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⑨김바다 'N.Surf 1'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2.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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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KBS '불후의 명곡2'를 본 시청자들은 전율했다. 번안가요2부인 이날 마지막 무대에 한 남자가 섰다. 바로 직전 태원이 420점으로 장현승을 이긴 상황. 그리고 검은색 정장을 편하게 입은 이 남자는 2006년 김아중이 부른 '미녀는 괴로워' OST '마리아'를 선택했다. 사전 인터뷰에서 "마음껏 질러보겠다"던 이 남자. 마, 리, 아, 아, 베, 마, 리, 아. 이게 바로 록스피릿으로 채색한 '마리아'란 것이었다. 424점으로 우승? 이게 문제가 아니었다. 지글거리는 일렉기타를 뚫는 그 묵직한 에너지, 청중을 마음껏 지휘해버린 그 상남자가 바로 시나위의 5대 보컬 김바다였다.

그리고 김바다는 SNS에 이렇게 남겼다. "음악을 시작한 지 20여년만의 트로피. 쏟아지는 축하소식에 이렇게 많이들 '불후의 명곡'을 보고 있다는 것이 다소 놀랍습니다. 늘 곁에 함께 하면서 격려해준 팬들에게 감사합니다. 보여주는 음악에 오랫동안 자리를 내준 록의 부활을 위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스치네요.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지만 김바다가 번안가요를 리메이크한 것은, (그것도 평가단이 점수를 하사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쩌면 빙산의 일각이다. 사실, 남의 노래 부르는 것 자체가 록스피릿과는 안맞다. 인디펜던스, 레지스턴스, 앙팡 테리블, 이런 게 원래 록이고 헤비메틀이지 않았나. 이런 의미에서라도 올해 4월 나온 그의 미니앨범(엄밀히 말하면 내년 상반기에 완성될 솔로 1집의 전편) 'N. Surf Part.1'이야말로 김바다 보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앨범이다.

음반 리뷰에 앞서 먼저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가 전하는 김바다와 'N. Surf Part.1' 얘기부터 소개한다. 그는 이 음반의 배급을 맡았다.

"시나위, 나비효과, 레이시오스, 아트오브파티스 그리고 김바다. 1995년부터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당대 최고의 록밴드 시나위에서 절정의 록 보컬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그 후 자신이 주축이 된 밴드 나비효과에서는 록발라드 '첫사랑'을 히트시켰으며 레이시오스와 아트오브파티스를 통해 록커만이 아닌 작사, 작곡, 편곡, 연주를 일궈내는 아티스트로 더욱 발전한다. 김바다1집 'N. Surf Part.1'은 무려 18년만에 발표한 솔로앨범이다. 여전히 진보하고 있으며 여전히 매력적인 그를 밴드의 구성원이 아닌 오롯이 김바다 자체로 보여주고있다. Part.2와 함께 김바다 솔로 정규앨범은 밴드와 다른 어떤 모습으로 균형감있게 보여줄지 매우 기대된다."


맞다. 이 앨범은 김바다가 무려 18년만에 내놓은 솔로앨범인 것이다. 자, 본격적으로 김바다의 세계로 풍덩. (스피커로 크게 못드는 환경이라면 최소한 베이스가 특화된 헤드폰에서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 듣는 게 예의다!) 1번트랙 'N. Surf' 초반 사운드부터 터진다. 잔잔한 신시사이저, 순간적으로 오디오 게인(Gain)을 높인 듯한 드럼의 폭발음..이거 어쩌려고. 마침내 들려오는 김바다의 파워보컬. '내 가슴속 불타는 스타 내 깊은 뇌속의 스타/ 잠들지 못한 노란 나 쓸쓸히 달콤해'.. 이미 무대는 장악해버렸다. 이어지는 대목에서 마침내 김바다 보컬 특유의 거칠게 내지르는 마력이 쏟아져나온다, 그것도 마구마구. '태양아래 황금색 폭포 속에서 난 자유롭게 피어나 쓸쓸히 달콤해/ ../ 나의 바다 커다란 달 눈동자 밑에/ 나의 갈증과 단 한번만의 인생이라는 진실과 여기'.. 엄청난 정보량의 사운드를 이렇게 간단히 제압해버린 김바다. 바로 이 자신감과 설렘 때문에 그가 밴드 보컬로서가 아니라 솔로로서 이번에 나선 건 아닌지.

