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항변 "대표팀 40분은 다르다" "티켓 말고 얻은 게 없다" [★이슈]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0.02.13 11:34 / 조회 :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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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규 감독. /사진=뉴시스
"리그에서는 40분 뛰는 선수들도 있다."

12년 만에 올림픽 티켓을 들고 온 이문규(64)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한 말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진출하게 된 여자농구. 하지만 축하가 쏟아지기보다는 혹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정확하게 짚었을 때는 이문규 감독의 전술 운영을 두고 말들이 많은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 8일 세르비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조별예선 영국과 2차전에서 나왔다. 한국은 82-79 승리를 거뒀고, 이 1승 덕분에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스페인과 1차전에서 46-83, 중국과 3차전에서는 60-100으로 크게 졌다.

◇ 문제의 영국전, 어땠기에

그런데 영국전 승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한국은 한때 17점 차나 앞설 만큼 유리한 경기를 치르고도 막판 추격을 허용해 1점 차까지 쫓겼다. 역전패를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경기였다.

대표팀은 이날 6명의 선수만 기용했다. 이 중 40분 풀타임을 뛴 선수가 3명이나 됐다. 출전시간 35분을 넘긴 선수도 두 명이었고, 김한별(34)만 5분 59초를 뛰었다. 사실상 5명만으로 영국전을 치른 것이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막판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혹사 논란이 있었던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 A씨는 1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리그와 대표팀 경기의 40분 풀타임은 같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뛰는 경기는 다르다. 같은 10분을 뛰더라도 대표팀에서 뛰는 10분이 더 힘들다. 상대 선수들부터 다르고, 대표팀 경기 특성상 더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선수들의 경우 선수 개개인의 능력 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국전에서 크게 앞서고 있을 때 다른 선수들이 뛰었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 부분이 감독님께서 실수하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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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대표팀. /사진=뉴시스
◇ "오래 뛴 게 불만은 아니다"

대표팀 출신이자 전 여자프로농구(WKBL) 선수 B씨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오래 뛰었다고 선수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운영 방식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이문규 감독이 말한 40분은 아니더라도, 리그에서도 소속팀 주전 선수들은 보통 37분, 중요할 때는 38분까지도 뛴다. 하지만 대표팀은 다르다. 모든 선수들이 어느 정도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소 8~9명까지는 기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짚었다.

특히 영국전에서 대표팀은 빅맨 박지수(22)가 4쿼터 초반 4파울을 당했는데도 교체 없이 뛰었다. 이문규 감독도 박지수를 대체할 마땅한 카드가 없었을 것이다. 박지수를 제외한 다른 빅맨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 선발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쓰임새에 따라 빅맨을 한 명만 뽑아도 되고, 아예 안 뽑을 수 있다. 그런데 이문규 감독은 자신이 선발한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조차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B씨는 "WKBL에는 신장이 좋은 빅맨이 있었음에도 이문규 감독은 데려가지 않았다. 감독마다 원하는 전술이 있고 추구하는 색깔이 있다면 다른 선수들을 데려갈 수 있다. 또 그 선수들을 잘 썼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데려간 선수들도 잘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도쿄 올림픽이 걱정된다

물론 영국전 올인을 선언한 이 감독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1승을 따낼 수 있는 유력한 상대였고, 이번 최종예선에선 1승만 해도 올림픽에 나갈 확률이 높았다. 한 조의 4개 팀 중 3위만 해도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데, 스페인, 중국전은 포기하다시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적인 강팀인 스페인은 그렇다고 쳐도, 지난 해 승리를 거뒀던 중국전까지 아예 내려놓다시피 했다는 주장이다. 만약 영국이 3차전에서 스페인을 잡았다면 한국은 도쿄올림픽에 진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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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사진=뉴시스
B씨도 "영국전에 포커스를 맞춘다고 해도 1, 3차전을 포기하다시피 한 것은 문제가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선수들도 이런 운영적인 부분에서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출전시간이 적었던 또다른 대표팀 선수 C씨도 스타뉴스를 통해 "출전시간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많이 뛴 선수들은 혹사, 또 나처럼 적게 뛴 선수들은 실망스럽다. 올림픽 티켓을 딴 것을 제외하고는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영광스럽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또 C씨는 "주전과 비주전의 출전시간은 차이가 있겠지만, 적절한 교체 타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나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에는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도쿄올림픽 진출은 위기에 빠져 있던 여자농구의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농구 팬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는 대표팀다운 경기 운영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에서도 같은 모습이 나올까 걱정이다. 하지만 이문규 감독은 혹사 논란에 대해 "리그에서는 40분 뛰는 선수들도 있다"고 항변했다. 이게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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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대표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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