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날아간 적토마, 팬들은 기다린다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6.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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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병규(가운데). /사진=LG트윈스 제공





종아리가 터지는 줄도 몰랐다. 자신의 팀 내 입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마음이 앞섰을까, 적어도 전반기 복귀는 물건너 갔다.


'적토마' LG 트윈스 최고참 이병규(9)는 29일, 종아리 근육 파열 진단을 받았다. 경기 도중 다친 것도 아니었다. 평소처럼 훈련을 시작하다 불편함을 느꼈고 혹시나 해서 병원을 찾았다. 구단은 재활기간으로 최대 4주를 예상했다. 조용히 칼을 갈던 이병규에게 날아든 소식은 콜업이 아닌 회복이었다.

이병규는 21일 이후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부상 때문이 아닌 일상적인 휴식이었다. 비록 2군 경기였지만 체력 안배는 필요했고 5월 초에도 길게 쉰 적이 있었다. 종아리 통증은 달고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견딜 때까지 견디다가 검사를 받은 것이다.

사실 LG가 그린 2016시즌에 이병규는 없었다. 지난 겨울 2차 드래프트에서 이진영을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직접적인 칼날이 이병규를 향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방치됐다. 퓨처스리그에서 3달 동안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엔트리가 변경될 때마다 이병규는 외면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병규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적어도 기량 때문에 1군에 올릴 수 없다는 평가는 들어서는 안됐다. 후배들이 수두룩한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 항상 제일 먼저 나와 솔선수범했다. 30일 현재 퓨처스리그 규정타석에는 미달하지만 타격 1위다. 한국 나이로 43세인 이병규가 1군도 아닌 2군에서 몸이 상할 정도로 뛰었다.

일부 LG 팬들은 6월 중순부터 홈 경기마다 5회말이 끝난 뒤 클리닝 타임 때 이병규의 응원가를 부르며 시위를 하고 있다. LG는 그동안 '리빌딩'이라는 올 시즌 팀이 정한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 이병규를 외면했지만 이제는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게 됐다. 전반기 아웃은 확정이며 경기 감각 회복 기간까지 고려하면 복귀 가능 시점은 빨라야 8월이다.

이병규와 LG의 계약은 올해까지다. 선수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 팬들은 당장 이번 시즌 성적도 원하고 장기적인 리빌딩도 바라고 이병규의 화려한 복귀도 염원한다. 그러나 레전드의 초라한 은퇴를 담보로 한 성적 혹은 리빌딩을 지지할 팬은 없다. 정작 1군에 올라와 병살타를 쳤을 때 비난을 할지언정, 그것도 팬들의 몫이다.

'적토마' 이병규를 상징하는 등장곡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가 너무 늦지 않게 잠실에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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