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36경기일까' KBO 상벌위, 이택근 징계 고심한 이유는

야구회관=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12.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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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이택근이 19일 오후 서울 야구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참석한 이후 취재진 앞에 섰다. /사진=뉴시스



왜 36경기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2015년 팀 후배 문우람(26)에게 야구 배트로 폭행을 가한 넥센 이택근(38)에 대해 심의한 뒤 정규시즌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뒤늦게 신고해 이날 함께 징계를 받은 넥센 임지열의 30경기보다는 많지만,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오승환, 임창용과 비교하면 정확히 절반이다.


내년 시즌 KBO리그가 3월 23일 개막하는 가운데, 이택근은 한 달 여 뒤인 4월 30일 인천 SK전부터 출장할 수 있다. 상벌위가 이택근에게 페넌트레이스 144경기의 1/4에 해당하는 '3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폭력은 무조건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을 세밀하게 살펴봤다"면서 "당시 이택근이 주장으로서 팀을 리드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선수단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3년 전, 문우람이 좋지 않은 면에서 팀워크 등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1차 경고를 줬는데, 다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재차 주의를 줬더니 거기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맞서면서 언쟁이 발생했다. 그 와중에 배트로 밀치고 손잡이로 때리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폭력 당시 상황'에 이어 '폭력 사태 이후 조치'도 면밀하게 살펴봤다. 그런 일이 벌어진 뒤 넥센 구단은 내용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두 선수의 갈등이 팀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했다. 또 다른 문제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구단은 판단했다"면서 "그 사건 이후 문우람과 이택근은 잘 지냈다고 한다. 둘은 한때 룸메이트였다. 사건 후 서로 사심 없이 대했고, 문우람도 잘 적응하다가 군대를 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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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이택근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우람 폭행사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그는 "당사자 둘은 합의를 한 상태였다. 이어 이택근은 문우람 아버지에게 사과를 했다. 또 문우람에게도 '우람아, 미안하다'며 사과했다"면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지만 폭력이 일어나는 과정에 있어 나쁜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벌위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고심했다. 물론 장비를 갖고 한 폭행은 중범죄일 수 있다. '툭툭' 친 게 아니라면 중대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다만 이후 관계 복원 노력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과정을 세밀하게 살펴봤고, 거기에 맞춰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기자회견 후 문우람과 계속해서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문우람 아버지 측과 연락이 닿았다. '(문)우람이가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어 아버지가 대신 전화했으며, 문우람의 상벌위 참석이 어렵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문우람 아버지는 '넥센이 경위를 잘 알고 있으니, 거기에 갈음해 상벌위를 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장비를 갖고 폭행을 하는 건 이유를 불문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옛날 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 너 잘 되라고 그랬던 일'이라고 말하던 시대는 진작 지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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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문우람 폭행사건' 관련 상벌위원회에서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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