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한동근 "언제 질지 모르는 해..두렵다"(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6.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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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근 /사진=플레디스


한동근(23)은 한밤중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라이머였다.

"야 동근아 대단하다!"


"(형이 술을 많이 자셨구나). 예 형님 감사합니다. 술 천천히 드시고요."

"차트 안봤어?"

가수 한동근이 대한민국 가요사(史)를 새롭게 쓰고 있다. 그가 지난 2014년 9월 내놓은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무려 2년 만에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것. '이 소설'은 1위에 오른 뒤 며칠째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일 KBS 2TV 가요순위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는 전주보다 무려 44계단 상승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하나의 '역주행 신화' 탄생이다.


"일이 커졌어요." 인터뷰를 위해 1일 마주한 한동근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천운'(天運)이라는 단어를 썼다.

"저보다는 제 주변 분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거죠. 주위에서 저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주셨어요. 그분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때가 돼서 제가 도구처럼 쓰인 거죠. 참 힘든 시기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천운의 도구로 제가 쓰였다고 생각해요. 저야 감개무량하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한동근은 "제 팬카페나 포털이 댓글을 잘 보는데 '얘가 잘되니까 기분이 좋다'는 댓글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3년 MBC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에서 우승한 이후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는데.

▶처음에 '위탄' 끝나자마자 여러 회사에서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당시 서인국씨가 뜨고 정은지씨랑 연기하고 그런 때였어요. 그래서 저도 잘 될 줄 알았어요. 어렸죠. 사람 일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고요. 좌절도 많이 했어요. 이번에 '이 소설'이 뜨기 전에 프로듀서 형들에게 얘기한 게 있어요. 26, 7살까지 공부를 해야겠다고요. 그런데 '듀엣가요제'가 이렇게 화제가 될지 몰랐어요. 제 곡은 제 스스로 편곡하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편곡 작업 중이었는데 그러다 '복면가왕'에 출연하게 됐고, 좀 더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일이 이렇게 커졌어요. '이 소설'은 처음 나왔을 때 99위였다가 50위권에 오르고 최고 25위까지 올랐었죠. 그랬다가 3일 만에 차트에서 사라진 곡이에요(웃음). 이게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많이 겸손하다.

▶주목 받을 곡이 아닌데요, 워낙 훌륭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저는 옛날 팝송을 좋아하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평생 음악에 미쳐 사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음악과 관중 앞에 겸손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사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어주는 게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더 음악에 진지해질 필요가 있어요. 아직 나이도 어리고요. 제가 진지한 얘기를 할 때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줄지 생각해야죠. 저는 대중의 사랑에 늘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감사드려요.

-소속사(플레디스)에서 이제야 한동근을 신경 써준다는 팬들 얘기도 있던데.

▶회사에는 아티스트마다 시즌이 있어요. 저희 회사는 제게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요. 저희 대표님(한성수)도 따뜻하게 문자 메시지로 응원해주세요. 제가 정말 존경하는 분이죠.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대표님 덕분에 제 생각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뭐가 안되면 하소연할 수 있잖아요. 잘 안 풀릴 때 음악을 관둘 생각도 했어요. 부모님이 대표님을 만나 동근이 미국 가서 공부시키겠다고 한 적도 있죠. 그때 3시간 동안 대표님을 만났는데 부모님이 2시간 동안 얘기를 하셨대요. 동근이에게 왜 지원을 안해주냐고 하소연 하신거죠. 대표님이 그걸 다 듣고 있었다고 해요. 그러다 한마디 하셨대요. 동근이 너무 잘해주시지 말라고. 애가 아직 어려서 굶주림을 모를 수 있다고요. 저는 모질게 얘기하고 있다고. 나는 얘를 아티스트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모질게 할거라고요. 대표님이 주관을 갖고 하나, 하나 저를 위해 헤쳐나가는 단계였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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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근 /사진=플레디스


-회사에 대한 애정이 큰데, 혹시 지분이라도 있나(웃음).

▶제 통장에 지금 5만원 밖에 없어요. 하하하. 부모님께 대표님 말을 전해 듣고 '아 살 빼야겠구나' 생각하고 두 달 동안 12킬로그램을 뺐어요. 내가 안 굶주렸구나, 진짜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나 싶었어요. 주위 분들에게 들었는데 대표님이 회사 회의에서 항상 저를 언급하셨대요. 동근이 어떻게 할거냐고. 물론 진행되는 팀들이 있으니 저는 서브로 얘기하셨겠죠(웃음). 앞으로도 대표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어제(8월 31일) 브이앱 끝나고도 '동근아 잘봤다. 재밌게 봤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문자 외에 지나갈 때 보시면 '너 살 안 빼' 이러고 가세요. 얼굴 대면하고 있으면 굉장히 어색해 하셔서 그렇지 굉장히 따뜻하신 분이에요.

-역주행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하던가.

