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애니가 그리워지는 화려하지만 밋밋한 재탄생

[리뷰] '미녀와 야수'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3.04 08:00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미녀와 야수' 스틸컷


베일을 벗은 실사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는 화려하지만 밋밋한 리메이크였다.

디즈니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미녀와 야수'가 3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가졌다. 아직도 회자되는 디즈니 명작 애니메이션이 실사로 태어났다는 자체, '해리 포터' 시리즈로 널리 팬층을 지닌 엠마 왓슨이 주인공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모은 작품인 만큼 금요일 늦은 시간 시사가 이뤄졌음에도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기대감에 따라, 원작에 대한 향수에 따라 반응은 엇갈릴 듯하다.


원작을 보든 보지 않든 친숙하고 단순한 줄거리는 큰 변화가 없다. 배경은 중세의 프랑스. 시골 마을에 사는 아가씨 벨(엠마 왓슨)은 책을 읽으며 마을 밖으로 나가 운명적 사랑을 만나길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벨은 도둑으로 몰린 아버지(케빈 클라인)를 대신해 야수(댄 스티븐스)의 성에 갇힌다. 야수는 장미꽃의 꽃잎이 떨어지기 전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하면 영원히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저주에 걸린 상태. 가재도구로 변한 성 안의 시종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야수의 포로인 벨을 손님으로 극진히 대접하고, 벨 또한 흉악한 겉모습 너머 야수의 진심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벨을 짝사랑하던 마초 개스통(루크 에반스)의 선동에 마을 사람들은 야수를 습격하려 한다.

image
사진='미녀와 야수' 스틸컷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정글북' 등 일련의 디즈니 라이브 액션 시리즈에 비해 '미녀와 야수'는 극장판으로 큰 성공을 거둔 원작의 존재감이 특히 상당한 작품이다. 이는 향수를 자극하는 성공 포인트이자 큰 부담이기도 하다. 실사 '미녀와 야수'는 원작을 넘어서는 대신 제대로 구현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는 곧 장점이자 단점이다. 엄청나게 키운 스케일과 발달된 CG를 십분 활용해 부활시킨 추억의 명곡과 명장면은 팬심을 자극하지만, 결말까지 다 아는 이야기에 기대 소소한 포인트만 바꿔놓은 재해석은 별 매력이 없다.


image
사진='미녀와 야수' 스틸컷


빌 콘돈 감독은 엄청난 예산을 들인 게 분명한 대형 세트, 화면을 꽉 채운 배우들, 정교한 의상과 미술의 힘을 빌려 '미녀와 야수'를 화려한 뮤지컬 대작으로 만들어냈다. 엠마 왓슨이 대표 얼굴이긴 하지만 댄 스티븐스와 루크 에반스는 물론이고 막바지에야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조연진도 탄탄하다. 이전 OS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귀에 쏙 들어오는 신곡들을 추가한 점도 확실한 매력 포인트. 큰 아이맥스 화면마저 꽉 채운 풍성함은 확실한 보는 맛과 듣는 맛을 보장한다.

하지만 85분짜리 원작 애니를 별 드라마 없이 129분으로 늘린 실사는 다소 늘어진다. 벨이 똑 부러지는 발명가가 되고, 벨 어머니의 죽음이 다뤄지고, 땅딸보 조연이었던 르푸(조시 개드)가 디즈니 최초 게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등 몇몇 설정이 추가됐지만 임팩트는 적은 편. 루크 에반스의 개스통이 확실히 돋보인다. 시대에 발맞추려 노력한 티가 역력한하지만 여전히 무난한 클래식 러브스토리다.

image
사진='미녀와 야수' 스틸컷


정교하게 발달한 CG가 아이러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 다음가는 주요 캐릭터인 성 안의 가재도구들은 이완 맥그리거, 이안 맥켈런, 엠마 톰슨 등 믿고 보는 스타들이 나섰음에도 원작에 비해 정이 덜 간다. 사랑스러웠던 원작과 비교하면 진짜 그저 가재도구 같달까. 야수는 물론이고 수다쟁이 촛대 르미에, 단짝인 시계 콕스워스, 자상한 미세스 팟과 귀여운 찻잔 칩 등은 애니메이션만의 자유로움이 얼마나 큰 강점이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image
사진='미녀와 야수' 스틸컷


주인공 벨 역을 맡은 엠마 왓슨에겐 '라라랜드'를 포기하고 '미녀와 야수'를 선택한 게 아쉬움일 수 있겠지만, 확실히 적역이다. 똘똘하고도 다부진 이미지가 진취적 느낌을 가미한 새로운 벨에 딱 맞아떨어지는 데다, 흉측한 야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캐릭터에도 딱이다.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성에서 지내며 숱한 괴수들을 경험한 헤르미온느가 야수와 사랑에 빠지고 말하는 찻잔과 교감하는 데 이물감이 있을 리 없다. 그녀의 인생캐릭터 중 하나가 될 게 틀림없다.

오는 16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전체관람가.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