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광풍..現가요계는 냉정하게 봐야할 '명과암'

[길혜성의 뮤직 유니버스]⑨

길혜성 기자 / 입력 : 2015.01.0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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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화면 캡처


가요계와 방송계는 요즘 그야말로 '토토가' 광풍이다. 국내 최고 영향력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MBC '무한도전'은 지난해 12월27일과 이달 3일 2회에 걸쳐 90년대 최고 인기 가수들이었던 김건모 엄정화 쿨 터보 소찬휘 지누션 조성모 S.E.S 김현정 이정현 등을 한데 모아, 그 당시 히트곡들로 팬들과 함께 하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본 공연을 선보였다.

추억을 바탕으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긴 '토토가'에 90년대 가요팬들은 열광했고, 이는 방송 이후 음원 차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토토가'에 등장했던 노래들은 5일 현재 여러 음원 차트 최정상권에 다수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가요계, 특히 가요 관계자들은 '토토가' 열풍을 마냥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토토가' 광풍은 여러 부분에 걸쳐 현 가요계에 깊게 생각해 봐야할 점들을 다수 남겼기 때문이다.

'토토가' 열풍이 가요계에 던진 '명과 암'에 대해 살펴봤다.

◆명(明)


▶90년대 대중음악 명곡들+클래스 가수들 그리움, 여전하다

가요계 르네상스 시기라 불리는 90년대의 히트곡들은 간단명료한 특징을 갖고 있다. 댄스곡이든, 발라드든, 힙합이든, 록이든 그 어떤 장르의 곡들도 기승전결이 뚜렷하며, 가요 관계자들이 속어로 '싸비'라고 부리는 하이라이트 멜로디 부분이 귀에 쏙 들어온다.

이를 두고 가요계 일각에서는 '대중성에 너무 치우쳤다' '격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가요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기며, 함께 따라 부르면 일단 성공한 곡이다.

이 정의 하에서 볼 때 90년대는 제대로 히트한 대중가요들이 무척 많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조성모의 '다짐', 김현정의 '멍', 소찬휘의 '티어스',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 등 지금까지도 노래방에서 숱하게 불려지는 90년대 히트곡들이 다수인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 이 곡들은 당연히 '토토가'에도 등장했다.

'토토가'는 90년대 히트곡들과 가수들의 저력을 방송을 통해서도 입증했다는 성과를 냈다. 현 가요계와 방송 시스템은 강력한 10대 팬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이돌들이 주축이기에, 노래방에서는 자주 불리는 90년대 히트곡들일지라도 TV에서 접하기는 어려웠다. 90년대 히트곡들의 주인공인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토토가'는 그 열풍을 통해 멜로디 적인 면에서 대중성을 지닌 90년대 히트 가요 및 가수에 대한 그리움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토토가'에서 증명된 90년대 히트곡과 가수들에 대한 관심을 이젠 가요 관계자들이 발전적으로 지속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90년대 인기 가수들이 그 때 그 시절의 특성을 지녔으면서도 사운드 적으로는 진일보한 신곡을 발표하는 것, 혹은 90년대 가수들과 요즘 아이돌들의 서로의 특성을 더한 콜라보레이션 등도 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0, 40대 가요팬들을 공략하라

'토토가' 열풍의 배경에는 90년 중후반 청소년기와 20대를 보냈고, 지금은 30대 및 40대가 된 이들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지난 3일 '토토가' 시청자들 중 여자 40대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남자 40대는 3위, 여자 30대는 4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들이 90년대 히트곡과 가수에 느끼는 감정은 2015년 현재 10대와 20대 및 50대 중후반 이상과는 사뭇 다르다.

한창 감성 풍부한 시기인 10대와 20대를 90년대에 보냈기에, 그 당시 히트곡들과 가수들에는 자신들의 추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재 30대 및 40대가 90년대 히트곡들을 남다르게 느끼는 이유다. 이는 요즘 10대가 최근의 히트곡들에, 50대 중후반 이상이 7080 히트곡에 열광하는 배경과 같다.

'토토가' 열풍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음원계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을 볼 때, 30대 및 40대의 시장성은 다시금 입증됐다.

꼭 90년대 히트곡이 아니더라도 그 시절 인기 가수들이 들을 거리의 위주의 멜로디가 강조된 신곡은 발표, 이를 적극 프로모션 할 창구가 있다면 30대와 40대가 반응해 음원 시장에서도 강세를 낼 수 있는 것을 '토토가'는 증명한 것이다.

◆암(暗)

▶요즘 가요계, 30대 이상은 따라 부를 노래가 없다

'토토가' 광풍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요계에 아이돌 쏠림 현상이 강해지며, 요즘 30대 이상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드물다는 점을 재차 떠올리게 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토토가'에서 들려진, 또 요즘도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곡에 열광했다. 원곡 가수가 혼신의 무대를 선보였기에 열광의 강도는 더했다.

요즘 아이돌 멤버 중에서도 빼어난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은 많다. 또한 국내 아이돌은 볼거리 면에서는 가히 세계적이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10대와 20대 초반의 국내 팬은 물론 해외 팬들까지 매료시켰기에, K팝 열풍 역시 만들어 냈다.

하지만 멜로디 보다는 퍼포먼스를 위한 코드 위주의 곡이 중심이 되며, 아이돌들의 히트곡은 30대 이상의 가요팬들에는 그리 가까이 가지 못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아이돌계에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가요'의 탄생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 와중에 30대와 40대는 '토토가'를 통해 오랜만에 방송에서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날 수 있게 됐고, 음원까지 찾고 있다. 어찌 보면 '토토가'는 그간 아이돌과 10대 팬덤들로부터 의도치 않게 소외됐던 세대에게 그들에 맞는 성향의 노래들을 찾아 준 셈이다.

가요 관계자들 역시 '토토가'를 통해 요즘 30대 이상의 팬들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아이돌의 곡이 많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멜로디 라인을 강조한 노래들을 탄생시키는데 집중하는 것도 가요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개성의 부재

'토토가'에 등장했던 90년대 인기 가수들의 특성 중 하나는 빼어난 가창력은 물론 개성까지 지녔다는 점이다.

댄스에 중점을 뒀다하더라도, 쿨과 터보는 엄연히 달랐다. 섹시 가수 엄정화와 이정현의 매력 역시 차별화됐으며, 파워풀한 가창력의 소찬휘와 김현정의 특성 또한 같지 않았다. 국민가수 김건모 조성모는 그 존재 자체로 특유의 색깔을 풍겼고, 지누션은 90년대 힙합을, S.E.S은 원조 요정 걸그룹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15~20년 이상 경력의 가수들이지만 지금도 자신만의 개성을 그대로 유지, '토토가'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가요계에는 각기 실력은 출중하지만 비슷비슷한 성향의 아이돌그룹들이 많다. 가요계가 점점 산업화 대형화되며, 제작자들은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팀이 성공하면 그 그룹과 비슷한 성향의 새로운 팀을 선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 아이돌그룹의 팬들은 그 팀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30대 이상의 가요팬들에는 여러 아이돌그룹이 똑같은 특성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 점도 이 때문이다.

개성은 가수에는 필수 요소다. '토토가'는 요즘 가요계에 특성 있는 가수들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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