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묘미' 류중일표 LG 야구의 짜릿함 [★분석]

고척=한동훈 기자 / 입력 : 2019.05.30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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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중일 감독 /사진=LG트윈스
"답이 없어요."

LG 류중일 감독이 29일 키움전에 앞서 했던 말이다. 키움 안우진에 꽁꽁 묶여 무기력하게 진 다음 날이다. 최근 부진한 타선을 바라보는 답답한 마음이 묻어났다.


답이 없다는 말은 흔히 무방비 상태라는 뜻으로 들린다. 류중일 감독의 뉘앙스는 달랐다. 전반적인 타격 슬럼프를 타개할 명확한 정답이란 것 자체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류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헤쳐나가길 바랐다.

선수 능력을 전적으로 믿는 류중일 감독의 야구는 팀 성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잘 나갈 때에는 믿음의 아구로 칭송을 받는다. 연패에 빠지면 감독이 소극적이라는 비난에 빠지곤 한다. 5월은 후자였다. 류 감독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버텼다.

타격 부진이 길어지면 코치 교체나 타선 조정, 크게 두 가지 처방전이 언급된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코치 보직을 바꾸거나 당일 컨디션 혹은 상대전적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최대한 기다렸다가 손을 댄다. 밖에서 보는 시선은 답답할 수 있다. 오히려 현장에선 감독이 이리저리 수를 쓰면 불안감을 느낀다.

한 해설위원은 "솔직히 코치 교체는 실효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 말했다. 그는 "코치가 바뀐다고 1군 선수들의 타격 실력이 갑자기 좋아질 리 없지 않느냐"며 "기술적인 문제보다 만약에 관계에 트러블이 있을 때 바꿔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군 감독을 지냈던 한 지도자는 "감독이 너무 자주 개입하면 현장에선 '조물딱거린다'고 표현한다"며 "라인업은 최대한 고정해야 선수들이 감을 되찾는 데 유리하다"라 말했다.

슬럼프 탈출을 위한 가장 손쉬운 선택지로 알려진 2가지가 실은 '보여주기'식이라는 뜻이다. 가장 조바심을 느낄 당사자들이 선수들인데 감독마저 중심을 잡지 못하면 리더십이 흔들린다. 실제로 선수들은 꾸준히 믿어주는 코칭스태프에 미안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준비한다.

류중일 감독은 항상 "선수가 잘했다"고 물러난다. 투수교체나 여러 작전 들이 족집게처럼 성공한 날에도 "(작전을)내는 대로 (선수들이)다 해주니까 얼마나 좋노"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지 작전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때문에 생각보다 길어진 타격 침체도 선수들이 이겨내길 기대했다. 류 감독은 29일 경기 전에 "투수 공이 좋다고 못 치면 그게 이유가 되느냐"라 반문하면서 "그 안에서도 싸울 줄 알아야 한다. 이거 노려라 말해준다고 다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자가 타석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침 이날 LG 타자들은 답을 찾았다. 초반에는 키움 선발 요키시에 끌려다녔지만 0-1로 뒤진 6회초 혈을 뚫었다. 타자 일순하며 대거 4점을 내 승기를 잡았다. 김현수, 조셉, 채은성, 이형종, 김민성에 이르기까지 간결한 타격으로 단타를 뽑아내 요키시를 무너뜨렸다.

물론 이 한 경기로 LG 타선이 되살아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LG는 당분간 저득점 저실점의 아슬아슬한 악전고투를 뚫고 나가야 할 지 모른다. 다행히 LG 마운드는 매우 튼튼하다. 류 감독이 꾹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두터운 투수진이기도 하다.

29일 경기에서 드러났듯 중심타자들의 타구 질이 눈에 띄게 좋아진 점은 호재다. 김현수와 조셉, 채은성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계속해서 생산해내고 있다. 될 듯, 안 될 듯, 기다리면 결국 응답하는 류중일표 LG 야구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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