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헥터 완투의 '역설'.. 불펜이 강했다면?

인천=김동영 기자 / 입력 : 2016.08.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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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완투승을 거둔 양현종과 헥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가 SK 와이번스와 3연전을 싹쓸이 했다. 특히 2차전과 3차전에서는 '토종 에이스' 양현종(28)과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29)가 나란히 완투승을 따냈다. 하지만 짚어볼 대목도 존재한다. 바로 불펜이다.


우선 양현종은 7월 30일 SK와의 2차전에서 9이닝 동안 121구를 던지며 6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다음날인 7월 31일에는 헥터가 9이닝 8피안타(2피홈런) 1사구 6탈삼진 5실점으로 역투하며 완투승을 거뒀다. 투구수는 127구였다.

이로써 양현종과 헥터는 무려 1402일 만에 이틀 연속으로 '9이닝 완투'에 성공했다. 지난 2012년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서재응-김진우-윤석민-소사가 차례로 완투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이를 바탕으로 KIA는 6연승을 질주했다. 순위도 5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더불어 KIA 불펜은 7월 30일부터 휴식일인 8월 1일까지 3일 내내 쉴 수 있게 됐다. 호재다.


하지만 양현종-헥터의 2연속 완투승을 거꾸로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불펜이 건재했다면, 2연속 완투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즉, 상대적으로 불펜이 헐겁다보니 선발이 길게 갔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양현종과 헥터는 모두 한 점 차 승리를 따냈다. 양현종은 2-1 완투승을 이끌었고, 헥터는 6-5 완투승을 따냈다. 9회 위기가 있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양현종은 9회말 2사 후 2루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를 맞이했고, 헥터는 9회말 연속 2루타를 맞고 1실점을 하기도 했다.

양현종과 헥터 모두 자칫 적시타를 맞기라도 했다면, 동점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홈런이었다면 끝내기 역전패가 된다. 120구 넘게 던지며 완투승을 따냈지만, 손쉽게 얻은 승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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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마무리 임창용.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만약 KIA의 불펜이 강력했다면 어땠을까? 양현종과 헥터 모두 7이닝 혹은 8이닝을 소화하고, 나머지 1~2이닝을 불펜이 삭제하는 시나리오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올 시즌 KIA의 불펜은 썩 강한 편이 못 된다. 불펜 평균자책점 5.64로 리그 최하위다(스탯티즈 기준).

최고참 최영필(평균자책점 3.32)을 제외하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불펜투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4점대도 김광수(4.03) 한 명이 전부다. 이 둘을 제외하면, 심동섭(6.67), 한승혁(6.75), 한기주(6.85), 곽정철(7.91), 임기준(5.04), 김윤동(6.32), 박준표(9.00) 등이 전체적으로 좋지 못하다.

여기에 마무리로 영입한 임창용 역시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임창용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1승 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중이다. 지난 시즌 3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83으로 아주 좋았지만, 올 시즌은 아직까지는 이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마무리 임창용으로 한정하면, 일단 양현종이 등판한 7월 30일 경기는 임창용이 등판할 상황이 되지 못했다. 임창용은 7월 29일 등판해 41구를 소화했다. 연투가 쉽지 않은 투구수다.

다만, 7월 31일 경기는 임창용이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었다. 1일이 휴식일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110구 이상을 던진 헥터를 9회말에도 올렸다. 선두 최정과 다음 이재원에게 연이어 2루타를 맞아 6-5로 쫓겼지만 계속 헥터로 갔다.

보기에 따라서는, 임창용이 건재했다면, 혹은 다른 불펜투수 누군가라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투수 교체가 충분히 가능한 (혹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역설적으로 KIA의 고민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투수진 강화를 위해 SK에서 고효준을 영입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일조일석에 강해질 수 없는 것이 불펜이다. 과연 KIA 불펜진이 안정감을 찾으며 KIA의 뒷문을 든든히 지킬 수 있을까? KIA의 올 시즌 성적이 여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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