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동국이 뿐이다"..한국 축구의 '슬픈 자화상'

축구회관=전상준 기자 / 입력 : 2014.11.03 16:16
  • 글자크기조절
image
이동국. /사진=News1





"2가지의 공격옵션 중 하나를 잃었다" (슈틸리케 한국 감독)


"아직도 (이)동국이 뿐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소집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11월 2차례 중동 원정 평가전에 나설 2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박주영의 합류다.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약 4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최초다. 최근 소속팀에서의 잦은 출전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열었다.


사실 예상된 발탁이다. 앞서 한국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던 이동국은 지난달 말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김신욱도 아시안게임에서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이는 자연스레 박주영의 합류로 이어졌다.

'최고'라기보다는 '최후'의 선택이었다. 그만큼 이동국과 김신욱을 대체할만한 확실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었다. 한국 축구와 K리그의 슬픈 자화상이다.

현재 K리그 클래식 득점 1위는 13골을 넣은 이동국이다. 그나마 토종공격수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하지만 경기당 득점률은 43.3%로 저조한 편이다. 2위는 브라질 출신의 산토스(수원삼성)다. 임상협(부산 아이파크)이 11골로 그 뒤를 잇고 있지만 임상협은 미드필더다.

해외파 중에서도 눈에 띄는 최전방 공격자원은 없다. 이근호(엘 자이시)와 조영철(카타르SC)은 이동국, 김신욱과 같은 전형적인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다. 제로톱 자원에 가깝다.

image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축구를 이끈 최용수(왼쪽) FC서울 감독과 황선홍(오른쪽) 포항 감독. /사진=OSEN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계보가 끊긴 모습이다. 특히 타깃형 공격수가 그렇다. 1990년대에는 황선홍 현 포항 감독과 최용수 현 FC서울 감독 등이 한국 축구의 최전방을 이끌었었다.

2000년대에는 이동국과 조재진 등 걸출한 최전방 공격수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가 없다. 2015년이 임박한 현재까지도 한국은 이동국에게 의존하고 있다. 김신욱이 유력한 후보지만 아직까지 대표팀 내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달 27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현재 최전방 공격수 쪽에 가능성 있는 선수가 없다. 여전히 (이)동국이다. 과거에는 조재진 등 넘쳐났다. 뛰어난 신체조건을 보유한 선수가 없다는 건 문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동국도 지난 9월 "(한국에 최전방 공격수가 없다는 부분을) 어느 정도 공감하는 이야기다. 최근 어린 선수들이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외면하고 포지션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골잡이라면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득점을 성공시켜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충고한 바 있다.

세계축구의 흐름이 한국 축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2000년대 중반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은 제로톱 전술을 꺼내들며 세계를 제패했다. 이 부분은 전 세계의 축구 판도를 흔들었다. 한국도 스페인 축구를 지향하며 2010년 이후 제로톱 전술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최전방 공격수들의 역할은 모호해졌고 그 수도 점차 줄었다.

image
스페인 축구대표팀은 최근 제로톱 전술을 버리고 최전방 공격자원인 디에고 코스타(왼쪽)를 활용한 전술을 펼치고 있다. /사진 AFPBBNews=뉴스1





하지만 문제는 한국이 한 발 늦게 세계축구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이미 제로톱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유럽 무대에서는 이미 힘 있고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공격수를 보유한 팀들이 다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타깃형 공격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에게는 두 가지 공격옵션이 있다. 하나는 제로톱 전술이고 다른 하나는 타깃형 공격수를 배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두 번째 옵션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둘 외에는 타깃형 공격수로 쓸 만한 마땅한 자원이 없다는 뜻이다. 당장 아시안컵은 넘어갈 수 있어도 2018 러시아월드컵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때 이동국의 나이는 39살이다. 한국의 주축공격수로 활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김신욱만을 바라보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박주영의 활약도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특급 공격수 탄생이 절실하다. K리그 내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을 최전방 공격자원으로 키우려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