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④프롬 'Arrival'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2.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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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1집 'Arrival'
프롬의 첫 정규앨범은 사실, 지난 10월 발매되기 전부터 기대가 높았다. 2012년 5월 발표한 데뷔싱글 '사랑 아니었나'가 선굵고 부드러운 보컬색, 스트레이트한 창법이 워낙에 남달랐기 때문이었다(하긴 Fromm이라는 이름부터가 남다르다). 프롬은 더욱이 그해 EBS 헬로루키(11월)로 보란듯이 선정됐고, 지산이나 그랜드민트 등 각종 록페에 단골로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꽤 치렀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싱글 '너와나의'까지. 한마디로 프롬은 대중에 노출된 연차치고는 솔찬히 준비된 여성 아티스트였다. 해서 10월8일 프롬의 1집 'Arrival'이 나오자마자 많은 인디 팬들은 서둘러 10번 트랙까지 듣고 또 들었다.

1번 트랙 '도착'부터 느낌이 온다. 우선 보컬색부터. 가냘프거나 곱거나 또랑또랑하지가 않다. 비교적 굵은 편인데 거칠지 않고 보드랍다. 고음부분에서도 성량이 커지지 않은 채 부드럽게 넘어간다. 국내에서는 좀체 찾기 힘든 목소리. 굳이 비슷한 부류를 찾자면 투개월의 김예림 정도? 하지만 김예림이 아메리카노라면 프롬은 라떼에 가깝다. 오디오에서 말하는 음색(timbre)이 아예 다른 여성가수들과 다른 것이다. 게다가 곡 중간에 뮤트를 씌운 듯한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장치는 사운드적으로 프롬이라는 악기를 좀더 신비롭고 몽롱하게 만든다. '..새들도 걸어다녀요 표정도 좀 새침해요/ 자연스러워 보여요 나만 빼고 그래요..' 낯선 도시에 도착한 직후, 이렇게 정밀화처럼 하나하나 캐치해내가는 프롬의 감수성이 놀랍다.


싱어송라이터로서 프롬의 예리한 관찰력은 2번 트랙 '마음셔틀금지'에서 폭발한다. '오 너 이상해 빤히 자꾸 웃음 흘리지마/ 내 맘 흔들리게 괜히 자꾸 웃음 흘리지마..' 제목 그대로 여자마음을 흔들어대는 남자에 대한 귀여운(?) 경고다. 그만큼 그 남자가 매력적이고 못이기겠다는 투정에 다름아니다.(하지만 6번 트랙 '달, 말하다'를 이렇게 섹시하게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 여자도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손가락 희고 긴 거 내 눈 앞에 보이지마/ 시계 찬 손목이 아찔해 옷소매는 걷지 좀 마..' 이처럼 다분히 상투성의 위험은 있지만 흥겨운 노래 분위기가 이를 너끈히 잠재운다. 고결한 '홍대 여신들'이 지금까지 허투루 흘려보냈던 그 즐거운 연애감정, 이런 것들이 흥겨운 리듬을 제대로 탄 노래다.

이쯤에서 이번 앨범 유통사이자 프롬이 소속된 레이블인 미러볼뮤직의 이창희 대표 말을 옮겨본다.

"프롬(Fromm)이란 뮤지션과의 만남은 201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터팬컴플렉스의 전지한과 미디어아트 그룹 롤스파이크의 김호준이 2011년 초에 새로이 만든 레이블 쇼머스트에 방문했을 때 이 레이블의 히든카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궁금증을 가지고 만난 뮤지션이 바로 프롬이었다. 홍대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서구적인 외모에 스스로 작사, 작곡, 편곡까지 소화한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 준비하고 있는 노래를 들었을 때 정규 앨범이 나오면 꽤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들은 노래가 2011년 10월 쇼머스트 옴니버스 앨범을 통해 소개된 첫 싱글 '마중가는 길'이었고, 그 후 2012년 5월 '사랑 아니었나'로 공식적인 데뷔를 했다. 그녀는 데뷔 후 지산록페스티벌,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카운트다운 판타지 등 각종 페스티벌에 선을 보였고, 11월에는 신인 뮤지션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EBS 헬로루키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규앨범 아니 미니앨범 하나 없이 싱글 2곡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기대를 가졌지만 시기적으로는 피터팬컴플렉스의 전지한과 롤스파이크 김호준의 레이블 쇼머스트가 재정리가 되면서 그녀도 회사에 대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그녀는 2013년 새로운 선택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기대되던 정규앨범이 미러볼뮤직을 통해 발매가 됐다."

이창희 대표는 프롬의 이번 첫 정규앨범을 이렇게 평가한다.

"작사, 작곡, 편곡 그리고 전체적인 프로듀싱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직접 만들어낸 첫 정규앨범은 아날로그한 감성과 빈티지한 사운드로 꽉 채워진 앨범이다. 먼저 그녀의 가사는 소소한 하루하루의 일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어떠한 틀에도 규정되지 않은 채 멜로디로 나열시킨다. 절제된 보컬과 솔직한 감성으로 만들어내는 '프롬'만의 언어는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하게 자신만의 색채로 청자들을 위로한다. 작곡적인 면에서도 여타 다른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갖고 있지 못한 과감함이 있고, 보컬 면에서도 다양한 톤의 실험성이 돋보인다. 전반적인 앨범의 색채는 톤을 이끌어가는 어쿠스틱한 악기들 위에 현악과 관악 편곡이 돋보이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맞다. 이번 앨범에서 사운드적으로 귀에 박히는 부분이 바로 어쿠스틱이고 현악이고 관악이다. 7번 트랙 'Merry Go Round'부터 마지막 트랙 '불꽃놀이'까지 4곡이 앞의 6곡과 다소 균열된 듯한 이번 앨범의 아쉬운 부분을 봉합해주는 것이 이 '사운드'이고 '현장감'이다. 특히 타이틀곡인 4번 트랙 '좋아해'와 6번 트랙 '달, 말하다', 그리고 이미 발표됐던 8번 트랙 '마중 가는 길'과 9번 트랙 '사랑 아니었나'는 청명하고 경쾌한 고품위 어쿠스틱 사운드가 청자를 잡아매는 대표적인 노래들. 물론 프롬 보컬 자체가 이들 각 악기를 뛰어넘는 최고의 사운드인 것은 당연하다. 내년, 후년에도 곁에 두고 들을 그런 포근하고 매력적인 앨범이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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