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클로저 전성시대'구가한 윈터미팅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2.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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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롤디스 채프먼./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지난 주 메릴랜드의 내셔널 하버에서 열렸다.

매년 12월초에 나흘간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수뇌부가 한 곳에 총집결해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은 오프시즌에서 가장 굵직굵직한 이동이 이뤄지는 기간으로 유명하다. 올해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왼손투수 중 하나인 크리스 세일이 이번 윈터미팅 기간 중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아니 그의 경우는 양말을 갈아 신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로 갔으니 흰 양말을 빨간 양말로 갈아 신은 셈이다.


물론 윈터미팅을 통해서만 중요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모든 퍼즐이 풀리려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윈터미팅을 거치면서 구단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이번 윈터미팅에서 나타난 주요 포인트를 짚어본다.

◎클로저 전성시대

이번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는 대부분 팀들이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선발투수 쪽에 특별한 대어가 없다. 몇몇 귀에 익은 이름들이 있긴 하지만 잭 그레인키(애리조나)나 맥스 셔저(워싱턴)처럼 시장 판도를 뒤흔들만한 파괴력을 지닌 선수는 전무하다. 오프시즌 시작 직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두 명의 40대 노장 바톨로 콜론과 R.A. 딕키를 각각 1,250만달러와 800만달러에 1년 계약으로 데려간 것과 에딘슨 볼케즈가 마이애미 말린스와 2년 2,200만달러에 계약한 것, 다저스가 리치 힐과 3년 4,800만달러에 재계약한 것을 빼면 특별한 움직임도 없었다.


반면 구원투수, 특히 클로저 포지션에서는 역대 최고계약 기록이 3번이나 깨졌다. 이번 시즌 전까지 구원투수가 받은 최고의 계약은 조나단 파펠본의 4년 5,000만달러였는데 이번 오프시즌에 이 기록이 3번이나 추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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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멜란슨 /AFPBBNews=뉴스1


우선 전 피츠버그 파이리츠 클로저 마크 멜란슨이 윈터미팅 첫 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4년 6,200만달러 계약을 맺어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어 아롤디스 채프먼이 뉴욕 양키스와 5년 8,600만달러 블락버스터 계약을 체결, 역대 구원투수 최고계약 기록을 세웠고 잰슨은 12일(현지시간) 전 소속팀 LA 다저스와 5년간 8,0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올해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구원투수가 5년 계약을 받은 경우는 지난 2005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B.J. 라이언과 4,75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 유일했는데 올해는 채프먼과 잰슨이 모두 5년 계약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다른 클로저들도 귀하신 몸이 됐다. 채프먼과 재계약을 일찌감치 포기한 시카고 컵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클로저 웨이드 데이비스를 영입해 채프먼의 빈자리를 메웠다. 지난 3년간 110세이브를 올린 화이트삭스 클로저 데이빗 로벗슨도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면서 여러 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역대 그 어느 오프시즌도 이번처럼 클로저들이 이벤트의 중심에 선 적은 없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올해 윈터미팅 최고의 뉴스는 단연 크리스 세일의 보스턴행이었다. 올해 AL 사이영상을 받은 릭 포셀로와 전 사이영상 수상자 데이빗 프라이스, 그리고 떠오르는 너클볼투수 스티븐 라이트가 포진한 선발진에 지난 5년간 70승을 올린 세일이 합류하면서 보스턴은 어쩌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셋업맨 타일러 쏜버그를 밀워키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해 불펜을 안정시키면서 보스턴은 당장 내년 시즌 최고의 월드시리즈 후보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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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으로 이적한 크리스 세일 /AFPBBNews=뉴스1


물론 세일을 얻기 위해 현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요안 몬카다를 포함, 최고 유망주 4명을 내준 것이 장차 뼈아프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세일이 아직도 만 27세로 최전성기로 들어선 투수이고 다음 2년간 구단 옵션이 남아있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 중 하나기에 그 정도의 희생은 기꺼이 감수할 만 하다. 올해 AL 동부조 우승팀인 보스턴은 내년 최소한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하면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지난 4년간 승률 5할을 넘지 못한 화이트삭스는 이번 시즌 본격적인 팀 재건의 기치를 올렸다. 일단 재건을 결심하자 릭 한 단장은 잇달아 홈런을 치며 유망주들을 대거 쓸어 모아 화이트삭스의 미래에 청신호를 밝혔다. 에이스 세일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하면서 MLB닷컴 유망주랭킹 1위인 요안 몬카다를 데려왔고 그와 함께 온 우완선발 마이클 코펙도 만 20세에 이미 시속 105마일을 찍고 있는 ‘파이어볼러’로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장래 넘버 1 에이스로 꼽는 선수다. 또 다른 우완투수 빅터 디아스도 시속 96~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는 선수다.

