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 칼럼] 프로선수를 움직이게 하는 것, 성과연봉제

정희윤 SEI연구소 소장 / 입력 : 2017.05.2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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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연봉킹 이대호.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조직은 구성원이 조직목표를 위해 자기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끔 시스템을 만든다.

이 시스템에는 ‘채용-교육-성과평가-보상’이라는 4가지 기능이 담겨있다. 그 중 한가지 기능이라도 잘못 설계되면 최악의 경우 그 조직이 빨리 망하거나 운이 좋아 서서히 망하거나 아니면 현재위치를 한동안 유지만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설계가 잘못 되거나 잘못 작동됐을 때 그 결과를 빠른 시간에 제일 잘 보여주는 조직이 프로구단이다.


전세계 모든 프로구단의 목표는 2가지다. 하나는 팀 성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입이다. 이 둘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치중하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성적이 나쁘면 관중이 줄고, 관중이 줄면 관중 때문에 발생하는 광고수입, 매점수입 등 경기장수입이 줄어 구단운영 재원조달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프로구단의 사람관리 시스템은 필드(field)목표와 관중(box-office) 목표에 초점을 맞춰 설계된다.

프로구단에서 핵심 인력은 선수이며 채용기능은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 스카우트에 작동한다. 이게 오작동해 빨리 망하는 경우는 주요 포지션의 주전을 잘못 뽑았을 때다. 그 때문에 당해 시즌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늦게 망하는 경우는 유망주를 잘못 뽑았을 때다. 시간이 흘러 주전의 기량이 쇠퇴할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그때 약 팀으로 전락한다.

뽑은 선수의 포지션 별 기량개발은 필수적이다. 대개의 프로구단은 신인선수가 일정량의 실전경험을 쌓도록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마이너리그나 2군경기를 통해 신입선수의 기량을 개발하는 시스템이다.


다음으로 선수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기능인 성과평가와 보상시스템이 잘 작동해야 한다. 명문 팀을 만들려면 이 기능이 잘 설계되어야 한다. 구단이 원하는 플레이를 선수들이 고객들(팬)에게 보여줄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선수가 보여주는 플레이를 평가하는 방식에는 공헌도 평가(piece-rate system)와 서열 평가(rank-order tournament) 방식이 있다. 공헌도 평가방식이란 선수가 구단이 원하는 목표에 공헌한 만큼 총 연봉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서열 평가란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자가 나머지 선수보다 훨씬 많은 상금을 배당 받는 방식이다. 둘 다 선수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채택된다.

다행히 스포츠경기의 플레이는 다른 직업의 성과평가에 비해 평가가 용이한 편이다. 예를 들어 야구에서 단타가 1점이면 2루타는 2점, 홈런은 4점으로 매길 수 있다. 골키퍼를 제외한 20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축구의 플레이 평가가 다른 종목에 비해 어렵긴 하지만 득점을 올리는데 기여한 정도나 실점을 막는데 기여한 정도에 따라 배점을 주는 원칙만 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프로구단의 선수관리 시스템에서 이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선수가 프로라는 직업을 선택한 동기가 돈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데는 다양한 동기가 있겠지만 프로선수의 경우는 돈으로 봐야 한다. 입단동기가 돈이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어떤 플레이에 어떤 가치가 매겨지는지를 분명히 정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프로세계에서 기여도가 높은 선수가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성과평가와 보상 시스템이 잘못 설계되거나 오작동할 때는 잘하는 선수가 팀에서 먼저 이탈하게 되어있다. 다른 팀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왜 잘하나 못하나 똑 같은 보상을 받는 데서 뛰고 싶겠나. 그러다 보면 팀이 서서히 망하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 부자구단과 가난한 구단 사이에 있는 지불능력 문제와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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