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의 '짱구일기'⑦-80년 신인왕전 우수신인왕

[김재동의 레전드 드라마]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4.04.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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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가 ‘김재동의 레전드 드라마’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시대의 레전드들을 드라마로 읽는 연재물입니다. 전설로 남은 스포츠와 연예스타들의 삶속에 담긴 드라마틱한 석세스스토리를 드라마작법으로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기본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레전드의 삶을 구축하는 다큐물이 되겠지만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드라마적 재미를 곁들여볼 예정입니다. 첫 회의 주인공은 지난 2000년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복서 25인’에 선정된 ‘짱구’ 장정구입니다. 1983년 WBC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에 오른 후 15차 방어에 성공하고 타이틀을 자진 반납했던 장정구의 삶을 시작으로 ‘김재동의 레전드 드라마’ 막을 올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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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서울역

이영래와 장정구 강순중(플라이급) 김봉택(라이트급) 등이 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광장을 지나며 한편의 노점에서 어묵 등을 팔고 있다. 절로 시선이 가는 장정구들. 이영래 그런 세사람 흘끗보고


이영래 앞보래이

정구등 모두 그말에 고개 돌려 걷는다.

이영래 짱구 니 알제? 주니어플라이에만 122명이대이. 결승갈라마 고마 6게임 치러야 되 는기라. 쉬봤자 하룬데 계체는 매번 해야된다. 아예 한달은 안묵는다 맘묵으라.

정구 (힘없이) 알겠심데이.

강순중과 김봉택도 덩달아 고개를 숙인채 이영래의 뒤를 쫓는다.

S#2. 문화체육관

자막: 1980년 11월 17일

‘제10회 프로복싱 전국 신인왕전’의 프랭카드가 걸려있는 실내가 관중들의 함성과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있다. 링위에선 장정구와 서정렬이 맞붙고 있다. 경기는 장정구의 일방적인 우세로 흐르고 있다. 정구 서정렬의 훅을 피하며 그 턱에 펀치를 꽂아넣는다. 맥없이 쓰러지는 서정열. 관중들의 함성이 울리는 중에 정구는 코너로 돌아가고 레프리가 카운트를 하고 있다.

S#3. 링사이드

링사이드 VIP석쪽으로 눈에 띄는 인물이 보인다. 귀부인 차림의 심영자다. 눈에 이채를 담아 코너에 서있는 장정구를 지켜보는 심영자 옆자리의 사내 심준섭이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다.

심준섭 어때? 내 말대로지?

심영자 그러네요.

심준섭 성준이한테도 안밀리더라니까.

심영자 오빠 눈에 들었는데 어련하겠어요.

심준섭 그렇다니까.

그 와중에 레프리의 카운트가 끝나고 이내 안내방송이 나온다.

안내 주니어플라이급 1회전 경기는 부산태성체육관 장정구선수의 3라운드 KO승으로 끝 났습니다.

레프리에 의해 손을 치켜든 장정구, 별 감흥없는 기색으로 링을 빠져나가고 있다. 심영자 그 모습을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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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코너에서 이영래사범의 코치를 받고있는 장정구.


S#4. 여관방

이영래가 오징어다리에 소주잔을 채우며 자작하고 있다. 한편에는 이불을 깔아놓고 장정구가 엎드려있고 강순중이 올라앉아 근육을 풀어주고 있다. 장정구는 이영래를 외면하고 고개를 벽쪽으로 두고 있다.

이영래 니는 이자 프론기라. 먼말인지 아나? 아마는 시합이 딱 정해져있어. 그때만 맞춰 운동하면 되는기야. 하지만도 프로는 항상 준비가 돼있으야 되는 기라. 시합이 따 로 정해져가 있는기 아이고 여기 준비된 아가 있다. 저도 준비된 아가 있네. 그 럼 둘이 붙이. 이래가 경기가 열리는 기라.

이영래 오징어 다리를 질깃질깃 씹고. 벽쪽으로 돌아누운 장정구의 목울대가 침 넘어가느라 꿀럭된다.

이영래 그래가 프로복서는 이 항상 준비가 돼가 있어야 되는기라 어이? 시합을 해야 파 이트머니가 생기고. 시합을 잘해야 방송이 붙고. 스폰도 받고..

다시 한잔 따라 마시고 오징어 다리 씹고 하는 소리에 정구의 눈동자가 구른다. 눈은 뜬채로 살살 코고는 소리를 낸다.

이영래 오늘 이깄다 낼 지마 사람들이 또 싹 떠나. 사각의 링이란기 그래 무서븐기라.. 정 글. 아나? 정글. 약육강식! 어이? 약육강식..

정구의 코소리가 높아진다. 강순중은 그런 정구 얼굴을 보며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다. 이영래 그제야 콧소리를 의식하고는

이영래 (강순중에게) 짱구 자나?

강순중 (시치미떼고) 잡니더.

이영래 허 자슥. 됬나부네. 니도 고마하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주며) 짱구잘 때 밥이나 먹고온나 냄새 싹 빼고

강순중 (넙죽 받으며) 알깄심더.

이영래 갱기는 떨어진 놈이 지 입은 잘 챙기네. 이불 잘 덮어주래이

강순중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면 이영래 술병 술잔 오징어따위 챙기며

이영래 고마 나가자

이영래와 강순중이 나가면 정구 혀를 빼내 입술을 축이며 허기를 참는다.

S#5. 문화 체육관 몽타쥬

-난타전을 벌이던 장정구가 상대선수의 관자놀이에 턱을 적중시키면 그대로 쓰러지는 상대선 수 자막 쾅 도장찍듯 박힌다. ‘對 박진형 3R KO’

-링사이드의 심영자와 심준섭 박수까지 쳐주며 그 모습에 환호한다.

