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野球] 한국 승리 지켜낸 정근우·민병헌의 '천금 호수비'

[프리미어12 관전평] 물흐르듯 매끄러웠던 벤치의 투수교체 타이밍도 일품

양승호 해설위원 / 입력 : 2015.11.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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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4강 진출 확정지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5회말 한국 수비 무사1,2루.


4회까지 잘던지던 장원준이 선두타자부터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그리고 나선 후속 에르난데스에게 또다시 우전안타를 맞았다. 타구를 걷어낸 우익수 민병헌의 송구가 홈이 아닌 3루로 향했다. 결국 1실점은 했으나 3루로 뛰던 1루주자를 잡아내며 소중한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었다.

홈송구를 시도했다면 자칫 1실점후 무사2,3루를 허용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장원준으로서도, 교체되어 올라오는 불펜투수로서도 상당히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대량실점사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위기를 최소실점으로 막아낸 민병헌의 탁월한 선택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에 앞서 4회말 수비 1사 2루.


쿠바 4번 데스파이그네가 2루와 유격수 사이를 빠지는 타구를 날렸다. 헌데 어느 사이 그 위치엔 정근우가 자리했고 자칫 외야로 빠져나가 2루주자 구리엘을 홈으로 불러들일뻔 했던 타구는 평범한 2루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아마도 데스파이그네의 타구가 좌측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음을 파악하고 미리 위치를 선점했던 정근우의 센스덕일 것이다. 결국 후속 알라르콘이 중견수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며 쿠바로선 맥풀린 이닝이 되고 말았다.

야구에서 분위기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2회 5득점하는 빅이닝을 만든 후 3,4회 공격서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던 중이었다. 데스파이그네의 타구가 외야로 뻗어나가고 구리엘이 득점했다면 0-5로 끌려가던 쿠바가 오히려 분위기를 가져가며 경기양상이 어떻게 흘렀을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결국 16일 쿠바전 승리는 활발한 공격만큼 빛났던 수비가 있었기에 누릴 수 있었던 영광이었다.

여기에 매끄럽게 진행된 벤치의 투수교체도 일품이었다. 장원준은 4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다. 볼 하나 바깥쪽으로 빠지는 서클 체인지업은 일품 이었다. 5회 들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벤치는 2사 1,2루에서 장원준을 내렸다. 5-1로 앞서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끌고갈 여지는 있었으나 벤치는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 교체했다. 이날 투구수는 66개에 불과했지만 실제로 장원준이 금년 한 시즌 던져온 이닝수를 생각하면 힘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벤치의 판단은 정확했다고 본다. 비록 장원준은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 했지만 토너먼트 경기에선 승리 투수라는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장원준에 이어 임창민-차우찬-정대현-이현승으로 이어지는 교체타이밍은 물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시의적절했다. 불펜 역시 코칭스태프의 신뢰에 걸맞는 성과를 착실히 끌어냈다.

반면 쿠바의 마운드는 선발 몬티에트의 조기몰락으로 엉망진창이 된 느낌이다. 몬티에트는 제구력은 좋았으나 한국팀을 압도 할 수 있는 결정구가 없었다. 한국 타자들이 몬티에트의 하나 정도 빠지는 슬라이더에 속지 않아 결국 2회 빅이닝을 만들며 강판시킬수 있었다. 선발투수의 조기강판은 벤치와 선수단 모두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안긴다. 바뀐 투수 모이넬로마저 희생번트와 2안타를 얻어맞고 곤잘레스로 교체, 곤잘레스 역시 이용규 김현수만 상대한 채 라헤라로 교체되는 2회 상황을 보면 쿠바선수단이 몬티에트의 조기강판에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날 한국 타자들은 쿠바 투수들의 변화구를 아주 잘 공략했다. 이제 일본 투수들의 빠른 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동경대첩에서 필승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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