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양현종의 역투, 1승 이상의 의미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7.10.27 10:47
  • 글자크기조절
'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포스트시즌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image
KIA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시리즈 전체의 판도를 흔들만한 역투였다. 양현종이 KIA에 1승 이상의 무언가를 안겼다.

1차전서 무기력하게 패했던 KIA는 2차전을 간신히 가져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차전도 졌다면 잠실에서 시리즈가 끝났을지도 모른다. KIA 타자들은 1차전부터 매우 쫓기고 있었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방망이로는 도저히 이기기 힘든 흐름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이 완봉했다. 단 1점만으로도 KIA는 승리할 수 있었다. 시리즈 균형을 맞추면서 조바심을 날려줬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1차전 선발이었던 헥터는 매우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1, 2회에는 타자들이 거의 칠 수 없을 구위였다. 하지만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타선에서 니퍼트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스멀스멀 넘어갔다. 결국 헥터가 먼저 흔들렸다. 2차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양현종은 두산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다. 그럼에도 타자들의 모습에는 조급함이 역력했다. 버나디나가 견제사를 당하고 김주찬은 병살타를 2개나 쳤다. 1차전에 헥터가 나가고도 졌기 때문에 2차전도 내주면 절대 안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 듯 보였다.


사실 타자들은 투수가 저렇게 컨디션 좋은 공을 던질수록 여유를 찾아야 한다. 1~2점 정도로도 이긴다는 마음으로 수비에 치중하면 된다. 실수 없이 잘 버티면서 단 한 번의 찬스를 살리면 이길 수 있다. 1차전과 달리 2차전에서는 수비가 깔끔했다는 점이 다행이다.

장원준도 KIA전 강세를 증명하는 호투를 펼치면서 빛나는 투수전이 전개됐다. 양현종이 선취점을 줬더라면 KIA는 뒤집지 못했을 것이다. 동시에 장원준 또한 양현종의 투구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장원준은 철저히 실투를 피하는 실리적인 투구를 했다. 이날 양현종의 구위라면 1점만 줘도 힘들겠다는 걸 장원준도 알았다. 가운데로 몰릴 바에는 차라리 아예 볼이 되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던진 것 같았다. 그러면서 투구수가 많아졌고 장원준은 7이닝으로 임무를 마쳤다.

승부는 결과적으로 양의지의 판단 미스로 인해 갈렸다. KIA 타자들은 경기 내적으로 봤을 때 끝까지 조급했다. 다만 양현종이 110구가 넘어서도 147~148km/h를 넘나드는 파워를 뽐냈다. 순전히 양현종 덕분에 타자들이 짐을 덜었다. 1차전의 조급함이 채 가시지 않았던 2차전이었지만 이제 승부는 원점이다. 3차전부터는 한결 편안해질 KIA의 모습이 기대된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