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5~6점은 우스운 요즘 야구, '패전처리'가 실종됐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8.05.0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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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곽빈.


요즘 '패전처리'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추격조'라 표현한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기대되는 역할도 달라졌다. 한 이닝에 5~6점이 우스워지면서 야구 트렌드가 변했다.

선발투수가 초반에 와장창 무너지는 일은 늘 있어 왔다. 리그 공격력이 전반적으로 강해지면서 감독들이 예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경향이 늘었다. 선발투수가 이른 시점에 대량실점을 하면 선택지는 보통 2개다. 그냥 선발을 더 길게 끌고 가서 투수를 아끼거나 패전처리용 투수를 투입해 긴 이닝을 맡기는 것. 내심 이날은 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기를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일단 불펜을 가동해 불을 끄고 본다. 패전처리인지 추격조인지 필승조인지 경계도 애매모호하다. 경기를 잡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불펜투수들을 총동원해 1이닝씩 끊어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가장 강력한 구원투수를 마지막 순간에 투입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1점 차든 5점 차든 중반이든 후반이든 승부처다 싶으면 일단 나와서 막는다.

악순환이다. 다득점 경기가 많아지면서 불펜 의존도가 늘어난다. 좋은 구원투수들은 더 자주 나온다. 더 일찍 지치고 구위는 더 빨리 하락한다. 그러면 다시 대량실점에 난타전이다. 올 시즌 각 구단 마무리투수들이 예외 없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뜩이나 투수가 부족한데 과부하까지 걸리고 있다.

스트라이크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모든 심판이 일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심지어 한 명의 존도 경기 도중 오락가락한다. 넓게 보다가 갑자기 경기가 박빙 승부로 치달으면 좁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수 입장에서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던 공을 안 잡아주면 혼란스럽다.


과거에는 선발 라인업을 짤 때 수비를 중요하게 봤다. 중요한 순간에 공격력을 갖춘 타자를 대타로 내보내곤 했다. 요즘에는 처음부터 수비도다는 공격 야구다. 그러다보니 실책도 쏟아진다. 이기는 경기라면 대수비 요원으로 교체라도 하겠지만 지는 상황에서는 힘들다. 실책해서 지고 있는데 바꿔주질 못한다. 아기자기한 야구가 사라졌다.

선두 두산을 보면 이런 흐름을 유일하게 거스르고 있다. 두산은 누가 들어와도 수비에 구멍이 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수비가 아웃카운트를 꼬박꼬박 잡아준다. 투수들은 수비를 믿고 던지니 더 결과가 좋다. 불펜에서도 곽빈, 이영하 등 젊은 새 얼굴들이 나오고 있다. 전혀 다른 야구를 하고 있는 두산이 그래서 1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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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기 해설위원 / 사진=스타뉴스
[김경기의 스카이박스]는 '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2018 KBO리그 관전평을 연재하는 코너입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 현대를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도 걸었습니다. 김 위원의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김경기의 스카이박스]를 통해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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