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⑤장미여관 1집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2.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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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볼뮤직의 이창희 대표는 장미여관과 첫만남을 이렇게 기억한다.

"장미여관 첫번째 싱글이 나온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11월1일 첫 싱글이 음원으로 먼저 출시되었으니 아마 9월경이었다. 무척 독특한 분위기의 뮤지션이 방문했다. 먼저 강준우씨와 미팅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육중완씨와 미팅을 가졌다. 상상이 되지 않는가? 육중완씨는 아주 평소인 냥 '추리닝'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공통점은 두 분 모두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었다는 점. 아티스트 본인이 (사무실에) 온 경우 보통 궁금한 점이 무척 많은데 이 분들은 모두 무심하였다. 그래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헌데 첫 싱글 '너 그러다 장가 못간다'의 앨범 재킷 이미지를 받아보았다. 아뿔싸... 이들은 고도의 전.략.가! 첫 싱글의 재킷을 보고 아주 유쾌히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을 보신분들 꼭 한번 찾아보시라. 그 첫 싱글에 그 유명한 '봉숙이' 오리지날 버전이 수록되어있다. 그리고 2012년 '탑밴드2' 1차 예선을 위해 등록한 동영상을 보고 다시 한번 무릎을 쳤다. 재미있는 노래와 영상에 가사를 영어발음으로 자막화하여 올려놨다.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도였다.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장미여관은 '탑밴드2'의 유망주가 되었고 가장 이름을 많이 알린 밴드가 되었다. 광고까지 찍었으니 말이다. 이후 노브레인의 소속사인 록스타뮤직앤라이브와 계약하면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보이더니 라이브음악과 예능을 혼합한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였고 2013년 4월 정규1집 '산전수전 공중전' 발매후 결국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까지 출연하였다. 그리고 '봉숙이'를 국민가요로 만들어버렸으니 이들만큼 매스미디어를 잘 활용한 인디밴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랬다. 밴드 장미여관은 처음부터 달랐다. 기타와 보컬로 전면에 나선 강준우와 육중완을 비롯해 베이스의 윤장현, 일렉기타의 배상재, 드럼의 임경섭 등 5명 모두가 남달랐다. 안되는 비주얼로 '비주얼'을 외치는 배짱, '무대뽀 아저씨 정신'으로 무대를 휘젖는 용기, 코믹과 진정성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무대매너, 파격적일 정도로 솔직한 노랫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튼실히 받쳐주던 밴드 특유의 활력. 특히 올해 여름 엠넷 '밴드의 시대'에 출연했을 때의 장미여관을 기억하시는가. 4회 방송분에서 한복남의 '빈대떡 신사'를 능청맞게 불러제치던 이 '비주얼 훈남 아저씨' 밴드를. 대한민국에 장, 미, 여, 관, 이름 네 자를 깊이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밴드의 시대' 제4대 밴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이들이 올해 4월 정규 1집 '산전수전 공중전'을 내놓았을 때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당연지사. '너 그러다 장가 못간다' '봉숙이' '나같네' 같은 싱글곡으로 이미 강호에 파란을 일으킨 장미여관이었으니까. 1번트랙 '오빠들은 못생겨서 싫어요'부터 장미여관표다. 서정적인 수채화를 그리다 갑자기 캔버스에 구멍을 뻥 뚫는 그런 느낌. '저기 벤치 앞에 눈에 띄는 그녀들/ 갈색머리 환한 미소 좋아요/ 착한 얼굴 내 맘에 쏙 들어요/ 혹시 시간되면 술 한잔 하실래요/ 오빠들은 못생겨서 싫어요..'남자한테는 치명타일 이 '오빠들은 못생겨서 싫다'는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오빠들은 잘생겨서 좋아요'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해대는 이들, 도대체 이 발상이 어떻게 가능할까.


2번트랙 '오래된 연인'은 장미여관식 작사법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곡. 그것은 바로 '코믹'을 내세운 다음 막판에 '순정에 가까운 본심'을 대놓고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 지점에서 이창희 대표가 말한, 장미여관의 영리한 '전략가' 이미지가 떠오른다. 가사부터 보자. '..기념일 있어 분위기 잡고 와인을 마셔도/ 큰 맘을 먹고 해외로 나가 여행을 떠나도/ 그냥 자네 그냥 자네 나는 자네...예전에 설레였던 아름다운 나의 여인/ 제발 돌아와주오 제발 돌아와주오/ 예전에 청순했던 아름다운 나의 여인/ 그 모습 어딜 갔나 제발 돌아와주오' 이처럼 '코믹'은 반전과 일상에 기댔다는 점에서 다분히 21세기적이고, '본심 작파'는 그 직설화법과 창법, 연주법이 전형적인 1970년대 후반 캠퍼스밴드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본심이란 진부할 정도로 평이한 가치(아름다움, 청순, 돌아와달라)에 대한 소구다. 이러한 점이, 대부분이 1980년생인 이들이 70년대 밴드 산울림처럼 들리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봉숙이'를 지나 4번트랙 '운동하세', 5번트랙 '하도 오래되면', 6번트랙 '참을만큼 참았어', 9번트랙 '아저씨'까지 듣다보면 이들은 '변변찮은 남자'에 올인하고 있음이 확연하다. 여자를 구해주고 싶었지만 힘이 없어 맞고 말았다는 남자의 하소연 '운동하세', 하도 혼자 오래 살아서 몸에서 쉰내가 난다는 남자의 푸념 '하도 오래되면', 헤어지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남자의 자기최면 '참을만큼 참았어'. 결국 이들이 말하는 남자란 못생기고 피곤하고 힘없고 구질구질하고 찌질한, '하위 2%' 혹은 마이너리티에 가까운 그런 남자다. '아저씨'에서는 개한테서까지 버림 받는 혼자 사는 아저씨다.

그리고 장미여관의 이같은 마이너 정서는 7번트랙 '서울살이'에서 마침내 빛을 발한다. '만만치가 않네 서울 생활이란게/ 이래 벌어가꼬 언제 집을 사나/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나오네..월세내랴 굶고 안해본게 없네/ 이래 힘들라꼬 집 떠나온 것은 아닌데' 그리고 장미연관의 속깊은 진심, 어쩌면 달관의 정서가 어김없이 막판에 쏟아져나온다. '..닥치는 대로 했고 술도 안마시고 열심히 살았네/ 이래 애끼가꼬 집사고 차사고 다했네/ 드디어 서울의 아가씨 만나보자/ 아무리 봐도 없네 저기를 봐도 없네/ 서울 아가씨들 모두 다 이쁜건 아니네..'

'산전수전 공중전'. 한마디로, 70년대 정서를 가진 마이너한 남자의 이야기를 21세기 관찰력으로 풀어낸 앨범이다. 그리고 코믹과 진정성을 오가는 이러한 정규 1집의 컨셉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장미여관 다섯 남자의 영리한 전략에서 나왔음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에 대한 이창희 대표의 평가를 들어보자.

"'탑밴드2' 이후 장미여관이 너무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정규 1집의 방향이 재미위주의 음악으로 흐를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리고 레이블에서 보내온 1집의 곡 제목들을 살펴봐도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음악을 듣는 순간 점점 놀라게 되었다. 마치 숙련된 마케팅 전문가들처럼 자신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로 보였다. 정제되고 보편적인 멜로디와 리듬에 조금씩 세상을 비꼬는 듯 적절한 비유와 유머를 혼합하여 그동안의 자신들이 가졌을 법한 편파적인 이미지를 중립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런면에선 본 앨범은 장미여관의 진정한 첫 출발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⑤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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