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두산 유희관과 355승 투수 그렉 매덕스 비교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9.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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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시속 130km대의 느린 공 투수인 두산 좌완 유희관(29)이 22일 롯데전서 18승째를 거두면서 과연 그가 1999년 정민태 이후 16년 만에 토종 20승 투수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희관이 20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2경기 더 등판을 해야 하는데 다음 선발 경기에서 19승째를 거둔다면 두산 김태형감독은 그에게 20승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음 등판에서 19승에 실패하면 20승 가능성은 없어진다. 두산은 즉시 포스트시즌 체제로 전환해 유희관의 컨디션 조절에 들어가게 된다.

글쓴이가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직접 본 투수들 가운데 유희관은 통산 355승227패, 평균 자책점 3.16을 기록하고 지난 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마이크 매덕스와 가장 비슷한 투수이다.

좌완과 우완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작은 체구와 배가 볼록 나온 것까지 닮았다. 그렉 매덕스는 선수 시절 겨울에는 라스베가스에서 개인 훈련을 했다. 그런데 러닝이나 웨이트트레이닝 보다는 아령으로 오른팔 근력 강화에 주력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그렉 매덕스는 "나는 오른 팔로 던지는 투수이다. 오른팔만 튼튼하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렉 매덕스를 그라운드 옆에서 보면 검은 테 안경을 쓰고 배가 나오고 다리가 아주 가늘어 길을 가다가 만나면 '메이저리그 300승 투수'라고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1966년생인 그는 2008시즌 LA 다저스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할 때, 42세의 나이까지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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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매덕스. /사진 AFP=News1


유희관과 그렉 매덕스의 공통점이 있다.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좋은 공, '굿 스터프(good stuff)'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공의 위력이 떨어지면 '피처빌러티(pitchability)'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피처빌러티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이다. 공을 던진다는 '피치(pitch)'와 능력을 말하는 '어빌러티(ability)'를 조합해서 만든 야구 용어로 번역하면 '공을 던지는 능력(pitchability)'을 말한다.

'피처빌러티'는 투구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공을 조절하는 '커맨드(command)' 능력, 투구 시의 동작, 자세 등이 피처빌러티의 범주에 속해 있다. 투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가, 몸쪽 바깥쪽을 지속적으로 옮겨가며 투구할 수 있는가, 릴리스 하기 직전의 어느 순간까지 공을 타자에게 보여주지 않고 버티는가도 피처빌러티의 영역이다. 패스트볼이 평균 수준 밖에 되지 않아도 볼 끝의 흔들림이 큰 것 역시 스피드건을 가지고 측정할 수 없는 구위로 인정된다.

투수에게 있어 피처빌러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찬호가 시속 16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199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한국 야구계에서 메이저리그에 대해 안다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그 정도의 공 스피드는 마이너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평가절하 했다. 그들의 지적은 피처빌러티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특급 스피드의 공을 가진 것은 인정하지만 '피처빌러티'에서 버틸 수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피처빌러티'는 부족하고 위력적인 공만 가지고 있는 투수들의 특징은 자신의 구위를 가지고 타자를 무작정 누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찬호가 부상으로 고전하던 텍사스 시절 보여준 바와 같이 마운드에서 과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그렉 매덕스 같은 투수는 스트라이크 존의 코너 코너를 찌르면서 스트라이크 존 밖의 아웃코스로 공을 던져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매덕스는 '완성된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설'이 된 좌완 톰 글래빈은 그렉 매덕스와 동갑으로 역시 피처빌러티를 갖춘 대표적인 투수이다. 전성기 때는 포심 패스트볼이 93마일(약 150km)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뛴 뉴욕 메츠시절에는 피처빌러티로 승수를 추가해 305승에 도달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682경기에 출장했는데 모두가 선발 등판이었다는 사실도 특이하다.

그런데 톰 글래빈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1번으로 지명받지 못했다. 패스트볼이 위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톰 글래빈은 1984년 6월 MLB 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부터 2라운드에 지명 받았다. 그는 애틀랜타 입단 후 피처빌러티 개발에 집중해 공을 타자가 보지 못하도록 숨기고, 스피드를 변화시키면서 빠르지 않아도 끝이 좋은 패스트볼을 다듬어 냈다. 그는 피처빌러티로 빅 리그에서 300승 이상을 올리는 투수가 된 것이다.

물론 시속 155㎞ 이상의 폭발적인 '파이어볼(fireball)'을 가지고 있다면 타자를 상대로 던지기가 쉬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시속 140㎞ 안팎의 공에 피처빌러티를 접목시키면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시대를 열 수가 있다.

유희관이 특유의 피처빌러티로 시즌 후 열리는 '프리미어 12'에서 미국 일본 등의 타자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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