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홈스의, 마홈스에 의한, 마홈스를 위한 슈퍼보울 LIV [댄 김의 NFL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20.01.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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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가 AFC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매년 미국인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보울 LIV(54)이 오는 2월3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다. 미국을 넘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된 슈퍼보울은 올해 전 세계 180개국에 총 25개의 언어로 생중계된다.

이번 슈퍼보울은 다시 한 번 폭발적인 오펜스와 철통 같은 디펜스가 충돌하는 ‘창 vs 방패’의 클래식 대결이 됐다. 지난 시즌(2018년) NFL MVP인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가 이끄는 AFC(American Football Conference) 챔피언 캔자스시티 칩스의 오펜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경기당 419야드를 뽑아내며 43득점을 올려 득점 1위를 달리는 ‘예리한 창’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NFC(National Football Conference) 챔피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는 ‘철통의 방패’를 자랑한다. 샌프란시스코는 두 경기에서 단 30점만을 내줘 경기당 실점 15.0으로 포스트시즌 팀 중 단연 최소이고 경기당 252.5야드만 내준 것도 압도적 1위다.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는 예리한 창과 어떤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는 철통 방패의 대결이니 만큼 과연 이들의 충돌에서 어느 쪽이 꺾일 것인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승패 예상은 말 그대로 예측 불허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은 31일 현재 1점 차로 캔자스시티의 근소한 우세를 점치고 있어 사실상 백중세임을 말해주고 있다. 도박사들의 예상 격차가 1점 이하로 나오는 것은 54회째를 맞는 슈퍼보울 역사에서 이번이 단 3번째다.

캔자스시티는 이번이 무려 50년 만의 슈퍼보울 무대 복귀다. 1970년 펼쳐진 슈퍼보울 IV(4)에서 유일한 우승을 차지한 후 무려 반세기 만에 다시 슈퍼보울 우승에 도전하는 캔자스시티는 차세대 NFL 간판을 예약한 영 스타 쿼터백 마홈스가 50년 묵은 한을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경기 당일에 만 24세138일이 되는 마홈스는 이번 슈퍼보울에서 우승할 경우 벤 로슬리스버거(피츠버그 스틸러스)와 톰 브래디(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이어 만 25세 전에 슈퍼보울 우승을 차지한 단 3번째 쿼터백으로 기록되며 동시에 NFL 역사상 리그 MVP와 슈퍼보울 우승을 모두 달성한 최연소 선수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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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의 패트릭 마홈스. /AFPBBNews=뉴스1
하지만 마홈스는 이번 경기에선 NFL 최강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철벽 디펜시브 라인을 넘어야 한다. 닉 보사, 드포리스트 버크너, 아릭 암스테드, 디 포드로 이어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디펜시브 라인맨들은 모두 1대1로 상대 오펜시브 라인맨을 뚫을 수 있는 파워와 스피드를 보유해 상대 쿼터백들에겐 공포의 대상들이다. 더구나 디펜시브 라인만으로 상대 쿼터백에 엄청난 압박을 가할 수 있어 후방 수비수들은 수적 여유를 갖고 상대 리시버들을 이중으로 커버할 수 있어 상대 오펜스엔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샌프란시스코이지만 이번 경기에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마홈스의 패싱뿐 아니라 러싱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틀어 막힌 듯한 상황에서도 빠른 발을 이용한 스크램블링과 놀라운 경기 센스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위기를 가볍게 벗어나는 마홈스의 능력을 고려하면 샌프란시스코 디펜스도 평소의 게임 플랜을 그대로 가져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언제라도 마홈스의 러싱을 막으려면 사실상 그의 움직임만을 관찰하는 막는 전담 스파이가 필요하지만 그 경우엔 다른 쪽이 취약해지는 고민이 생긴다.

그런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마홈스를 막는 데 디펜스뿐 아니라 오펜스를 사용하는 작전을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포스트시즌 경기당 235야드가 넘는 러싱을 기록해 압도적인 러싱 1위 팀이다. 러닝백 데릭 헨리를 앞세운 테네시 타이탄스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총 503야드를 기록, 근소한 차로 러싱야드 1위에 올라 있지만 경기당 야드는 샌프란시스코가 거의 70야드나 앞서 있다.

두 경기에서 무려 89회나 러싱을 시도한 반면 패스 시도횟수는 단 27회에 불과했다. 패싱 대 러싱의 비율이 3배가 넘는다. 샌프란시스코 러닝백 라힘 모스터트는 그린베이 패커스와 NFC 결승에서 220야드 러싱을 기록, NFL 포스트시즌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러싱 기록을 세웠다.

이런 파워 러싱 능력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둔탁하지만 파워풀한 러싱 어택으로 캔자스시티 디펜스를 계속 두들기면서 시간을 계속 흘려보낸다면 마홈스가 이끄는 캔자스시티 오펜스가 필드에 나서는 시간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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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쿼터백 지미 가로폴로. /AFPBBNews=뉴스1
사실 샌프란시스코가 확고한 러싱게임의 우위를 확보하고 쿼터백 지미 가로폴로와 타이트엔드 조지 키틀, 와이드리시버 디보 새뮤얼이 이끄는 패싱게임이 효과적으로 뒤를 받쳐준다면 캔자스시티의 폭발적인 오펜스를 사이드라인에 묶어 둘 가능성은 충분하다. 가로폴로는 플레이오프 두 경기를 합쳐 단 17개의 패스로 208야드 패싱에 그쳐 겉보기엔 초라한 성적을 남겼지만 이는 러싱에 치중하는 팀 스타일에 기인한 것이다. 정규시즌 그의 패스성공률(69.1%)과 야드(3978야드)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의 패싱 오펜스도 충분히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샌프란시스코의 작전이 적중한다면 캔자스시티는 얼마 안 되는 공격 기회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켜야만 한다는 중압감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캔자스시티 디펜스는 샌프란시스코가 지금처럼 계속 압도적인 러싱을 이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데 치중하고 가로폴로의 패싱게임이 갑자기 불이 붙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이번 슈퍼보울은 마홈스에겐 첫 경험이지만 가로폴로는 이미 비록 직접 필드에 나서지는 못했더라도 뉴잉글랜드에서 브래디의 백업으로 있으면서 얻은 슈퍼보울 우승 반지 2개를 갖고 있다. 더구나 쿼터백의 플레이보다는 러싱과 디펜스에 의존하는 샌프란시스코의 게임 플랜으로 인해 심적으로 가로폴로가 마홈스보다는 한결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마홈스는 팀의 운명이 그의 어깨와 발에 달렸다는 중압감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캔자스시티가 이기려면 마홈스가 최고의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것은 거의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캔자스시티가 이긴다면 마홈스가 슈퍼보울 MVP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로 마홈스가 고전한다면 캔자스시티의 슈퍼보울 우승 가뭄은 51년째로 이어질 것이다. 그만큼 그가 승리의 열쇠다.

브래디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마홈스가 확고하게 그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할 지가 이번 슈퍼보울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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