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벅홀츠 트레이드'..보스턴과 PHI의 계산법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2.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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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벅홀츠 /AFPBBNews=뉴스1


보스턴 레드삭스가 이번 주 팀의 투수진 가운데 최고 고참인 클레이 벅홀츠(32)를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했다. 지난 10년간 레드삭스에서 81승(61패)을 올린 베테랑 우완투수 벅홀츠를 필라델피아에 내주면서 보스턴에 받은 대가는 마이너리그 2루수 조시 토비아스 한 명 뿐이었다. 두 차례나 올스타로 뽑혔고 아직도 32세로 한창 나이의 수준급 베테랑 선발투수를 내주면서 받은 대가치곤 너무 격이 떨어져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트레이드였다.

보스턴은 올해 시즌이 끝난 뒤 구단 권리였던 벅홀츠의 내년 연봉계약 옵션(1,350만달러)을 행사해 그를 붙잡았다. 그런데 옵션을 행사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를 싱글A 내야수와 맞바꿔 트레이드한 것이다. 그렇다고 토비아스가 엄청난 유망주도 아니다. 싱글A에서도 고전했던 선수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토비아스가 아니라 필라델피아가 벅홀츠의 내년 연봉 1,350만달러를 고스란히 다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스턴은 벅홀츠의 ‘연봉 떠넘기기’(Salary dumping) 트레이드를 한 것이다.

벅홀츠는 비록 올 시즌 부진을 보여 한동안 불펜으로 강등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아직도 웬만한 팀에선 괜찮은 4, 5선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수준급 베테랑 투수다. 왜 이 같은 ‘샐러리 덤핑’이 이뤄졌을까. 그리고 그럴 거라면 애당초 그의 상당한 금액의 계약옵션을 보스턴이 왜 픽업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의문은 당분간 플레이오프와는 거리가 먼 상태인 필라델피아가 왜 굳이 다른 팀의 샐러리 덤핑 목적 트레이드를 덥석 받아들여 내년 시즌 거액의 연봉 부담을 추가했을까 하는 것이다. 벅홀츠 같은 고연봉 베테랑 투수는 포스트시즌에 근접해 있는 팀들에겐 매우 매력적이지만 당분간 하위권을 벗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필라델피아 같은 팀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수년 후를 내다보고 젊은 유망주를 키우는 것이 낫다. 필라델피아는 이미 팀에 지난해 1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한 투수가 7명이나 있었다. 그럼에도 내년 시즌 종료 후 FA가 될 벅홀츠를 1,350만달러라는 거액연봉을 통째로 다 부담하면서 받아들인 필라델피아의 의중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보스턴의 옵션 권리 행사나 필라델피아의 샐러리 덤핑 트레이드 수용은 모두 각자 입장에서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보스턴이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옵션을 픽업한 것이 아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필라델피아도 벅홀츠만 있으면 내년에 포스트시즌 진출희망이 있다고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 트레이드에 숨어있는 양팀의 계산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레드삭스의 옵션 픽업은 벅홀츠의 트레이드 가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미 데이빗 프라이스와 릭 포셀로, 드루 포머란츠, 에두와르도 로드리게스, 스티븐 라이트 등 충분한 선발요원이 있어 선발진에 벅홀츠의 자리가 있을지가 미지수였고 1,350만달러라는 내년도 연봉이 상당한 부담이기도 했지만 벅홀츠 정도의 투수라면 만약의 경우 높은 연봉에도 불구, 언제라도 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보스턴은 그의 옵션을 픽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팀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를 통해 좌완 특급투수 크리스 세일을 영입해 더 이상 벅홀츠가 설 자리를 없어지자 그를 샐러리 덤핑 형태로 내보낸 것이다. 비록 대가로 받은 것은 전혀 없다시피 했지만 옵션 픽업으로 인해 구단이 손해본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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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돔브라우스크 보스턴 단장 /AFPBBNews=뉴스1


물론 보스턴은 벅홀츠 대신 좌완투수 포머란츠를 트레이드할 경우 선발진에 빈자리를 만들면서 포머런츠의 낮은 연봉과 내후년까지 구단이 계약 권리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한결 유리한 트레이드를 얻을 수 있었다. 벅홀츠의 경우는 높은 연봉과 함께 내년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다는 점에서 트레이드 시장에서 제 값을 받기 힘들었다. 하지만 데이브 돔브라우스키 보스턴 단장은 비록 당장은 불리한 트레이드일지 몰라도 당장 내년이면 FA로 풀릴 벅홀츠보다는 포머란츠를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구단에 더 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벅홀츠의 연봉 부담이 빠지면서 보스턴은 메이저리그 사치세 부과기준 아래로 내려올 수 있게 돼 3년 연속으로 사치세를 피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돔브라우스키 단장이 벅홀츠의 샐러리 덤핑으로 얻은 연봉절감분을 다른 스타 영입을 위해 돌릴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필라델피아 쪽의 계산을 무엇일까. 필라델피아의 단장 매트 클렌탁은 필라델피아기 지난 7월부터 보스턴에 벅홀츠 트레이드 가능성을 타진했다면서 필라델피아는 벅홀츠는 재기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발투수는) 원래 우리가 보강하려고 계획했던 포지션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면서 “선발투수가 너무 많을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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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클렌탁(오른쪽) 필라델피아 단장 /AFPBBNews=뉴스1


