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까지 최대 -19G' 이호준 "후회 없이 즐기겠다"(일문일답)

창원=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10.0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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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





공식 은퇴식은 치렀지만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 NC 이호준(41)의 선수 생활 마지막 포스트 시즌 무대가 남아 있다.


NC 다이노스는 5일 오후 2시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2017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KBS 2TV 생중계)을 치른다. NC는 맨쉽, SK는 켈리를 각각 선발로 내세운다.

지난 3일 삼성 이승엽이 성대한 은퇴식 속에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거인. 이호준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앞서 이호준은 지난달 30일 홈 최종전에서 공식 은퇴식을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그의 현역 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무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 1차전을 하루 앞둔 4일, NC 선수단은 오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코치진과 함께 훈련에 임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호준 역시 구슬땀을 흘렸다. 다음은 훈련을 마친 뒤 만난 이호준과의 일문일답.

- 이제 최대 19경기를 더 할 수 있는데

▶ 은퇴식을 치른 뒤 하루 쉬고 다시 나가니까 기분이 묘하더라. 누가 그러더라. 저는 아직 더 경기가 남아있다고. 좋은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은퇴경기서도 마지막 타석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마지막 타석이라면 진짜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르겠다. 아, 이승엽도 마지막 타석에서 묘한 표정이더라.

- 마지막 포스트시즌인데

▶ 즐기려고 한다. 우승을 하자는 생각을 다들 당연히 갖고 있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단어가 자칫 모든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하고 싶은 플레이가 안 나올 수 있다. 저 역시도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후배들에게 '일찍 지면 일찍 쉴 것이고, 남들보다 야구를 더하면 보너스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다'라는 말을 했다(웃음). 감독님께서도 늘 '보너스 게임이다. 즐기자'고 하신다. 마음속에 있는 걸 털어내야 좋은 성적이 나는 것 같다.

-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나

▶ NC가 신생 팀일 때 첫 4강에 들었다. 당시 우황청심원을 먹었던 선수들도 봤다. 그리고 '내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들을 다들 많이 했다. 처음엔 경험 없는 친구들이 그런 걱정을 했다. 벌벌 떠는 상황에서 실책이 나오곤 했다.

이번엔 4번째 올라가는 거라 좀 더 여유가 생겼을 거라 본다. 뭔가 마음을 비우고 할 것이다. 또 가장 밑바닥부터 올라간다.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는 가운데, 최고의 컨디션 상태에서 지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후회가 남으면 안 된다. 후배들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다하고, 아쉬움 없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 없는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마지막 타석은

▶ 사실 농담으로 선수들에게 '퇴직금 좀 주라'고 말했다(웃음). 근데 이건 제 욕심이다. 최선을 다해서 후배들과 열심히 해서 멋진 경기를 하면 그걸로 좋은 선물을 받고 떠날 것 같다.

- 상대가 친정 팀인 SK인데

▶ 5년이나 지나서 그런 생각이 좀 약해지긴 했다(웃음). SK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생각이 있을 거라 본다. 늘 SK는 큰 경기 경험이 많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런 것들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나올 거라 본다. 또 그때 당시 우승을 경험했던 선수도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역시 경기에서 직접 뛰는 선수가 가장 중요하다.

- 큰 경기서 가장 중요한 건

▶ 너무 이기려는 마음이 앞서면 결과가 안 좋더라. 그냥 정신없이 막 했으면 좋겠다. 다 잊은 채 경기에 몰두하면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큰 경기를 보면 늘 '미치는 선수'가 있다. 2015년에는 두산서 최준석이 그랬다.

전 잘하지 못해 솔직히 잘 모르겠다(웃음). 굳이 의식하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이 상황 상황에 집중했던 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잘했을 때에는 늘 기억이 남지 않는다. 무의식 중에 뭔가 나와야 한다. '미친 선수' 3명만 나오면 그냥 (준플레이오프로) 올라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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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취재진과 만난 이호준. /사진=김우종 기자


- '미친 선수' 후보는 누구

▶ 기본적으로 떨지 않고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를 꼽자면 유격수와 2루수, 즉 손시헌과 박민우다. 반면 외야 쪽에서는 여린 성향이 있는 선수들이 있는 것 같다(웃음).

무엇보다 우리 선발 맨쉽이 미쳐줬으면 한다. 후반기 들어 조금 안 좋았는데, 예전모습을 정상적으로 보여주면 뭔가 해보지 않을까 한다. 퍼펙트나 노히트노런을 하든지(웃음).

또 모창민도 지금 미쳐 있다. 권희동도 19홈런으로 올 시즌을 끝냈다. 그러면 꼭 포스트시즌서 홈런이 나오더라. 나성범도 99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런 친구들이 꼭 포스트시즌서 해줬다.

저를 포함해 나중에 교체로 뛰는 선수들이 미치는 경우가 있다. 이들 중 2~3명만 미쳐도 좋을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다. 심적으로 여유가 있다. 올해 은퇴도 선언했고, 뭔가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이 분위기를 계속 느끼고 싶다.

- 이승엽이 가을야구를 못하고 은퇴했는데

▶ 어제 먼저 연락을 했는데, 모바일 메신저로 답이 왔더라. '마무리 잘 하시고, 끝나고 다른 운동도 같이 합시다'고 전해 왔다. 이승엽 은퇴식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는데 연락이 오더라. 마치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웃음).

이승엽 은퇴식을 보면서 눈물은 안 났고, (이)승엽이가 '우나 안 우나'를 봤다. 역시 안 울 수가 없겠더라. 사실 난 은퇴식서 안 울 줄 알았다. 근데 영상을 보고 10초 만에 눈물이 났다. 영상을 보니 과거 모습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또 김경문 감독님이 내게 오는 순간, 뭔가 감독님께서 참으시려는 게 보여 눈물을 쏟았다. 그걸 보니 저도 감정이 북받쳤다.

- 즐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사실 쉽지가 않은데

▶ 그렇다. 제일 어렵다. 상대 포수한테 괜히 '방금 던진 공은 뭐고'라고 물으며 긴장을 풀기도 한다. 타석에 들어서면 경직되지 말자고 마음을 먹는다.

감독님께서 얼마 전 미팅에서 '우승이라는 단어에 본인부터 힘들고, 우승이라는 단어가 무겁다'고 하셨다. 올해는 '욕심 없이 편하게 즐기고 마무리하자'는 말씀을 하셨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최근 부진했던 친구들이 벌써 걱정을 하더라. 그런 선수들한테 '오히려 이게 그런 부진들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즐기겠다. 즐기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 후회 없이 즐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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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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