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압구정 백야', 백야는 살아있다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5.05.02 14:13 / 조회 : 1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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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어느 드라마 작가가 말했다. 드라마에서 죽음을 다룰 땐 신중하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사람의 생명은 귀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드라마라도 죽는 장면이 나오는 건 임팩트가 있다. 드라마라고, 허구라고 죽는 내용을 쉽게 담아선 안 된다. 죽음에 대한 분명한 이유나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드라마 작법이 1+1=2, 2+3=5, 이렇게 수학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무조건 이래야 한다, 아니다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죽음이 바로 그런 부분 아닐까, 싶다.

한 편의 드라마에서 이리도 많이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 MBC '압구정 백야'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이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인 MBC '오로라 공주'에서는 죽음 하차설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지속적으로 죽는 장면이 이어졌다. 심지어 무슨 죽음 의식이라도 치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았다. 그래서 '압구정 백야'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번에는 몇 명 죽을까가 유행어처럼 떠돌았다. 실제로 드라마 초반부부터 등장인물이 죽었다. 백야(박하나 분)의 오빠 역할을 맡았던 백영준(심형탁 분)은 교통사고로 느닷없이 떠났고, 백야의 남편이었던 조나단(김민수 분) 소장은 결혼식 날 허무하게 떠났다.

자, 이쯤에서 정리해 보자. 자신을 버린 친엄마에 대한 복수의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오빠의 죽음이 꼭 필요했다고 치자. 그리고 백야가 장화엄(강은탁 분)과 이어지기 위해선 조나단 소장의 죽음도 필요했다고 또 치자. 그래,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백야의 자살 장면이 꼭 필요했던 걸까?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백야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을 만나서 하나하나 다 정리를 하는 장면부터 바다에 투신자살하고 유서 발견까지가 거의 이번 주 스토리였다. 남녀노소가 TV앞에 둘러앉아 있는 시간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장면이 꼭 필요했을까? 그것도 한 두 신으로 암시하며 넘어가지 않고, 리얼하고 디테일하게 다루어지면서 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야는 살아있다. 혹시 스포일러 대본이라도 봤냐고? 아니다. 당연히 살아있다. 백야가 사실은 죽은 게 아니라 유서를 써놓고 멀리 떠난 것이다, 아니다, 네티즌 수사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솔직히 거기까진 모르겠다. 그런데, 백야가 살아있는 걸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압구정 백야'의 기획의도를 보시라.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단 한 줄의 불친절한(?) 기획의도가 단 한 줄 써있다. 백야와 장화엄 두 사람의 모습 위에 '우리들의 특별한 만남 운명이라 믿습니다'라고. 장화엄 가족들의 반대를 뚫기 위한 강한 한방으로 작가는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며, 사실은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장화엄과 백야는 결국 운명처럼 맺어진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애초에 '압구정 백야'는 백야와 장화엄이 맺어지는 걸 결론으로 놓고, 그 길까지 가기 위해 곳곳에 죽음을 넣었을 것이다. 네티즌 수사대의 말처럼 자살로 위장하고 떠난 것일 수도 있고, 자살했지만 살아있을 수도 있고,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분명 살아있다는 것이다. 몇 회 지나 어디쯤에서 분명 백야는 짠, 하고 나타날 것이다. 그래야만 장화엄과 백야가 절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질 테니까. 다만 궁금한 건, 자살 스토리로 앞으로 몇 회 더 이어질까, 하는 점이다. 분명이 살아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백야는 진짜 자살했고, 장화엄도 따라 죽어서 저 세상에서 결국 운명처럼 맺어진다는 것? 제발 이런 결론은 아니길 바란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2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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