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에 티' FC서울 선수의 '도발'과 전북 팬의 '물병 투척'

전주월드컵경기장=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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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팬들과 FC서울 선수단(아래). /사진=뉴스1





많은 이들이 전북의 우세를 예상했다. 전반전이 0-0으로 끝날 때만 해도 전북으로 많이 기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모든 흐름이 박주영의 한 방으로 바뀌었다. 침묵에 빠진 전주성. 전북이 꼭 쥐고 있던 우승 트로피가 손에서 미끄러지는 순간. 이후 후반 막판까지 전북은 파상공세를 퍼부었으나 끝내 골을 넣는 데에는 실패했다.


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 2016 K리그 챔피언은 FC서울이었다. FC서울은 전북 현대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8라운드 최종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사실 전북이 심판 매수 파문으로 인한 승점 삭감 징계를 받지 않았더라면 FC서울의 우승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월 30일 연맹이 전북에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원의 징계를 내리면서 FC서울에게 기회가 왔다. 결국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양 팀의 승점이 똑같은 상황이 됐고, 최후에 웃은 자는 FC서울이었다.

이날 0-1로 뒤진 전북은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권순태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했다. 그만큼 다급하고 절박했다. 그러나 FC서울은 육탄 방어를 펼치며 끝끝내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5분이 다 지난 뒤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FC서울 원정 응원단 쪽에서는 엄청난 함성이 일었고, 동시에 FC서울 선수단도 크게 환호했다.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까지 모두 그라운드 위로 몰려나왔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반면 전북 선수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일부는 그라운드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망연자실. 이날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쳤던 전북 응원단 쪽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승패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전북 응원석 쪽에서 누군가 그라운드를 향해 물병을 투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FC서울의 우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었다. 곧이어 물병 대여섯개가 연달아 그라운드 위로 떨어졌다. 갑자기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물병은 전북 선수들이 주저앉은 곳 근처에도 떨어졌다. 천만다행으로 이물질에 맞은 선수는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물병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전북 응원석 쪽을 향해 기쁨에 찬 세리머니를 펼친 한 FC서울 선수가 보였다. 상대 팬들 쪽을 향한, 다소 도발적인 세리머니였다. 물병이 그를 향해 날아들자 그는 잽싸게 반대편으로 돌아선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더 이상의 물병은 날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상황은 수습됐다. 그에게 패자를 향한 예의와 배려는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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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위에 뒹굴고 있는 물병들(사진 위). 그리고 FC서울의 한 선수가 전북 팬들 쪽을 향해 세리머니를 한 뒤 반대편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이 경기 전까지 전북은 올해 FC서울과의 상대 전적에서 4승 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전북은 올해 시즌 개막 후 33경기 연속 패한 적이 없을 정도로 무척 강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서 일격을 당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허탈함과 절망감은 더욱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FC서울 선수들은 이날 독기를 가득 품고 싸웠다. 경기 후 결승골을 넣은 박주영은 "전북에 연패하면서 선수들의 자존심이 상했다. 한 팀에 계속 진다는 게 안 좋은 것 같다. 저도 그렇고. 전북전은 꼭 잡고 싶었다. 그동안 전북을 만나 어려움을 겪었는데, 큰 경기서 골을 넣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FC서울로서는 꽉 뭉쳐 있던 '한(恨)'을 푼 거나 다름없었다. 박주영의 다소 과격했던 상의 탈의 세리머니, 또 주세종과 레오나르도와의 신경전 모두 승리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담긴 FC서울 선수들의 행동이었다.

선수들도, 감독들도, 팬들도 모두 축구공 하나와 함께 전주성을 뜨겁게 달궜다. 경기 후 한 선수의 도발적인 세리머니와 팬들의 물병 투척 정도가 옥에 티였을까. 내년 시즌, 더욱 뜨거워질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라이벌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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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반 FC서울 주세종과 전북 선수들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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