한 단장은 또 외야수 애덤 이튼을 워싱턴으로 보내면서 MLB닷컴 유망주 랭킹 3위인 루카스 지오리토와 38위 레이날도 로페스, 두 명의 우완투수와 그리고 올해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선수인 또 다른 우완투수 데인 더닝을 받아내 리그 바닥권이었던 팜시스템 랭킹은 순식간에 톱5 안쪽으로 끌어올렸다. 한 단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베테랑 3루수 터드 프레이저와 외야수 멜키 카브레라, 클로저 데이빗 로벗슨, 심지어는 선발투수 호세 퀸타나까지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카고 컵스

월드시리즈 챔피언 컵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략가인 티오 엡스틴 사장의 지휘아래 이미 2연패에 도전할 채비를 거의 마쳤다. 108년만의 우승 도전을 위해 뉴욕 양키스에서 3개월 ‘단기임대’ 형식으로 클로저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 요긴하게 활용한 컵스는 시즌 후 FA로 풀린 채프먼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캔자스시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클로저 웨이드 데이비스를 영입, 채프먼의 공백을 깔끔히 메웠다. 비록 떠오르는 유망주 호헤 솔레어를 내줘야했지만 솔레어는 카일 슈와버, 벤 조브리스트, 제이슨 헤이워드, 존 제이 등이 버티는 컵스 외야진에서 포지션 싸움을 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새로운 클로저를 얻기 위해선 충분히 희생할 만 했다.

◎에드윈 인카나시온 & 호세 바티스타

올해 FA 클래스를 대표하는 거포중 한 명인 인카나시온(33)은 이번 오프시즌 거액 다년계약이 확실해 보였으나 현재 상황은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친정 토론토와의 재계약 협상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고 그를 데려갈 후보로 기대했던 보스턴과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양키스 등이 모두 거액 계약에 회의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다른 선수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그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결국은 기대에 약간 미치지 못하더라도 친정 토론토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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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엔카나시온 /AFPBBNews=뉴스1


한편 호세 바티스타(36)의 경우는 더 상황이 안 좋아 보인다. 토론토에서도 재계약을 원치 않는다는 사인이 감지된 가운데 가장 유력한 영입후보로 꼽혔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선 팬들이 그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와 계약을 추지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소한 그가 기대했던 계약을 얻을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는 상황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토론토는 거포 인카나시온과 바티스타가 모두 FA로 풀린 상황인데 이들과 재계약에 소극적인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디비전의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가 계속 전력을 강화하고 있을 때 아직까지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뉴욕 양키스

양키스는 지난 7월 채프먼과 카를로스 벨트란, 앤드루 밀러, 이반 노바 등을 잇달아 트레이드하며 유망주들을 대거 확보, 재건의 과정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채프먼을 FA시장에서 5년 8,600만달러에 영입한 것은 논란이 많다. 라이벌 보스턴과 대결구도에서 열세가 뚜렷한데 이렇게 비싼 클로저를 데려온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등이 시장에 등장할 2018년 FA 클래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양키스에게 있어 채프먼이 그때까지 현재의 구위를 이어갈 지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LA 다저스

다저스는 이미 베테랑 왼손투수 리치 힐과 3년간 4,800만달러에 재계약, 클레이튼 커쇼의 뒤를 받칠 2선발을 확보했다. 이어 남은 자체 FA 가운데 잰슨과 3루수 저스틴 터너를 놓고 누구를 잡을지 저울질을 하는 형국이었는데 12일 구단 최고 세이브 기록을 수립한 잰슨과 5년 8,000만달러 재계약에 합의하면서 또 하나의 관문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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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에 남게된 리치 힐 /AFPBBNews=뉴스1


팀 사치세 문제로 인해 선수 페이롤 감축을 추구하고 있는 다저스가 이번에 잰슨을 선택하면서 과연 터너와의 재계약이 어떻게 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터너가 이번 FA 클래스에서 최고 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인데다 다저스와 가장 잘 맞는 선수로 팀 내에서 큰 신망을 얻고 있어 그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 시점에서 다저스가 터너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또 다른 거액 계약을 내줄 의사가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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