클렌탁 단장의 말은 필라델피아가 앞으로 최소한 2년간은 포스트시즌 도전이 힘든 처지에서 그리 설득력이 없는 ‘립 서비스’ 발언으로 들린다. 하지만 필라델피아가 내년 시즌 다시 벅홀츠가 전성기 때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9월 중에 5차례 선발로 등판, 3승무패와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한 벅홀츠는 단 한 경기 부진을 빼면 나머지 4경기에선 25.2이닝동안 4점만 내주는 빼어난 구위를 보였다. 내년 시즌 후 FA가 되는 벅홀츠는 대박 계약을 위해 내년 시즌 성적이 더욱 중요하다.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 하다.

그리고 벅홀츠가 내년 상반기에 그런 성적을 올려준다면 7월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그의 가치는 상당히 치솟을 것이다. 필라델피아는 그를 선발투수가 필요한 플레이오프 경쟁팀에 상당한 대가를 받고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FA를 앞둔 베테랑 선발투수를 확보했다가 몸값이 가장 올라간 시점에 팔아 유망주를 대거 확보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은 지난 수년간 시카고 컵스가 잘 써먹었던 것이기도 하다. 올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리치 힐을 LA 다저스에 트레이드한 것도 비슷한 전략이다.

설사 벅홀츠의 가치가 기대만큼 올라가지 않더라도 그의 과거 활약상 등을 감안하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임박한 시점에서 그의 가치는 여러 팀에게 상당히 매력적일 것이다. 필라델피아 역시 최소한 밑질 리는 없는 거래라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고액 몸값의 베테랑을 데려온 것이기에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필라델피아는 벅홀츠 트레이드를 미래에 대한 전략투자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필라델피아가 ‘돈을 써야할’ 특이한 처지에 놓여있는 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벅홀츠 영입이 아니었더라면 내년 필라델피아의 선수 연봉 총액은 마이애미와 애틀랜타보다도 적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가 될 상황이었다. 아무리 팀을 재건중인 상황이라고 해도 미국 전체에서 7번째로 큰 시장을 본거지로 하는 팀으로써 디비전 연봉총액 최하위는 팬들에 대한 성의가 아니라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벅홀츠는 당장 연봉 부담은 있지만 당장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고 트레이드 미끼로서도 가치가 있는데다 최악의 경우 내년만으로 계약이 끝나기에 팬들에게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라도 영입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벅홀츠는 지난 2005년 드래프트 1라운드로 보스턴에 지명됐다. 보스턴이 그를 얻은 지명권은 명에의 전당 투수인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FA로 뉴욕 메츠와 계약해 떠나간 뒤 보상으로 받은 것이었기에 그는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불과 2년 뒤 빅리그에 올라간 뒤 자신의 단 두 번째 빅리그 선발등판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탈삼진 9개를 곁들여 노히터를 던지면서 더욱 주목받는 기대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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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재임 시절의 테리 프랭코나 감독 /AFPBBNews=뉴스1


당시 보스턴 감독이었던 테리 프랭코나(현 클리블랜드 감독)는 벅홀츠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호투한 직후 바로 그를 트리플A로 돌려보내면서 “이 아이(벅홀츠)가 돌아와서 노히터를 던지더라도 (마이너로) 돌아가야 하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만약 그가 노히터를 던진다면 내가 선물을 줘 보낼지 모르지만, 돌아가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달 뒤 빅리그에 돌아온 벅홀츠는 보스턴 역사상 루키로는 최초의 노히터를 던졌고 프랭코나 감독은 그를 마이너에 내려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벅홀츠는 그해 두 경기에 더 등판한 뒤 어깨통증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이후 종종 어깨통증에 시달리며 부상자명단을 오르내려 10년간 보스턴에서 뛰면서 한 번도 200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그의 최고 시즌은 지난 2010년으로 그해 17승7패, 2.33을 기록한 그는 올스타와 함께 사이영상 투표에서 6위에 올랐다. 그의 빅리그 통산 성적은 81승61패, 평균자책점 3.9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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