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경기 후 라커룸 '전원 집합'..안에선 무슨 일이?①

대구=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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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 /사진=뉴스1





경기가 끝났다. 원정 첫날. 서둘러 짐을 싸 경기장을 떠날 법도 했다. 하지만 두산 선수들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경기 후 두산 선수단은 라커룸에서 빙 둘러선 채로 한동안 서 있었다. 바로 그들 앞에는 두산 김태형 감독이 서 있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0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6323명 입장)에서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8-1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지난 3일 잠실 LG전 이후 5연승을 질주했다. 두산은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5연승을 거둔 두산 선수들. 휘파람을 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산 선수단은 마음껏 기쁨을 표출하지 못했다. 그저 한 선수, 한 선수 조용히 짐을 어깨에 둘러맨 채 따로 떨어져서 라커룸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힌트는 바로 이날 경기장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상대는 두산보다는 아무래도 약체로 평가받는 삼성. 더욱이 두산은 이날 경기 전까지 4연승을 달리고 있었으며, 대구서는 7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경기 내용도 원 사이드 했다. 두산은 1회 김재환의 투런포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3회 1점, 4회 1점을 더 뽑았다. 6회엔 김상수의 실책을 틈타 6-0까지 달아났다. 삼성은 7회 러프가 솔로포로 한 점을 만회했을 뿐 4안타 빈공에 그쳤으며, 4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자칫 분위기가 풀어질 수도 있는 상황. 더욱이 두산 선수들은 이날 정종수 구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다소 예민해져 있었다. 특히 7회 양의지가 그랬다. 1사 주자 없는 상황. 볼카운트 0-1에서 사이드암 임현준의 공이 바깥쪽으로 들어왔다. 정 구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양의지도 표정에서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양의지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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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혁(좌)과 김재호. 오른쪽은 정종수 심판 /사진=뉴스1


급기야 또 다른 상황이 7회말 벌어졌다. 선발 후랭코프가 내려가고 불펜 투수 곽빈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곽빈이 연습투구를 하는 시간이었다. 포수 양의지가 공을 받다가 한 차례 뒤로 빠트리고 말았다. 공은 원 바운드 된 이후 양의지 뒤에 서 있던 정 구심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갔다. 자칫 정 구심이 피하지 않았더라면 다리 쪽을 맞을 수도 있었다.

이때 두산 김태형 감독이 어떤 미묘한 분위기를 포착했던 것일까. 김 감독은 양의지를 그 자리에서 바로 더그아웃 쪽으로 불러세웠다. 양의지는 불려가자마자 뒷짐을 진 채로 서 있었다. 많은 관중들과 TV 중계가 전파를 타는 가운데, 김 감독이 작심하고 양의지에게 한 소리를 한 것으로 보였다. 타이론 우즈 제압 사건으로 잘 알려진, '그가 커튼을 치면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다'는 카리스마의 김 감독이었다. 양의지는 몇 마디를 들은 뒤 곧바로 뛰어서 그라운드로 향했다.

그리고 경기가 8-1 완승으로 끝난 뒤 김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단을 한 데 불러모아 메시지를 전했다. 경기 후 직접 만난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이날 상황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양의지를 불러 세운 것에 대한 김 감독의 말은 이랬다.

"(양)의지가 한껏 예민해져 있더라. 그래 봤자 본인에게 득 될 거 하나 없다. 그런 뜻의 이야기를 전했다. (7회말 이닝 교대 상황의 경우), 양의지가 곽빈의 불펜 투구를 일부러 안 잡았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래도 바로 불러서 강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심판도 사람이고 감정이 있다."

이어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수단을 불러 모아놓고 김 감독이 전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올해부터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긴 넓어졌다. 내가 봐도 그렇다. 아마, 본인 타석에서만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불리하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 수도 있다. 이해한다. 그러나 오늘 심판은 내가 보기엔 양쪽 다 공평하게 봤다. 바깥쪽 볼을 똑같이 다 잡아줬다. 우리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이야기하는데, 절대 스크라이크 존에 예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제 우리 스스로 올 시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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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기 후 두산 선수단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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