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한해 "강심장이 되고 싶다" (인터뷰)

박한빛누리 더스타 / 입력 : 2015.09.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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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한해 /사진제공=더스타


이례적이다. 허세를 부려서, 랩을 잘해서, 또는 잘생겨서 화제가 되는 래퍼는 있어도 인성이 착하다며 이슈를 몰고 다니는 래퍼는 흔치 않다. 하루 만에 합격이 번복되며 탈락자가 된 한해. 그럼에도 차라리 속이 시원하다며 눈물을 훔치는 그를 보며 많은 여성 팬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촬영 당일, 소나기가 쏟아지는 악천후에도 미소를 지으며 멋진 포즈를 취해준 그에게 소문대로 정말 착하다고 스태프 중 한명이 농담을 던졌다. 한해가 한마디 했다. “저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예요". 더스타 9월호가 한해를 만났다.

▶ 한해. 한글 이름이죠?


본명은 정한해에요. 한이라는 글자에 좋은 뜻이 많아요. 누나가 별이고 제가 해에요.

▶ '쇼미더머니4'에 나간 이후에 주변 반응이 어땠어요?

이래저래 피해본 사람이 많잖아요. 프로그램 특성상 수혜만 있을 수는 없어요. 저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나가길 잘한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잘해주고 주변 친구들도 좋아해요. 사실 시즌3까지는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만 봤다면 시즌4가 되면서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반 대중들이 많이 알아봐주셔서 고마워요.


▶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미디어의 노출이 가장 필요해서죠. 랩퍼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나오는 이유에요.

▶ 의외네요. 저는 뭔가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나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잔인한 요소가 많은 프로그램이예요..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경쟁 대회에 참가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 지난화를 보면 한해씨가 “사실 브랜뉴뮤직팀이 아닌 다른팀을 선택하려고 했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브랜뉴뮤직팀을 선택했죠?

서출구씨가 ‘인터뷰를 한시간정도 했는데 그게 안 나갔다’고 기사가 났잖아요. 모든 참가자들이 그래요. 저도 제가 한 말 중에 99%는 안 나왔거든요. 제가 브랜뉴뮤직을 간 이유는 따로 있어요. '쇼미더머니4' 현장 분위기를 보면 브랜뉴뮤직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심사위원이 “어디가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면 “브랜뉴뮤직 빼고 다요” 이렇게 말했어요. 저한테도 다 들렸단 말이에요. 어차피 저는 '쇼미더머니4'가 끝나도 다시 브랜뉴뮤직에서 음악을 할 거잖아요. 그렇다면 우리 회사가 트랜디한 음악을 할 수 있고 좋은 뮤지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제작진이 편집을 이상하게 했군요?

그런데 그 편집에 대해서 저는 악마의 편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프로그램은 한 시간짜리인데 수십 명이 출연하잖아요. 모두의 사정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좀 아쉽지만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데서 얘기를 해야죠 뭐.

▶ 불평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사실 '쇼미더머니4' 자체도 논란이 있지만 시청자들이 그걸 키워가기도 해요. 굉장히 순수한 의도도 정치적으로 만들 때가 있거든요. 제가 만약 지코&팔로알토 팀을 선택했다면 제가 지코형이랑 친하니까 갔다고 했을 거고 YG를 선택했다면 회사가 크니까 거길 선택했다고 비난할거에요. 순수한 상황인데도 그렇게 비춰지더라고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 솔직히 말하면 저도 회사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제가 겪은 '쇼미더머니4'는 방송보다 더 리얼하고 어느 면에서는 공정성도 있어요. 실제로 못하는 사람들이 떨어졌고 잘하는 래퍼들이 살아남았거든요.

▶ 한해 씨는 탈락하고 나서 오히려 팬이 많이 생겼어요.

저도 봤어요. 기사도 많이 나고 SNS 팔로워도 많이 늘었어요. 제가 좋은 이미지가 생긴 동시에 회사는 엄청 욕을 먹고 있어요. 저는 브랜뉴뮤직에서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에요. 얻은 건 제 인지도 정도?

