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은퇴' 설기현, 찝찝했던 선수 인생의 마지막

[기자수첩]

축구회관=전상준 / 입력 : 2015.03.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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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은퇴한 설기현. /사진=뉴스1





설기현(36)이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은퇴다. 그는 왜 서둘러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을까.


설기현이 4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오랫동안 간직한 지도자로서의 꿈, 그리고 축구 선수로서 열정이 사라진 부분이 가장 컸다. 분명 선수로서 할 수 있는 판단이다. 하지만 뒷끝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기현의 은퇴 소식은 3일 오후 처음으로 전해졌다. 구단 관계자들도 뒤늦게 이야기를 접했다. 부랴부랴 은퇴 기자회견 장소와 시간이 결정됐다. 은퇴 사실이 알려지고 24시간도 지나기 전인 4일 오전 10시였다. 5일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일정이 잡힌 상황이라 시간적 여유 없이 기자회견을 치러야했다. 그만큼 설기현은 갑작스럽게 유니폼을 벗었다.

설기현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서는 정규시간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팬들의 축하를 받고 은퇴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설기현은 찝찝함을 남긴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무책임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설기현과 인천의 계약기간은 올 시즌까지였다. 더욱이 은퇴를 발표한 시점이 불과 개막 4일전이다. 당장 인천은 7일 광주FC와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치러야 하는데, 설기현이 갑작스럽게 전력에서 이탈했다. 대체자를 영입하기도 어려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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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의 은퇴가 당황스럽다고 밝힌 인천 팬들.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캡처





물론 은퇴 시점은 개인이 결정하는 게 맞다. 설기현은 은퇴 이유로 "오랫동안 지도자를 꿈꿔왔다. 이런 상황에서 성균관대로부터 좋은 제안이 왔다"며 "축구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을 때 은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점이 요즘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천에도 어느 정도의 여유를 줘야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꿈을 위해 이렇게 갑작스럽게 인천 팬들을 외면해서는 안됐다.

설기현 본인도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설기현은 "예상치 못한 은퇴에 나도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다. 인천 관계자 및 팬들에게 죄송하다. 사정이 어찌됐던 (은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면 지적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세상 어떤 일이든 떠나는 순간이 중요하다. 마지막 순간 대처에 따라 한 사람 인생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설기현은 자신의 꿈은 이뤘지만 축구 선수로서 마지막을 함께한 인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 설기현의 "나중에 인천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발언이 팬들에게 큰 힘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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