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on Air] '사라진 그랜드슬램?' 김인식호, '역대 최약체' 평가 뒤집을까

오키나와(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2.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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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선수단. /사진=뉴스1





일본 오키나와에 입성한 WBC 대표팀의 분위기는 그 어느 해보다 차분하다.


'그랜드슬램, 우리가 해내겠습니다!'. 지난 2013년 2월이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를 앞둔 한국 야구 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장 벽면을 장식한 문구였다. 원대하고 진취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났다. 오히려 성적은 더욱 뼈아팠다. 네덜란드와의 1차전 패배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2승 1패를 거뒀지만 1라운드서 탈락했다. 이른바 '타이중 참사'였다.

당시에는 '그랜드 슬램'을 목표로 내걸을 만한 당위성이 있었다. 제1회 WBC가 열렸던 2006년. 한국은 4강에 올랐다. 이어 3년 뒤인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준우승이라는 기적 같은 성적을 일궈냈다. 4강에 이은 준우승 그리고 다음 목표는…. 자연스럽게 역대 WBC 대회 최고의 성적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한국은 '그랜드슬램'을 외쳤다. 한국은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아시안게임 3차례 우승(1998 방콕, 2002 부산, 2010 광저우), 그리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9전 전승의 신화를 써냈다. 3개 메이저 세계 대회를 제패한 한국 야구. 2013년 당시 류중일 WBC 대표팀 감독은 2라운드에서 넘어야 할 산까지 미리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씁쓸한 김칫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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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당시 기자회견 모습. (왼쪽부터) 윤석민, 이대호, 류중일 당시 대표팀 감독, 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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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기자회견 모습. (왼쪽부터) 차우찬-김인식 감독-양의지.


다시 4년이 흘렀다. 2017년 2월. 제4회 WBC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의 벽면에는 '2017 WBC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이라는 문구만 써 있을 뿐이었다. 또 2013년 이대호(당시 오릭스), 윤석민(KIA), 강민호(롯데) 등 선수 셋이 대표로 기자회견에 나온 것과는 달리 이번엔 차우찬(LG), 양의지(두산) 두 명만 나왔다.

분위기도 차분했다. 김인식 감독은 '1라운드 통과'라는 당장의 1차 목표만 강조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대만도 물론 방심하면 안 된다"며 "매 대회 때마다 어디까지라고 목표를 잡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하나씩 하다 보면 이겨서 올라가는 것이다. 대회가 시작되면 두려움은 사라지는 게 사실이다.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하나씩 차분하게 해 나갈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차우찬과 양의지 역시 커다란 목표를 언급하기보다는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대회를 잘 치르겠다"고 했다.

'단기전의 신'으로 불리는 김인식 감독은 발언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한 편이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 12 대회였다. 당시 일본 고쿠보 감독의 전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김 감독은 "상대 팀 전략을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감독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온 답변이었다. 1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 전, "프리미어12 대회 때보다 더 긴장된다"고 말한 김인식 감독은 오키나와 입성 후에는 "이제 고민이 필요 없는 시기다. 앞서 있었던 일들은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겠다. 늘 하던 대로 열심히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신중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현 대표팀 전력. 이번에 한국은 '최정예 멤버'를 소집하지 못했다. 류현진(LA다저스)을 비롯해 추신수(텍사스), 강정호(피츠버그), 김현수(볼티모어), 박병호(미네소타), 황재균(샌프란시스코) 등의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각자의 사정을 이유로 빠졌다. 여기에 김광현(SK)과 정근우(한화), 강민호(롯데), 이용찬(두산) 등의 국내파도 부상 등의 이유로 명단서 제외됐다. '역대 최약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WBC 대표팀의 주장은 김재호(두산)다. 김재호는 2년 연속 두산의 캡틴을 맡았다. 카리스마보다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강점이다. 김재호는 오키나와 입성 후 "이제 훈련을 하면서 대표팀 선수들도 알아가야 할 것이다. 최대한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12일 오후 오키나와에 도착한 선수단은 조용히 숙소에 여장을 풀며 첫 날을 보냈다. 이제 선수단은 13일부터 구시카와 구장에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17일에는 이대호(롯데)도 합류한다. 19일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첫 평가전도 마련돼 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팀. 한 야구계 관계자는 "그래도 홈에서 하는 1라운드인데, 일본(2라운드 장소)까지는 가지 않겠느냐"며 내심 기대감을 표했다. 과연 한국은 우선 1라운드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2라운드에서 한일전 성사 여부는. 또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던 것처럼 저력을 발휘해 미국행 티켓을 따낼 수도 있다. 과연 한국은 어떤 성적을 거둘까. 오키나와의 강한 바람이 대표팀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를 걷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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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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