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이 말하는 '아수라'에서 막내로 사는 법(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09.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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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 사진=CJ엔터테인먼트


"노래 하라면 하고, 춤추라면 추고, 술 마시라면 마셨어요. 그게 막내의 역할이죠."

배우 주지훈(34)이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로 돌아왔다. 주지훈은 아수라에서 문선모 역할을 맡아 그동안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영화를 누빈다.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막내로 사랑받은 주지훈의 '막내 생활' 이야기를 들었다.


"형들 모두 이번에 '아수라' 찍으면서 처음 만났어요. 제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촬영하면 어렵지 않느냐고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무서웠죠. 때리고 욕해서 무서운 게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커리어와 후배로서의 존경심 같은 게 있잖아요. 리스펙트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서운 건 잠깐이었어요. 막상 함께 하니 하나도 안 어렵고 너무 좋았어요. 형들이 하라는대로 하면 되죠. 노래하라고 하면 부르고, 춤 추라고 하면 추고, 기라고 하면 기고, 술 마시라고 하면 마셔야죠. 하하"

대한민국 영화계를 주름잡는 쟁쟁한 배우들인 만큼 함께 촬영할 때의 그 에너지도 대단했을 듯하다. 주지훈 역시 함께 촬영하며 자신도 모르게 압도당했다고 털어놨다.

"함께 하면서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영화 촬영을 끝내놓고 후시 녹음을 하면서 그런 것을 크게 느꼈어요. 형님들 모두 연기에 들어가면 눈빛이 바뀌면서 순간적인 호흡이 변하거든요. 그 사람들과 호흡 맞추면서 거기에 맞춰서 나도 변하는데 혼자서 후시 녹음을 하려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후시 녹음을 12시간이나 했는데 결국 그 장면도 다시 동시 녹음으로 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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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주지훈은 함께 촬영한 형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너무 착한 정우성부터, 덜 재밌는 정만식, 목소리 큰 곽도원까지. 주지훈은 형들 이야기에 쉴새 없이 웃으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일단 우성이 형은 인간 자체가 선하게 타고 났어요. 진짜 그렇게 착한 형은 처음 봤어요. 내가 연기하다가 좀 힘들 때면 항상 턱하고 나타났어요. 만식이 형을 형들 중 덜 재밌는 편이에요. 개그가 한 단계 떨어진달까요?(웃음) 도원이 형은 술 먹고 잘 울어요. 그리고 웃음소리가 진짜 크거든요. 확실히 극단에 오래 있어서 발성이 남달라요. 옆에 있음 제 달팽이관이 너무 힘들어 해요. 정민이 형은 연기할 때 가끔 너무 무서워요. 눈 돌아가는 것을 볼 때면 그 눈에 홀려서 대사를 까먹는 것 같다.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어요."

함께 했던 배우들 뿐 아니라 김성수 감독도 주지훈을 극찬했다. 김성수 감독은 주지훈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인지 몰랐다며 현장에서도 열심히 잘 몰입했다고 전했다. 이런 칭찬에 주지훈은 김성수 감독에 대한 칭찬으로 화답했다.

"사실 감독님이 진짜 디테일하고 어려운 주문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따라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저 앞에서 걸어가면 뒤 따라가고 싶은 느낌 같은 것이 있어요. 아마 제가 감독님과 나이 차이가 조금만 덜 났어도 형이라고 불렀을 거예요. 하지만 아버지와 한 살 차이라 차마 형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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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에서 주지훈이 맡은 역할인 문선모는 한도경(정우성 분)과 친형제처럼 지내다가 갑자기 변심하는 인물이다. 선한 인물이었다가 악하게 변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렇기에 문선모가 왜 갑자기 친형 같은 한도경을 배신하고,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에게 충성하는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문선모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저는 연기를 하면서 날 것의 감정, 순간 욱해서 하는 얄미운 말 같은 순간의 찰나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이게 실제가 아니고 결국 텍스트가 있는 것이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그 순간에 감정이 끓는 것을 이야기 하려고 했죠. 실제로 제가 문선모였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박성배가 사람을 수없이 죽이는 것을 봤는데 그 사람 옆에서 말 안들으면 나라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할까요?"

모델로 활동하던 주지훈은 2006년 드라마 '궁'의 주인공 역할을 맡으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벌써 배우 인생 10년을 맞은 주지훈은 데뷔 당시의 꽃미남 하이틴 스타 이미지를 지우고, 액션까지 되는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제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요. 데뷔 초반이랑 지금이랑 달라진 것은 자기 확신이 줄어든 것 같아요. 또 예전에는 누구를 미워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사람이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흐려지는 것 같아요. 무덤덤해지죠 조금.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해봤자 나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주지훈은 자신의 속에 있는 여러가지 색깔을 꺼내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수라' 촬영장에서는 34살의 귀여운 막내로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활력소가 됐다. 아직 어떤 한가지 색으로 정의되지 않고, 다양한 연기와 매력을 선보이는 주지훈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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