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에 운까지'..더욱 무서워지고 있는 '9월의 거인'

국재환 기자 / 입력 : 2015.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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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으로 5위 싸움을 펼치는 롯데에게 행운까지 따르고 있다. /사진=뉴스1





하늘도 롯데의 5강을 바라는 것일까. 9월 들어 고공행진을 펼치며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롯데에게 운도 따르는 모양새다.


롯데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승부 끝에 9-7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2연승에 성공한 롯데는 64승 67패 1무를 기록, 한화를 누른 6위 KIA(62승 67패)와의 격차를 1경기로 유지하며 5위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선발의 이름값에서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이날 롯데 선발은 8월 30일부터 대체 선발 임무를 수행 중인 베테랑 좌완투수 이명우였다. 반면 두산 선발은 올 시즌 17승을 따내며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이자,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유희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유희관이 롯데와의 두 차례 등판(16이닝)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으로 초강세를 나타냈던 만큼, 롯데가 전날 거둔 8-2 완승의 기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예상대로 롯데는 4회까지 두산에게 끌려갔다. 이명우가 1회초 양의지에게 선제 스리런 홈런을 맞은 뒤, 3회초 1점을 만회했지만 3회말과 4회말에 각각 1점씩을 내주는 바람에 스코어는 1-5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유희관과 세 번째 맞대결에 나선 롯데 타자들은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1-5로 끌려가던 5회초. 롯데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두 타자 최준석의 초대형 솔로 홈런(비거리 135m)으로 한 점을 만회했다. 이어 정훈이 1루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오승택, 안중열, 손용석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이 유희관을 상대로 3안타와 함께 1점을 뽑아내 3-5까지 좇아갔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앞선 두 타석에서 2루수 땅볼, 2루수 방면 병살타로 아쉬움을 남긴 손아섭이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때려 2루에 있던 안중열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계속된 1사 2, 3루 기회. 롯데는 후속 타자 김문호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황재균이 유격수 방면 깊숙한 땅볼 타구를 만들며 5-5 동점을 만들었다.

타선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롯데는 박세웅에 이어 등판한 이성민이 1사 1,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뒤, 6회초 1사 이후 최준석의 볼넷, 정훈의 중전 안타로 1사 1, 2루 찬스를 만들고 유희관을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리드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여기서 롯데는 바뀐 투수 노경은으로부터 오승택이 볼넷을 얻어 1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고, 안중열의 2타점 적시 2루타를 앞세워 마침내 7-5로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순전히 실력으로 리드를 잡은 모습이었다.

경기 후반부터는 행운이 잇따랐다. 롯데는 7-5로 앞선 6회말 이성민이 선두 타자 오재원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후속 타자 홍성흔의 총알 같은 타구가 1루수 손용석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간 덕에 별다른 위기 없이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7회에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이성민이 허경민, 민병헌에게 각각 중전 안타, 볼넷을 내줘 무사 1, 2루 상황을 자초했고, 구원 등판한 좌완 불펜요원 강영식이 김현수,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7-7 동점을 허용했다.

경기가 원점이 된 점은 크게 아쉬웠다. 설상가상으로 롯데는 무사 1, 2루의 역전 위기까지 맞게 됐다. 여기서 강영식은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오재원을 투수 땅볼로 유도해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두산 벤치가 요청한 합의판정에 의해 타자 주자 오재원은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고, 2사 1, 3루 위기가 이어졌다. 게다가 오재원이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켜 상황은 2사 2, 3루가 됐다. 안타 한 방이면 역전뿐만 아니라 점수 차가 2점까지도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행운이 찾아왔다. 강영식이 홍성흔과의 승부에서 던진 3구째 공이 폭투로 연결됐지만, 이 공이 이민호 구심의 다리에 맞은 덕에 백네트까지 굴러갈 공이 홈플레이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멈춘 것이었다. 롯데는 재빠르게 이 공을 잡은 포수 안중열이 폭투를 틈타 홈으로 질주한 3루 주자 김현수를 잡아내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경기는 7-7 동점에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롯데와 두산은 11회까지 상대 불펜진에 막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접어든 12회. 여기서 행운의 여신은 롯데 쪽에 미소를 지었다.

롯데는 12회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 최준석의 2루타, 정훈의 희생 번트로 1사 3루라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안타 한 방, 또는 희생타 하나면 다시 한 번 리드를 잡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득점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나왔다. 두산의 좌완 불펜요원 진야곱이 오승택과 승부하던 도중 3구째 던진 공이 포수 양의지의 키를 넘어가는 폭투로 연결된 것이었다. 이때를 틈타 3루에 있던 대주자 김재유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홈으로 파고들어 팀이 리드를 잡는 귀중한 점수를 안겨주는데 성공했다.

두산으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양의지가 재빠르게 달려 공을 잡았기에 송구만 정확히 이뤄진다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의지는 홈으로 공을 던지지 않았고, 그렇게 분위기는 롯데 쪽으로 넘어갔다.

행운의 득점으로 리드를 잡은 롯데는 이어 오승택의 안타와 2루 도루, 대타 박종윤의 1타점 적시타를 묶어 완벽하게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이날 1군에 복귀해 10회와 11회를 완벽하게 틀어막은 심수창이 삼진 2개를 곁들이며 12회마저 삼자범퇴로 정리한 끝에 짜릿한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다. 그럼에도 롯데는 실력을 바탕으로 끈질긴 승부를 이어갔고, 경기 막판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으며 5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더군다나 '천적'으로 군림한 유희관마저 격침시키는 등, 두산과의 남은 4경기에서도 더욱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실력에 운까지 더해지니 기세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지금의 모습만 놓고 본다면 롯데의 5강 진입 및 포스트시즌 진출에 더 큰 기대를 걸어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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