- 레프리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선 장정구와 상대선수. 레프리 장정구의 손을 치켜든다. 이영래 뛰쳐나가 장정구를 들어올리고. 자막 ‘對 이희관 판정승’

- 다시 한번 레프리 장정구의 손을 들어올린다. 자막 ‘對 편호철 판정승’

- 레프리 또다시 장정구의 손을 올리고 자막 ‘對 신희섭 판정승’

- 링사이드의 심영자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그런 장정구를 향해 박수를 쳐준다.

S#6. 극동 프로모션 사무실

전호연 회장과 이영래 사범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영래 아무래도 지가 부산에 쳐박히가 있으니께네 이기 매치메이킹이 안되는 기라예. 회 장님께서 쪼매 도와주셔야 겠십니더.

전호연 선수는? 좀 쓸만한 애가 있나?

이영래 짱구라고 있심더. 이노마가 이자 우리나이 열아홉인데예. 이번 신인왕전 주니어플 라이급 결승 안올라갔십니꺼. 우승은 물론이고 최우수선수도 노리볼만합니다.

전호연 아, 그 장정구란 아이? 잘 하더만. 눈빛도 살아있고.

이영래 지는 마 글마 세계참피온까지 만들어볼 생각임더.

전호연 그럽시다. 훈련은 우리 애들 숙소 있으니까 거기서 같이 묵으면서 하면 될거고... 계약하는 걸로 합시다.

이영래 감사합니데이. 많이 도와주시소.

전호연의 손을 이영래 머리를 조아리며 두손으로 맞잡는다.

S#7. 문화체육관

장정구와 강남근의 주니어플라이급 결승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링사이드엔 전호연 회장이 앉아있고 뒤늦게 온 심영자와 심준섭등이 전회장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잡는다.

링위에서는 정구가 강남근을 일방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정구 코너의 이영래는 정구가 잘할때마다 링사이드의 전호연 눈치를 보며 열을 올린다. 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고 정구 코너로 돌아와 앉으면

이영래 잘했데이. 저노마가 둔하다캐도 무작정 들어가면 안된데이.. 항상 카운터 조심하고. 마 꼭 KO로 이길 필요도 없다. 신인왕만 묵으마 되는기라. 스위치도 섞어쓰고 아 주 혼을 빼삐라. 알긋제?

장정구 알겠심더.

공 울리면 정구 다시 총알같이 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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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프로복싱의 인기는 대단했다. 링에만 서면 관중들의 뿜어대는 열기에 전율도 느꼈다.


S#8. 링사이드

전호연과 심영자 나란히 앉아 장정구와 강남근의 경기를 보고 있다.

심영자 저 장정구란 아이 참 잘하네요.

전호연 (덤덤하게) 그렇구만.

심영자 회장님 보시기에도 그렇죠?

전호연 2~3년 잘 키우면 물건 될 것 같네요.

심영자 (흐뭇한 미소)

전호연 일복이, 철호 식단 좀 신경 좀 써주셔야 겠습디다.

심영자 예?

전호연 좀 둔해졌다 소리가 들려요. 한 2~3kg 오버하고 있다고.

심영자 (모욕당한 기분으로 마지못해) 예..

두사람 이후론 말없이 경기에 집중한다.

S#9. 여관방

김봉택과 장정구가 짐을 꾸리고 있고 강순중이 엎드려 신문을 읽고 있다. 신문엔 세로제목으로 ‘6게임서 KO.. 新人王 12명 탄생’이란 부제와 함께 ‘최우수선수 李相鎬’란 컷이 보인다.

강순중 ..우수선수상을 탄 주니어플라이급의 장정구 역시 고려체의 강남근을 맞아 신인답지않은 다양한 공격으로 일방적인 판정승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장정구가 올해 신인왕전에서 가장 훌륭한 기량을 보여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중의 신인으로 높이 평가했다.

장정구 기분이 좋다. 강순중 그만 읽고 일어나려니

김봉택 와 읽다마노? 마저 읽으라.

강순중 단데요.

김봉택 다라꼬? 내는? 와 내 얘긴 없노? 찾아봐라 자슥아

강순중 (다시 신문 훑다가)아 여 있네.

김봉택 그래에. 읽어바라.

강순중 라이트급 김봉택 판정 김동욱 괄호열고 태성 괄호닫고 괄호열고 동래 괄호닫고

김봉택 ... 다가?

강순중 답니데이.

김봉택 그기 기사가?

강순중 대진푠데예.

김봉택 대진... (버럭) 뭐하노 자슥아, 짐 안꾸리고, 늦게꾸로

장정구와 강순중 웃으며 찔끔한 척 한다.

S#10. 충무동 먹자골목

튀김과 오뎅등이 수북한 가운데 정구 친구들에게 한 턱 쏘고 있다.

친구1 그라먼 인자 니가 프로복서가?

정구 그래 내 첫 파이트머니 받아가 이래 쏘는 거 아이가?

친구2 파이트머니가 뭐꼬?

정구 파이트 싸운다. 머니 돈. 싸우고 받는 돈. 대전료 아이가. 대전료.

친구1 좋네. 쌈박질 한다고 돈도 주고

일동 왁자하게 웃는다.

친구3 그래 파이트머니 얼마 받았는데?

정구 (손가락 5개 쫙펴며) 5만원.

친구3 5만원? 보자 버스요금이 70원. 짜장면이 400원. 그마 짜장면을 100그릇도 넘겨먹는다 아이가?

정구 그래. 프로는 다 그래 받는다.

친구1 와 짱구 일마 금방 부자되겠네.

친구2 그래 친구가 부잔데 우리 함 먹고 죽자. 건배!

일동 건배!

한잔 쭉 들이켜고 웃는 정구와 친구들 한점 그늘없는 유쾌한 자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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