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on Air] 한화 이창열, 경기 도중 숙소까지 '7km' 뛰어간 사연

오키나와(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2.1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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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창열.





"바로 갔어. 호텔로"


한화 김성근 감독의 말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차, 그 선수가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갔구나.' 그런데 구보(驅步)로? 여기는 오키나와. 초행길일 텐데.

13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현에 위치한 우라소에 구장. 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 두 번째 연습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상대는 야쿠르트 스왈로즈 1군. 월요일 정오께였지만 팬들은 많았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1천여명 남짓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앞서 12일 주니치 1군에 1-18로 대패했던 한화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무엇보다 '베테랑' 선발 이재우(37)가 잘 던졌다. 2회까지 노히트 투구를 펼치며 우라소에 구장을 침묵에 빠트렸다. 3회 선두타자 히로오카에게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은 게 이재우가 기록한 피안타의 전부였다.


이어진 4회말. 한화가 여전히 0-1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야쿠르트의 공격. 이재우가 내려간 뒤 두 번째 투수 권용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우구모리는 포수 뜬공 아웃 처리.

이후 권용우는 4번 발렌틴에게 우전 안타에 이어 2루 도루를 허용했고, 니시우라와 야치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줬다. 1사 만루 위기. 여기서 한화는 세 번째 투수 사이드암 서균을 마운드에 올렸다.

곧바로 상황이 벌어졌다. 서균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히로오카를 2루 땅볼로 유도했다. 2루수-유격수-1루수의 '4-6-3' 병살타 코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한화의 선발 2루수 이창열(26)이 타구를 제대로 읽지 못한 듯 다소 머뭇거렸다. 타이밍을 일단 놓친 이창열은 뒤로 물러서며 공을 잡은 뒤 일단 1루로 뿌려 타자만 아웃시켰다.

이제 포스 플레이가 아닌 태그 아웃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1루수 김주현이 2루를 향해 뛰던 야치를 잡기 위해 2루로 공을 던졌다. 그런데 3루에서 이를 본 발렌틴이 잽싸게 홈으로 쇄도했다. 유격수 최윤석은 공을 받자마자 홈을 향해 공을 뿌렸다. 공은 어림없이 뒤로 빠졌다. 이 과정에서 거구의 발렌틴과 허도환이 홈에서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1,2,3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순식간에 점수는 4-0이 됐다. 이창열의 작은 포구 미스 하나가 '혼돈의 4회'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 총평을 하면서 "선수들 모두 잘 싸웠다. 그래도 아쉬운 순간을 꼽자면 4회가 아닐까 싶다. 4회말 3점을 주면서 (경기 흐름이) 다 저쪽으로 넘어 가버렸다"면서 "그 순간, 세컨드(2루수)가 기다리지 말고 앞쪽으로 대시를 하면서 공을 잡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바로 갔다. 호텔로"라고 덧붙여 이야기했다.

그 주인공은 김 감독이 지적한 2루수 이창열이었다. 이날 경기 중반 정현석으로 교체되면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이창열. 알고 보니 더 이상 경기장에 남아 있지 못한 채 숙소로 간 것이었다. 우라소에 구장부터 한화 숙소가 위치한 나하까지의 거리는 대략 '7km'. 구보로 가든, 걸어서 가든 분명한 건 일종의 문책성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화는 이번 두 차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매 경기 실책을 3개씩 범했다. 특히 앞서 주니치전에서는 실책이 빌미가 돼 김종수가 9실점(1자책)했다. 우투좌타 이창열은 신일고-건국대를 졸업했다. 이후 2014 신인 2차 지명에서 7라운드 전체 67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1군에서 22경기, 2015년 1군에서 5경기를 각각 소화했다. 지난해에는 1군 출전 기록이 없다. 2017년은 어떨까. 이날 이창열은 오키나와 하늘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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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화 고친다 구장은 쉬지 않고 돌아갔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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