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삿포로 참사'의 교훈.. '실력차'는 정말 존재하는가?

삿포로(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11.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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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서 0-5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물 안 개구리였을까. 이 정도로 실력 차이가 현저한 게 과연 사실인 것일까. 물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랭킹 '1위'와 '8위'의 격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바로 '실력'의 차이. 그리고 불현듯 지난 2014년 여름 브라질 월드컵이 떠올랐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8일 오후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 야구 대표팀과의 '2015 WBSC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0-5로 완패했다.

이날 1회부터 9회까지 한국은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특히 최고 구속 161km까지 나온 일본 선발 오타니의 강속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오타니는 6이닝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대회 첫 승리 투수가 됐다. 반면, 한국은 점수를 뽑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작전도 걸어보지 못한 채 허망하게 패했다.

야구 역사를 통해 들여다봐도 아직 일본 야구가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은 인프라부터 시작해서 경기장 시설과 코칭스태프, 체계적인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도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어 40년을 향해 가고 있다. 또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선수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자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야구 선진국 일본에서 바늘구멍을 뚫고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이 삿포로돔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국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일본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A선수는 '저 일본 선수는 잘 생긴 누구더라'라면서 동경의 눈빛을 보냈다. 또 다른 B선수는 삿포로돔의 시설을 본 뒤 "바로 이게 야구장이지, 아니 (한국과) 왜 이렇게 다른 것인가"라고 짐짓 큰소리를 치면서 일본 시설에 대해 부러움을 표했다.

결국 이날 한국 선수들은 오타니의 호투에 꽁꽁 묶인 채 무릎을 꿇었다. 분명한 것은 이번 개막전에서 양 국가 간 엄연한 '실력' 차이가 느껴졌다는 점이다. 리그서 150km대의 빠른 공만 보고 자란 선수들에게는 난생 처음 보는 160km대 오타니의 속구가 참으로 버겁게 느껴졌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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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이 브라질 교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 와중에 박병호와 김현수만이 자존심을 살렸다. 김현수가 4회 1사 후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포크볼(145km)를 공략, 우전 안타를 올렸다. 노히트 행진을 끊는 안타였다. 5회에는 박병호가 선두타자로 나와 주자 없는 상황서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2루타를 쳤다. 공교롭게도 오타니를 상대로 안타를 친 모두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 둘 외 나머지 타자들은 오타니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이 미트에 꽂힌 뒤에 배트가 돌아갈 정도로 오타니의 공은 빨랐다. 일부 선수들은 맞히기에만 급급했다. 수비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가 나왔다. 강민호가 블로킹에 실패했고, 손아섭이 아쉽게 다이빙 캐치를 실패했으며, 황재균 역시 직선타를 캐치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이런 작은 것들 하나가 일본과의 차이, 즉 '실력의 차이'였던 것이다.

문득,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떠올랐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 대표팀은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채 조별 예선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약체로 평가하던 알제리에게 2-4로 무너졌다. 이어 벨기에전에서는 상대가 한 명 퇴장 당했지만, 결국 한 골도 터트리지 못한 채 0-1로 패했다. 1무2패 예선 탈락. 허울 좋은 해외파들을 앞세워 본선에 임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결국 세계 축구와의 '실력 차'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회서는 참가하는 12팀 중 8팀이 8강에 진출한다. 각 조에서 4위까지 8강에 오르는 것이다. 각 조에서 5,6위만 피하면 되기에 8강 진출 가능성은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랭킹 8위에서 볼 수 있듯이, 객관적으로 한국은 8강에 턱걸이로 올라갈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과연 한국 야구는 이번 세계 대회를 통해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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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0-5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후 이날 선발로 나서 활약을 펼친 일본 오타니가 마무리 마츠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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