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파크 펜스 높인다.. 효과 어떨까?

박해민의 외야 수비 장면. 펜스 위 철망의 높이가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이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의 펜스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2016년 시즌을 놓고 보면, 홈런을 '더 치는' 것보다 '덜 주는' 쪽이 필요한 삼성이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9일 시무식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외야 펜스를 높이기도 했다. 지금 펜스가 1m인데, 1.5~2m 정도 더 높일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차이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검은 그물이나 투명 아크릴 재질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철망으로 될 것 같다. 그물은 훼손 여지가 있고, 투명 아크릴의 경우 빛이 반사되면 플레이에 영향이 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관중들의 시야도 체크해야 한다. 라이온즈 파크가 가운데는 깊고, 좌우중간이 짧다. 좌우 펜스를 높이고, 가운데를 그대로 둘지, 어떤 식으로 높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다. (전지훈련지인) 괌으로 건너가기 전까지는 확정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개장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는 삼성 구단과 팬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KBO 리그 최초로 팔각 형태의 구장으로 개장했다. 문제는 이 '팔각'에 있었다. 좌우 중간이 짧았다.

개장 후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좌우중간 펜스가 가깝다. 홈런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수비 할 때도 몇 걸음 뛰고 돌아보니 펜스더라"라고 언급했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한 시즌을 치러보고, 펜스를 높이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6년 라이온즈 파크에서는 지난 시즌 경기당 2.45개의 홈런이 나왔다. 전체 2위였다(1위는 인천행복드림구장, 2.65개). 기존 대구구장도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었지만, 라이온즈 파크로 와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좌우중간 펜스가 짧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른 구장이면 펜스 앞에서 잡힐 타구가 홈런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더불어 2016년 시즌 삼성은 홈 구장 '홈런 마진'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삼성은 홈에서 65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내준 홈런은 97개였다. 최신식 구장을 지으며 오랜 염원을 풀었지만, 경기 내용만 보면 다소간 남 좋은 일을 한 셈이 됐다.

이에 삼성은 펜스에 손을 대기로 결정했다. 김한수 감독의 설명대로라면, 현재 철망을 포함해 3.2m인 높이가 4~5m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삼성은 2017년 시즌 최형우(34, KIA)가 없다. 최형우는 2016년 31홈런을 때렸고, 라이온즈 파크에서만 16개의 아치를 그렸다. 가뜩이나 홈런 마진이 마이너스인데, 악재가 더해진 셈이다.

결국 삼성은 상대에 '홈런을 덜 주는 쪽'을 선택했다. 삼성도 똑같이 치기 어려워 지는 것은 같지만, 냉정히 말해 2016년 대비 2017년 급격하게 홈런이 증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삼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김태한 수석코치는 펜스와 관련해 "현재의 라이온즈 파크는 정타가 아님에도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투수들이 불안감을 느낀다. 펜스를 높이면, 이 부분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구장 크기는 투수들의 마인드에 영향을 미친다. '광활한' 잠실구장에서는 투수들의 피홈런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실제로 잠실에서는 경기당 홈런이 1.49개에 불과했다. 전 구장 가운데 최소다.

라이온즈 파크의 펜스를 잠실구장처럼 뒤로 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펜스를 높이는 것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펜스를 높여 홈런이 될 것이 펜스를 때리는 2루타 혹은 3루타로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괜찮은 효과라 할 수 있다(물론 장타를 안 맞는 것이 최선이지만, 아주 안 맞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연 삼성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