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강정호는 앨런 네로의 '피눈물'을 씻어줄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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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강정호. /사진=뉴스1







2010년 2월이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이었던 좌타자 외야수, 추신수(당시 28세)는 미 애리조나주 굿이어 볼파크에서 계속된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2월 27일 느닷없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미 서부지역 최대 신문인 'LA 타임즈'의 메이저리그 전문,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인디언스의 아웃필더 신수 추가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고용했다(Indians OF Shin-Soo Choo hired Scott Boras to be his agent)'라고 보도했다.

추신수를 잘 아는 측에서는 '설마'라는 의구심도 가졌다. 왜냐하면 이전까지만 해도 추신수는 스캇 보라스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본인 스스로도 그런 사실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로 확인됐다. 재미교포 야구인 이재우씨 등이 큰 역할을 해 2000년 8월 14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고 태평양을 건넌 추신수는 2004년 앨런 네로(Alan Nero)와 에이전트 인연을 맺었다.


2004년은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 데뷔를 하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2001년 시애틀의 루키와 싱글 A 팀을 오가며 마이너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2년 싱글 A 위스콘신, 2003년 싱글 A+ 샌 버나디오와 인랜드 엠파이어 등을 거쳐 2004년 더블 A로 승격돼 샌안토니오에서 활약했다.

당시 추신수는 샌안토니오에서 132경기에 출장해 163안타, 17개의 2루타, 7개의 3루타, 15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당시 그의 경기력이 메이저리그의 유력 에이전트, 앨런 네로의 눈에 띈 모양이다. 앨런 네로는 메이저리그의 전설급 좌완, 랜디 존슨을 보유하고 있던 정상급 에이전트였기에 그가 점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추신수의 잠재력이 대단하기도 했지만 거물급 에이전트 '앨런 네로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추신수는 이듬해인 2005시즌 대부분을 트리플 A 타코마에 머무르기는 했으나 4월 21일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다. 그러나 2005-2006시즌 동안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뛴 경기 수는 14게임, 33타석에 불과했고, 겨우 2안타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2005년 10경기에서 21타석 18타수 1안타 삼진 4개를 기록했고, 2006시즌 4경기 12타석 11타수 1안타 4삼진의 성적을 남겼다.

추신수의 부진은 2001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일본인 '천재 타자' 이치로의 영향도 컸다. 우익수 자리를 이치로에게 내주고 중견수로 옮겼는데 수비 폭이 넓어진 것에 적응을 빨리 하지 못했다.

결국 시애틀의 빌 바바시 단장은 137만 달러의 계약금을 주고 영입한 추신수를 2006년 시즌 중이었던 6월 26일 클리블랜드의 1루수 벤 브로사드와 트레이드를 했다. 추신수에게 기회가 왔다. 2006시즌 클리블랜드에서 45경기에 나서 43안타, 2루타 11개, 3루타 3개, 홈런 3개, 22타점으로 타율 0.29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또 시련이 닥쳤다. 2007시즌 왼 팔꿈치에 인대 접합 수술인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아 겨우 6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다. 그런 과정을 거쳐 추신수는 2008시즌 재기해 94경기에 나섰고 마침내 2009시즌 클리블랜드에서 156경기에 출장해 175안타, 38개의 2루타, 6개의 3루타, 20홈런, 21도루, 타율 3할로, 자신의 메이저리그 최고의 해를 만들어냈다. 3할 타율에 20홈런, 20도루 이상은 아메리칸리그에서 추신수가 유일했다.

언제 끝날지 몰랐고, 한 때는 한국으로 돌아갈 것까지 고민했던 추신수가 드디어 희망을 가지게 된 시즌이었다. 그 긴 과정을 함께 한 에이전트가 앨런 네로였다. 앨런 네로는 2004년 추신수의 에이전트를 맡은 이후 추신수의 계약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 미래를 보고 투자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해인 2010시즌 개막 직전, 스프링캠프에서 추신수는 전격적으로 에이전트를 스캇 보라스로 교체했다. 서로 껴안고 눈물까지 흘리며 가슴 아픈 이별을 했지만 앨런 네로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린 것이었다. 드디어 추신수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를 잡고 잠재력이 폭발되기 시작한 시기에 에이전트 권리가 스캇 보라스엑 넘어갔다.

앨런 네로의 당시 심정이 어땠을까. 앨런 네로는 1983년 시카고에 스포츠 에이전시 'CSMG'를 창립했고 한국프로야구의 용병 드래프트에도 관여했다. 1990년대에는 일본 프로야구에 100명이 넘는 용병을 진출 시켰다. 한국인 직원으로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중인 앤디 김, 그리고 삼성의 운영팀 용병 전담 이충무 과장(전 추신수 담당)을 고용하기도 했다.

한 때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시장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에이전트, 앨런 네로는 그렇게 아프게 추신수와 결별하고 상처를 받았다.

추신수는 신시내티(2013년)를 거쳐 2013시즌 후 10월 31일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돼 12월 27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간 총액 1억 3000만 달러(약 1430억원, 1달러 1100원 환산)에 달하는 초대형 장기 계약을 맺었다. 본인은 물론 에이전트도 대단한 수입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에이전트 몫은 함께 고생했던 앨런 네로가 아닌 스캇 보라스의 것이었다. 이는 박찬호와 정확하게 같은 행보였다.

앨런 네로는 현재 글로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컨텐트, 마케팅 그룹인 '옥타곤 월드와이드(Octagon Worldside)'의 야구부문 담당 최고 책임자이다. 직급이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로 흔히 '상무(常務)'라고 번역하는데 야구 부분을 이끈다는 측면에서 상무와는 차이가 있다.

이런 앨런 네로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한 강정호의 에이전트를 맡았다. 앨런 네로와 강정호의 인연이 맺어졌다는 것은 추신수와의 이별로 인해 겪었던 상실감을 극복했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만큼 그는 사적인 감정에 연연하지 않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한 스포츠 에이전트이다.

앨런 네로가 피츠버그와의 협상을 통해 강정호에게 과연 몇 년, 총액 얼마의 계약을 안겨줄지 궁금하다. 한국프로야구 투수 최초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류현진(LA 다저스)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이기에 타자로서는 처음인 강정호의 계약을 맡은 앨런 네로의 능력이 비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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