2번트랙 'Searching'.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팝록을 끌어들였음이 분명하다. 귓전을 혼란케 만드는 드럼과 일렉기타, 은근 긴장과 흥분을 고조시키는 그 후반부 사운드를 뚫고 유유자적, 유려하게 들려오는 '..너를 스친 천국처럼 너의 염원 searching 찾길 바래..'. 그대로 입에 붙는다. 이 곡의 뉴웨이브적인 분위기는 사실상 이번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푸르게 떠나'에서 더욱 확장됐다. 사운드면에서도 다른 곡들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심지어 나긋나긋하기까지. 록커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 혹은 자기 치유랄까. '..너 왜 날 울려 그때같이 늘 그날처럼 푸르게/ ../ 불안해 하지마 아프지 않게/ 푸르게 더나 날 위해서/ ../ 나도 함께 떠나 푸르게'

이번 앨범에서 가장 듣고싶었던 3번트랙 '베인'. 사실 이 곡은 이미 2009년 컴필레이션 앨범 'De La Musique'에 실렸던 노래다. 이에 대해 김바다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를 아는 분들에겐 항상 '베인'이라는 곡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르내렸다고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의 첫번째 솔로앨범의 제작제안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 곡의 재탄생이었다." 이 리메이크곡 '베인'의 파워는 역시 극강이다. 옥타브 한계를 모르는 보컬, 고음역대로 갈수록 오히려 잡티 하나 찾을 수 없는 이 괴력, 그리고 마침내 음악이 끝나고 찾아온 적막. 이 새까만 휴식이 달콤하다. 순간, 저 먼 곳에서, 이 모든 것들을 미리 계산한 듯한 김바다의 멋쩍은 미소가 보인다.

한줄평. 김바다가 전하는 맏형같이 듬직한 이 메시지. "(성경을 감히 패러디하면)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p.s. 김바다와 미러볼뮤직의 인연도 흥미롭다. 이창희 대표의 얘기다. 음반이 출시되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김바다와 다시 재회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다. 그 안도의 한숨은 기쁨의 웃음과 함성이었다"는 그다.

"김바다와 미러볼뮤직은 진한 과거를 가지고 공유하고 있다. 미러볼뮤직을 처음 시작하던 2009년 말 김바다의 밴드 ‘아트오브파티스’ 첫 EP가 발매되었고 그 앨범은 미러볼뮤직의 첫 제작 타이틀이었다. 이례적으로 음반(CD) 출시만 감행하였고 음원은 정규앨범 출시(2010년 7월) 후 2011년 1월에 오픈하였다. 음반 선출시를 통해 음반으로서 음악적 가치를 높이고 싶었고 증명해보고 싶었고 시도해보고 싶었다. 아트오브파티스 EP와 1집을 제작하고 밴드의 활동을 서포팅하는 일들을 통해 미러볼뮤직은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러볼뮤직이 리얼뮤직을 표방하는 인디신에 더 깊숙히 안착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시기에 김바다 솔로앨범에 대한 논의를 종종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당시 상황에 대한 탈출구로 솔로앨범을 제안했다면 바다씨는 좀더 신중하게 진행되기를 원했다. 밴드와 솔로간의 간격과 밸런스를 맞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맞았다. 그리고 2011년 언제부터인가 우린 헤어졌다. 앨범 단위의 계약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2012년 '나는가수다2'에 시나위가 출연하였고 보컬은 김바다였고 역시나 좋은 반응이 있었다. TV를 보면서 응원의 박수와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2012년 11월 아트오브파티스의 싱글앨범이 다른 곳을 통해 출시되었을 때 참 허했다. 알면서도 허했다. 다시는 조우할 수 없을 것 같아 더 그랬다. 김바다가 에버모어뮤직과 계약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침 미러볼뮤직과 관계를 맺고 있는 레이블이었기에 내심 기대가 되었다. 유통계약을 제안하였는데 흔쾌히 받아들여졌고 이후 가믹스 버전을 보내왔는데 그때 한창 녹음중이던 밴드 판타스틱드럭스토어 녹음 현장에서 멤버들과 함께 들었다.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지난주 토요일 12월14일) KBS2 TV '불후의 명곡'에서 김바다의 최종 우승을 보고 카톡을 짧게 주고 받으며 생뚱맞게 이런걸 느꼈다. ‘Rock은 의리다’… 아마 데프레파드 이후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으리라…에버모어뮤직 권기욱 대표와 김바다에게 새삼 감사의 표를 전한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⑤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 ⑥불독맨션 EP 'Re-Building' ⑦비둘기우유 2집 'Officially Pronounced Alive ⑧어느새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⑨김바다 EP 'N.Surf Part.1'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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