그만큼 당시 최근 유행가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음을 알 수 있게 한 대목이다. 이런 쓰레기에게 나름 분위기있는 최신곡으로 나정이 추천한 노래가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이었다. 이 노래는 1~3집의 성공으로 자신감 팽팽했던 공일오비(장호일 정석원 조형곤)가 93년 발표한 정규 4집 타이틀곡. 정석원이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재즈 감성 물씬 풍기는 세련된 멜로디와, 익숙한 사랑에 지친 연인들의 마음을 쿨하게 표현한 노랫말로 93년 말부터 폭풍같은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모자이크의 '자유시대'는 집에 있던 두 야구인 성동일과 칠봉이(유연석)의 사뭇 진지했던 대화("누구는 투수인 자신의 손을 보호하기 위해 악수도 왼손으로 한단다" etc) 도중에, 넥스트의 '도시인'은 성동일 이일화 부부와 칠봉이, 빙그레(바로)가 차를 타고 잠실로 가던 도중에, 서지원의 '또다른 시작'은 차에서 잠시 내린 칠봉이 그날 마침 재혼식을 가진 어머니 삐삐에 음성녹음을 남길 때, 이승환의 '너를 향한 마음'(91년 2집 타이틀곡)은 엠티를 간 고아라가 어느새 마음 속 한가운데 들어와버린 쓰레기를 그리워하면 혼자 좁은 도로를 거닐 때 흘러나왔다. 역시 '응사'는 OST의 정석, 삽입곡 활용의 좋은예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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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거짓말편

지금이야 '클럽'이라는 말을 쓰지만 93, 94년에는 '록카페'였다. 그러다 차인표의 섹시한 색소폰 한 방(94년 6, 7월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 '재즈카페'가 우후죽숙 95~97년을 휩쓸었고, 그러다 97년 말 IMF 한파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고. 어쨌든 경남 삼천포 출신의 삼천포(김성균)와 전남 순천 출신의 해태(손호준)가 이 록카페에 처절하게 도전한 제4화 에피소드가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안긴다. '스페이스'라는 극중 4층 건물짜리 록카페에서 쾅쾅 들려오는 듀스의 '우리는'과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는 물론 흥겹지만, 두 지방 출신들한테는 서울 사람들이 가진 편견과 속물근성의 한 못된 상징이었다.

록카페 에피소드 다른 한 켠에는 쓰레기의 속깊은 면모와 나정의 속상한 과거가 실타래처럼 펼쳐졌다. 살아있으면 지금 24살일 친오빠 기일날(마침 4월1일 만우절이다!), 일부러 청소하고 밥짓고 집안일에 올인한 나정의 모습에, 그리고 그때 흘러나온 더클래식의 '그녀의 모든 아침'과 공일오비의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에 많은 시청자들은 울컥해야 했다. 여기에 나정이 해맑게 웃던 친오빠가 있는 옛 가족사진을 보며 힘겨워 할 때 흘러나온 신해철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까지. 쓰레기가 나정에게 물개인형베개를 선물한 것은 다름아닌 '내 눈물 모아'(서지원. 96년 2집)서였다. 역시 잘 키운 OST 한 곡이 백마다 대사보다 훨씬 나은 법이다.

그러면 왜 '응사'는 4화를 시작하면서 포미닛의 2013년 히트곡 '이름이 뭐예요'를 사용했을까. 이에 대한 친절한 답변은 4화 막판에서 대놓고 나왔다. 2002년 나정의 결혼식장 신랑신부 팻말에 신랑 이름이 '김재준'으로 등장한 것. 맞다. 제작진은 아예 작정하고 노래 하나하나까지 직소퍼즐의 한 조각으로 미리 준비한 것이다. '응사' 팬들이 매 장면, 매 노래를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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