▶전화 오셔서는 술 드신 상태였는데 '야 동근아 내가 이야기했지, 너는 올라갈 때가 올 거라고. 지금이 그때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행운이 많지 않다. 고맙다' 이러고는 뚝 끊으셨어요. 하하하.

-이번 역주행에 대해 좋은 댓글도 많지만 군대 얘기도 많이 나오더라.

▶간질이라고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정확히는 뇌전증입니다. 뇌에 전류가 약해서 순간적으로 뇌세포가 동작을 안 하는 질병이에요. 처음에는 잠들었다 깨는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기절을 했죠. 기절 안한 지는 한 7개월 정도 됐어요. 음악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예요. 그래서 군대는 재검 끝에 면제를 받았어요. 저 군대에 너무 너무 가고 싶었어요. 제가 합심해서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재검을 네 번이나 받았는데 나중에는 저 군대 가도 되니까 결단을 내려달라고 얘기했어요. '위탄' 끝나고 면제 판정받았습니다. 그때가 미국에서 돌아온 스무 살 때였어요.

-몸이 아픈 게 음악 감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아무래고 그런 게 있죠. 한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자다가 눈을 떴는데 변기에 머리를 부딪힌 채 쓰러져 있더라고요. 머리는 찢어지고요. 제가 기절하고 다음은 바로 생각이 안나요. 병원 가서 머리 꿰매고 왔는데 나는 왜 이러지 싶고 그래요. 저보다 힘든 분들도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제가 아프기에 그분들의 마음을 100분의 1은 이해라고 있지 않나 해요. 앞으로 하고 싶음 음악들도 그렇고 인생에 있어 위로가 되는,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가 '흐린 날'이라고 가사를 쓴 적이 있어요. '나는 햇살 따뜻한 날보다 흐린 날이 좋다. 흐린 날에 너무 적응된 나이기에 밝은 날이 슬플 때가 있다. 언제 질지 모르는 해 때문에 두려운 거다' 이런 가사에요. 현재 작업하고 있는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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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근 /사진=플레디스


-가사의 영감은 어떻게 얻는지.

▶혼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려고 해요. 혼자 생각할 때가 많아요. 영화,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디즈니 애니의 특징이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어른들에게는 위로가 되는 테마를 다뤄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봤던 걸 보고 또 보고해요.

드라마도 영감을 얻는 중요한 소재에요. 최근에는 '함부로 애틋하게'를 보고 있는게 김우빈씨 아파하는 신을 볼 때 그 눈빛이나 숨소리 이런 걸 자세히 들으면서 영상에 몰입하죠. 이 신에서 이 사람이 어떻게 연기를 하나 주의 깊게 봐요. 혼자 상상을 하는데 엔딩이 슬플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대성통곡할 것 같아요. 김우빈씨가 죽으면 얼마나 불쌍해요. 우빈씨 엄마도 그러시면 안되는 데 왜 그러시는지.

-평상시에 어떻게 지내나.

▶스케줄 없을 때는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봐요. 외국은 공연 라이브 영상이 품질이 좋아 보는 맛이 있거든요. 콘서트를 직접 못 가니까 영상을 많이 찾아봐요. 전설들은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집중하고 보다 보면 시간 가는지 몰라요. 친구들 오면 게임하고 그래요(웃음).

-한동근 소설의 끝을 써보면 어떨까.

▶저는 끝보다는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끝은 어차피 죽음이겠죠. 듣고 보는 가수라는 얘기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적 선배님이나 김동률 선배님, 나얼 선배님 같은 분들은 그분들이 곡을 써서 곡제를 '웅덩이'라든지 '봉우리' 이렇게 적어만 놔도 이 사람이 무슨 가사를 썼을지 궁금하잖아요. 노래를 설사 안들을지언정 가사를 읽어보고 싶잖아요. 그런 느낌의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렇기 위해 더 많은 가사를 쓰고 풍경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주시는 길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올라가는 길이 있으니 내려가는 길이 있을 거잖아요. 그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죠. 주변인에 감사하고, 무엇보다 대중들에게 감사하며 살고 싶어요. 정규 앨범이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대표님에게도 라이머 형에게도 요구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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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근 /사진=플레디스


제 곡은 제가 들었을 때 솔직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도 제피(Xepy)형이 가사를 썼지만 제 이야기를 넣을 수 있어 좋았어요. 아티스트가 진정성 있게 부를 수 있는 곡을 정규 앨범에는 담고 싶어요. 제 이야기를 부른다는 걸 신기하게 관중들도 아시더라고요. '복면가왕'에서 '나비야'를 부르는데 '웃는다'는 내용의 가사가 있어 노래하다 살짝 웃었어요. 멋있게(웃음). 그 때 저를 보면서 쓱 미소짓는 관객분이 있으셨어요. 한동근이 부르는 노래는 한동근의 이야기다라는 걸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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