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父 "아들의 방황, 김성근 감독과 함께 눈물도…"②

창원=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10.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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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두 번째) 이호준의 부친 이을기씨.


공식 은퇴 행사를 마친 뒤 이호준(41,NC)이 가장 먼저 달려간 쪽은 그의 막내아들이 있는 곳이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아들을 꼭 안은 그는 말 그대로 가슴 뜨거운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 아빠의 아버지 이을기씨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9월 30일 창원 마산구장. NC가 넥센과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 최종전에서 11-4 대승을 거뒀다. 이호준의 은퇴 경기를 자축한 날이었다.


광주중앙초-충장중-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이호준은 지난 1994년 해태(KIA 전신)에 고졸 신인으로 입단했다.

입단 당시 그의 포지션은 투수.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자리는 늘 패전 처리였다. 8경기에 나와 승패 없이 12⅓이닝 동안 16피안타(7피홈런) 8볼넷 4탈삼진 14실점을 기록했다.

9월 30일 경기를 앞두고 이호준은 "가족과 친지, 지인까지 50여명을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 제 은퇴식 때 안 오시면 절교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니까 이틀 만에 오시겠다며 마음을 바꾸셨다"고 웃었다.


이호준은 어린 시절 정말 많이 놀았다고 한다. 그는 "20~22살 때 미친 듯이 놀았다. 요즘 신문에 가끔 '나쁜 짓 했더라, 술 먹고 야구장 안 나왔다, 모 선수가 깡패를 한다고 가더라'는 말을 들으면 웃음이 난다. 나보다 약해서(웃음) 그렇다. 난 정말 그것보다 센 것들을 많이 했다. 열이면 열 내게 뭐라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난 누군가 뭐라고 조언을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고 옛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런 이호준에게도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아버지. 그는 아버지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다. 이호준은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 "저와 완전 성격이 다르다. 경찰이셨고, 정년퇴직을 하셨다. 술과 담배도 전혀 안 하셨다. 포기가 없으셨던 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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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제가 20살 때 아버지는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제가 그렇게 야구장에 운동하러 안 나가면, 광주 시내에 경찰차를 다 깔았다(웃음). 굉장히 강하신 분이라 생각했다.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시기 전까지는 말이다"며 "눈물을 흘리실 때 저로서는 되게 충격적이었다. 안쓰러워 보여 핸드폰, 삐삐, 차키를 다 반납했다. 1년만 야구를 해보고 안 되면 유니폼을 벗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의 눈물.' 이호준이 바뀐 계기였다.

은퇴 행사가 끝난 뒤 현장에서 이호준의 아버지인 이을기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을기 씨는 아버지로서 아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사연에 대해 "당시 (이)호준이가 방황을 했다. 운동을 그만두려고 할 무렵에, 제가 매도 때리고 붙들어 잡았다. 나무라기도 하고, 같이 울기도 많이 울었다. 매로 때려도 안 돼 부둥켜안고 울면서 애원했다고 할까. '네가 그래서 쓰겠냐. 그래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고 하는데 그 기질을 살아야지 왜 그만두려고 하냐'고 말씀하셨다. 이어 "김성근 당시 해태 2군 감독도 저와 같이 눈물도 흘리고 그랬다. 당시 김 감독이 '앞으로 잘 될 수 있는데 안하려고 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아버지 이을기씨는 "제가 이번에 (이)호준이에게 주려고 상패를 하나 만들었다. 팬들이 지어준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글귀를 담았다. 사실 방탕한 생활과 소년기를 거쳐 FA 2번을 했으면 성공한 케이스로 남아 있는 거라 본다"면서 "본인이 어려운 시절을 잘 이겨냈다.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노력과 땀으로 결실을 이뤄내 고맙다. 결국 어려운 일, 애초에 운동을 중단하는 게 아니었다"고 인사했다.

이어 "집사람이 예전에 중풍과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때 집안이 많이 힘들었다. 물론 지금 아내는 정상 활동이 가능하다. 기적"이라면서 "난 (이)호준이로부터 '아버지 왜 때려요'"라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사실 프로 구단에 들어가면 반항도 할 수 있는데, (이) 호준이는 단 한 번도 '아버지 왜 그래요'라는 말을 안 했다"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날까지 아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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