(*브랜뉴뮤직은 블랙넛과 한해의 탈락을 번복하며 합격한 한해를 불합격시킨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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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한해 /사진제공=더스타


▶ 한해 씨는 힙합을 하기엔 사람이 너무 착한 거 아니에요?

저 그렇게 안착해요. 부모님의 영향 덕에 예의는 바를 수 있어도 꼭 그렇게 착한 생각을 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윤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죠.

▶ 본인이 쓴 가사 중에 그런 속마음이 드러난 가사가 있어요?

‘현실에 젖어있는 형들이 내게 조언이랍시고 가늘고 길게 가라네. 미안해요. 나는 건강하고 젊어서 그런지 형 말에 동의할 수 없어. 형의 바램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제 주변사람들은 다들 저보고 잘하긴 하는데 색깔이 없다고 했거든요. 방송이 나간 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잘한다고 해요. 그리고 갑자기 제가 색깔 있는 래퍼가 됐어요. 제가 4년 동안 늘 들어왔던 말이 색깔이 없다는 말이었는데 웃기잖아요. 이 가사는 주변사람들에 대한 충고였어요. 제가 착하지 않다고 한 게 이거예요. 저는 할 말은 하거든요.

▶ 만약에 우승해서 상금을 받았다면 그걸로 뭘 했을까요?

사실 우승할 생각은 없었어요. 너무 까마득해 보였거든요. 솔직히 상금도 얼마 안돼요. 총 상금이 1억인데 세금을 떼고 참가자들이 나눠 갖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보다 이거 우승한다고 해서 일확천금을 얻는 건 아니었어요.

▶ '쇼미더머니5'에도 참가할 의향이 있어요?

이정도면 됐어요. 랩과 음악을 길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생긴 것 같아서요.

▶ 새로운 앨범은 언제 발표할 예정이에요?

아직 정해진 곡은 없어요. 싱글 단위로 곡을 계속 내고 싶어요. 사실 저번에 솔로 앨범을 내봤는데, 좀 아깝더라고요. 다 열심히 만든 곡인데 타이틀곡 외에 수록곡들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싱글단위로 곡을 발표할 예정이에요.

▶ 이런 기세라면 음원차트를 점령할 수도 있겠네요?

'쇼미더머니4'가 끝나고 다들 뭔가 크게 터뜨리길 바라는 분위기에요. 제 무드는 그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저는 좀 더 초연해졌어요. 차분해요. 오버하기 싫어요. 제 무드가 그래서 그런지 노래 자체도 그런 내용인 것 같아요. 저는 좋은 음악하면서 살고 싶어요.

▶ 한해의 음악과 팬텀의 음악은 어떤 차이가 있어요?

조금 다를 수 있죠. 하지만 팬텀은 제가 좋아하는 부류의 음악을 해요. 저 혼자 할 때와는 달리 팬텀은 좋은 시너지가 나요.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해주니까요. 어떤 노래는 저희 엄마도 좋다고 해요. 심지어 조용필 선배님 쇼케이스에 초대되어 간적도 있어요. 조용필 선배님의 팬들도 노래 좋다고 해주셨거든요. 그건 정말 가치 있는 일이예요.

▶ 솔로활동은 어땠어요?

음원 순위는 형편없었어요. 그냥 첫 발걸음 정도라고 생각할래요. 팬텀보다는 좀 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는데 의의가 있죠.

▶래퍼로서 극복해야 할 게 있다면?

강심장이 되고 싶어요. 어쨌든 제가 가사를 까먹었다는 건 압박감에 졌다는 것이죠.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해요. 저는 제 분수를 너무 잘 알아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어야 무대에서 빛이 날 수 있거든요.

▶ 한해는 어떤 가수가 되고 싶어요?

평생 동안 감 잃지 않고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가늘고 길게 가는 가수가 되겠다는 건가요.

오래한다고 가는 건 아니죠.

▶ 10년 뒤에는 뭐하고 있을까요?

저는 100% 자신할 수 있어요. 음악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작업하고 싶어요. 외국은 영감 천지잖아요. 만약 결혼을 했다면 가족 다 같이 갈 생각이예요.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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