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14연전' LG의 지옥일정, 누구의 책임인가

광주=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3.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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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야구장.





"3차 캠프 하라는 거 아닙니까. 스케줄이 말이 안됩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시범경기 일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안방을 놔두고 2주 동안이나 전국을 떠돌아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이후 변변한 휴식도 못한 채 다시 원정길에 올랐으니 강행군이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다. KBO가 일정을 짜기 이전에 구단과 서울시가 먼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LG는 8일부터 서울을 떠나 광주, 창원, 울산, 대전, 수원, 인천, 대구를 거쳐 24일에야 첫 홈경기를 치른다. 너무 긴 원정 탓에 LG는 선수단을 훈련조와 경기조로 구분했다. 첫 훈련조는 아예 광주에 동행하지 않았고 창원으로 합류한다. 이때 일부 선수들은 다시 이천으로 올라간다.

양 감독은 "어느 팀은 홈에서 푹 쉬면서 10연전을 하는데 우리는 계속 원정이다. 원정은 둘째 치고 훈련할 시간도 없다. 3차 캠프를 또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스케줄이 말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선수단 운영을 이원화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아쉽다. 내년에는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KBO도 난감하다. 잠실 경기를 배치하지 않은 이유는 공사 때문이다. 매년 3월이면 잠실구장 보수공사를 실시한다. 관중석이나 테이블, 불펜 등 큰 공사는 아니다. 올해는 18일까지 공사가 예정됐다. 때문에 잠실을 같이 쓰는 두산도 19일에야 첫 홈경기가 잡혔다.

현장에서는 또 하필 공사를 1, 2월에 하지 않고 굳이 시범경기가 열리는 3월에서야 하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잠실구장은 서울시 산하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서 담당한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3월에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관계자는 "공사 계획은 보통 7월에 세운다. 구단 요구 사항을 접수해 계획을 잡는다. 시의회 승인은 12월에 떨어지며 예산은 1월에 나온다. 설계는 미리 다 해놓는다. 시 행정이다 보니 업체도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해야 한다. 2월 중순에 계약이 되면 착공은 3월이다. 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즉, 3월 공사도 서울시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서두른 결과물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공사를 더 앞당기는 건 불가능한 걸까.

이에 대해서는 "현행 절차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공사를 3월이 아니라 아예 시즌이 끝난 다음에 하면 된다. 구단과 합의만 되면 상관 없다"고 방법을 내놓으면서도 "그런데 작년에 요청한 공사를 거의 1년 반이나 뒤에 해주면 구단이 싫어하지 않겠느냐"며 우려했다.

당장 2017년 공사를 연말로 미룬다면 2017년 7월에는 2016년 7월의 요청건이 반영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새 안을 또 짜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시와 업무 공조를 하는 구단의 담당 부서는 구장관리본부다. 여기에는 LG와 두산에서 각각 2명씩 파견된다. LG와 두산 선수들은 잠실을 홈으로 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팀들보다 불리한 일정을 감수하고 있다. 공사는 서울시가 하고 일정은 KBO가 짜지만 결국 실마리는 구단이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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