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홍콩, 손가락 욕설까지...' 中 '짜이요' 응원마저 짓눌렸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12.1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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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홍콩과 중국의 경기에서 홍콩 응원단이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되자 일제히 야유를 보내고 등을 보이고 돌아서고 있다. /사진=뉴스1
약 200여명이 넘는 홍콩 응원단의 목소리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반면 50여명 남짓한 중국 응원단의 함성은 홍콩 응원단의 함성에 묻혔다.

중국 축구 대표팀은 18일 오후 4시 15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홍콩 대표팀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중국은 1승 2패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며, 홍콩은 3연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사실 결과에 큰 의미가 없는 듯 보였지만, 경기장은 어느 경기보다 응원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바로 양 국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때문이다.

양 팀의 국가인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되자 홍콩 선수들은 입을 다물었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국가를 크게 따라부르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많은 홍콩 팬들이 국가가 울리자 등을 돌렸으며, 일부 팬들은 손가락 욕설을 날리기도 했다. 이들은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위 아 홍콩(WE ARE HONGKONG)'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최근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폐지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중국과 홍콩 정부를 상대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는 국내에 있는 중국과 홍콩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대학교에서는 홍콩을 지지하는 대자보가 훼손됐으며, 곳곳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양 측 응원단의 충돌을 우려해 EAFF 및 대한축구협회(KFA)도 안전을 신경 쓰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홍콩-중국전 경호를 위해 경찰인력을 350명으로 확대 배치했으며, 사설 경호원도 560명에서 640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경기장에는 'IOC와 FIFA 규정에 의거해 EAFF는 정치적 행위와 표현, 정치적 의사 표현을 위한 설치물 반입, 차별적 언행과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힌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다. 하지만 이들 홍콩 팬들의 표현 의지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이날 경기장 본부석 기준, 왼쪽에 자리한 200여명이 넘는 홍콩 팬들은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마치 시위를 방불케 하는 전투적인 모습이었다. 반면 50여명이 자리한 중국 팬들은 홍콩 응원석 정반대인 오른쪽에 자리했다. 이들은 대부분 앉아서 조용히 경기를 관전했다. 간간이 "짜이요(파이팅)"를 외치긴 했으나 역시 홍콩 응원단의 목소리에 파묻혔다.

응원전 열기는 뜨거웠지만, 경기는 차분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의 2-0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양 팀 선수들은 악수를 나누며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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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홍콩과 중국의 경기에사 홍콩 서포터즈가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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