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 오승환에 충고 "새 변화구종 필요"

"일본타자 선구안·커트능력 좋다..슬라이더 외 포크볼등 제2 결정구 장착해야"

고양=김우종 기자 / 입력 : 2014.04.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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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동훈 기자





지난 29일. 일본 도쿄돔. '돌부처' 오승환(32,한신)의 일본 무대 공식 데뷔전이었다. 한신이 요미우리에 5-3으로 앞선 9회말.


오승환이 선두타자 아베 신노스케를 초구에 3루 뜬공으로 유도했다. 1아웃. 오승환은 호세 로페스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으나, 대타 야노 겐지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2아웃을 만들었다. 이때까지 투구수는 17개. 두 타자 모두에게 각각 8개의 공을 뿌렸다. 파울도 각각 5개를 기록했다.

끝으로 8번 하시모토 이타루가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헛스윙. 2,3구 파울. 4구 볼. 5,6구 파울. 구질은 전부 속구다. 구속은 150km를 상회한다. 이어진 7구째. 이때 처음으로 변화구를 던졌다. 142km 슬라이더. 하지만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원바운드 된 뒤 미트를 빠지고 말았다. 8구째는 높은 볼(151km). 볼카운트는 풀카운트가 됐다.

9구째 파울. 10구째 또 파울. 발도 풀어보는 오승환. 11,12,13구째도 모두 커트. 파울. 상대의 끈질김에 오승환이 살짝 입을 벌린다. 14구째. 회심의 138km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가운데로 몰리면서 또 다시 커트를 당한다. 파울. 순간, 이를 악문 오승환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결국 오승환은 15구째 속구(139km)로서 하시모토를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 무대 데뷔전 총 투구수는 32개. 마무리 투수로는 다소 많은 투구수였다.

오승환은 지난 3일 교세라돔에서 열린 주니치전에서 팀이 7-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 동안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1사 1루에서 상대 1번 타자 오시마 요헤이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 아라키를 삼진 처리한 뒤 마지막 헥터 루나를 9구 승부 끝에 3루 땅볼로 유도하며 경기를 마쳤다. 이날 투구수는 24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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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이 주니치를 상대로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 및 GIF=OSEN 및 유튜브 영상 편집





그럼 오승환의 일본 무대 데뷔전을 '야신' 김성근(72) 고양 원더스 감독은 어떻게 봤을까.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현실적으로 오승환은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있다. 하지만 어느 한 곳을 향해 마음먹고 계속 던질 수 있는 제구는 또 다른 문제다. 여기에는 다소 약하다"라면서 "변화구도 슬라이더 위주다. 슬라이더가 볼이 되면 던질 곳이 사라진다. 일본 선수들은 커트를 해낼 능력이 있다. 이는 시즌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 무대에서 수호신으로 활약했던 선동렬(51) KIA 감독을 떠올리며 "선동렬 감독은 큰 것, 즉 알면서도 치기 힘든 슬라이더가 있었다. 반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상대 타자가 인지할 경우, 커트 혹은 볼과 스트라이크의 구별이 가능하다. 둘의 차이는 다소 크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오승환도 '자!(승부를)' 할 때의 결정구를 가다듬어야 한다. 슬라이더가 볼로 빠지면 다음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이때 커트를 당할 수 있다"며 "포크볼 등의 추가 변화구를 장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바깥쪽 낮은 쪽에 공이 잘 안 들어오면, 높은 곳에 공을 던져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우 이 코스에 방망이가 나갔지만, 일본 선수들은 다르다"고 조언했다.

국내 타자들에 비해 일본 타자들이 선구안과 커트 능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김 감독이 냉철하게 지적한 것이다. 오승환으로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일본 첫 시즌을 맞이했으며, 또 단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그런 오승환을 향해 일본 야구에 대해 누구보다 능통한 김 감독이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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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좌)과 김성근 감독. /사진=OSEN(오승환) 및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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