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2016 병신년 35주년 한국프로야구에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1.0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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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 /사진=뉴스1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가 병신년(丙申年) 새해 35주년을 맞았다. 글쓴이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10구단 시대를 연 2015시즌을 돌아보며 우리 프로야구가 첫 발을 내디디며 내세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생각했다. 35번째 시즌을 시작하는 한국프로야구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가?


오는 8월 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개최된다. 한국프로야구 스타 출신들인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부상과 수술에서 회복 중인 LA 다저스 류현진, 피츠버그 강정호, 1억 달러 몸값을 자랑하는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등의 활약으로 메이저리그는 1994년 박찬호가 개척자가 된 이후 가장 강력하고 깊숙하게 한국 야구팬들의 곁으로 찾아온다.

2015년을 돌이켜보면 정규 시즌 736만529명의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으나 추문이 시즌 내내 이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음주운전에 도박, SNS폭로 파문이 벌어졌다.

삼성 간판 선수들이 연루된 도박은 사실상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향방에 영향을 줄 정도로 결정적이었다. 2012년 불법 베팅사이트 기록 조작 사건, 2008년 인터넷 도박 파문, 2004년 대규모 병역 비리 등을 돌이켜보면 한국프로야구가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경쟁 무대로 건전하게 성장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아마추어 야구는 어떤가. 또다시 입시 비리, 승부 조작, 성적 증명서 발급에 대한 행정상의 난맥으로 역대 가장 혼란스러운 기간을 보내고 있다.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한야구협회가 사고 단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1904년 시작된 한국 야구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06년 12월29일 미국의 전국 신문인 USA 투데이는 '2007년 나는 이렇게 하기로 결심했다(In 2007 I resolve to ~'는 주제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결정하는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듣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고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던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는 "이제 골프를 왼손으로 치겠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슬러거였던 배리 본즈는 "754홈런을 치고 아름답게 은퇴하겠다"고 했다.

과연 그들의 신년 결심과 약속은 지켜졌는가. 배리 본즈가 754홈런을 치고 은퇴하겠다고 말한 것은 행크 애런의 기록인 755호 홈런 기록을 깨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통산 734홈런을 기록 중이었던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 홈런 기록(755개) 타이에 21개, 신기록 작성은 22개를 남겨 놓고 있었다.

배리 본즈의 결심은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었다. 배리 본즈는 2007시즌 8월 5일 샌디에이고전에서 헨슬리를 상대로 755호 홈런을 터뜨려 타이 기록을 세운 뒤 사흘 만인 8월8일 AT&T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마이크 배식에게 756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미 그의 홈런은 불법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에 오염된 기록이 돼 있었다.

지금도 전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실릭은 의심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배리 본즈와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 경쟁, 배리 본즈의 홈런 신기록 등을 통해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다시 메이저리그에 집중시켜야 했는데 이를 위해 '금지 약물 사용'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여전히 나온다.

한국야구에 메이저리그와 배리 본즈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정직과 당당함, 깨끗하고도 치열한 경쟁, 뜨거운 땀과 노력이 넘쳐나는 스포츠가 돼야 한다. 그래야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구본능), 대한야구협회(KBA, 회장 박상희)의 역할, 프로야구 이사회, 대한야구협회 이사회 대의원 총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대한야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는 3월까지 조직을 통합해야 한다.

프로야구의 행정을 이끌고 있는 KBO의 리더십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2015 시즌 KBO가 생각해낸 신의 한 수는 바로 '5위 와일드카드 도입'이었다. 이 한 장의 와일드카드를 따내기 위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졌다. 팬들은 시즌 최종전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리그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울러 KBO를 비롯해 각 구단들 및 중계 방송사들도 팬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를 보면, 라커룸 취재가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취재진의 라커룸 출입이 제한돼 있다. 이는 좀 더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휴먼 스토리'의 부재로 이어진다. 선수들과의 접근이 좀 더 용이해진다면 팬들은 더욱 더 풍부한 '휴먼 스토리'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기 도중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실시해 팬들에게 전하는 것도 팬들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현재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인 K리그나 KBL(한국프로농구)에서는 하프타임이 끝난 뒤 감독들과 실시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팬들은 이를 보고 들으며 후반전 전략들을 미리 그려볼 수 있다. 또 더그아웃 근처에 마이크를 설치, 선수들끼리 나누고 외치는 생생한 육성을 담는 것은 어떨까. 팬들은 입체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마치 '3D 중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골프를 왼손으로 치겠다'던 타이거 우즈가 새해 41세가 됐다. 스캔들로 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그는 잦은 부상으로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그 누구도, 어떤 조직도, 어떤 프로리그도 한 순간에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2016년 병신년 한국 야구가 정정당당함을 회복한 채 추락의 덫을 피해 활짝 비상의 날개를 펼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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