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왜 LG의 모든 짐을 박용택이 져야 하나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8.08.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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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 /사진=LG트윈스 제공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LG의 심장으로 추앙받던 박용택이 의도치 않게 죄인(?)이 됐다.

참 아이러니하다. LG가 못하면 박용택이 집중포화를 당하는 현상은 LG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준다. 그만큼 박용택이 LG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막대하다는 뜻이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LG에서 박용택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돌아보면 박용택은 그간 LG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동시에 욕도 자주 먹었다. 팀이 못할 때 잘하면 개인기록만 신경 쓴다고 지적을 받았고, 팀이 못할 때 못하면 팀 부진의 원흉으로까지 지목되기도 했다. 어쨌든 LG가 못하면 박용택은 비판의 대상 1순위로 도마 위에 올랐다.

매우 비정상적이며 안타까운 현실이다. LG의 라인업에서 박용택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어서다. 이는 근 10년 가까이 LG가 풀지 못한 21세기 최대의 숙제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를 통해 영입한 김현수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물론 올해 김현수가 LG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배워 온 루틴을 후배들과 공유하며 발전시켰다. 대표적으로 채은성과 양석환이 정기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하며 눈에 띄는 장타력 향상을 맛봤다.


아직은 그 정도까지다. 개인적인 루틴이나 컨디션 조절, 한 명의 1군 선수로서 어떤 마인드와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최고의 모범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팀 전체의 분위기를 장악하고 이끌어나가기에는 김현수의 LG에서의 경력이 짧다. 이는 LG가 그동안 어떤 야구를 해왔는지 뿌리부터 상세히 몸에 익힌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현수는 최소 3년에서 5년은 필요하다.

즉, LG에는 지금 박용택을 대체할 필드의 리더가 없다. 다들 자기 야구를 하기 바쁘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박용택만 눈에 들어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LG의 경기는 항상 비슷하다. 특히 야수들의 움직임이 그렇다. 그래서 투수들 컨디션에 경기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투수들이 잘 던져주면 그대로 연승 흐름을 타고 마운드가 흔들리면 곧바로 연패다. 연승 중일 때에는 뭘해도 잘 풀리지만, 연패에 빠지면 경기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는 코칭 스태프와 무관하게 야수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영역이다. 연패 중에는 어떻게든 짜내는 야구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1사 1, 2루에서 벤치가 개입해 번트 작전을 낼 수는 없다. 굳이 두산과 비교를 하자면 두산은 여기서 병살을 면하기 위한 플레이를 하고 LG는 안타를 쳐서 득점을 하려는 야구를 한다. 두산은 그렇게 개인을 버리고 연결 연결을 통해 대량 득점을 만들고 LG는 툭툭 끊긴다.

이러한 콘셉트를 제시하는 역할이 LG에는 지금 보이지 않는다. 필드의 사령관이 반드시 최고참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LG에서 오랜 기간 주전으로 뛰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오지환이 할 수도 있고 이형종도 할 수 있다. 유강남이든 채은성이든 얼마든지 나설 수 있다.

LG가 좋은 팀이 되려면 이렇게 박용택만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류중일 감독은 주전을 보장한다. 오늘 못 쳤다고 내일 빠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나보다는 팀을 위해, 다들 이기는 야구를 할 줄 알 때가 됐다.

[김경기의 스카이박스]는 '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2018 KBO리그 관전평을 연재하는 코너입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 현대를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도 걸었습니다. 김 위원의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김경기의 스카이박스]를 통해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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