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깜작 데뷔 울산 설영우, “아놀드-김태환 닮고 싶다”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20.06.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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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포항] 이현민 기자= 김도훈 감독(울산 현대)이 깜짝 카드로 꺼낸 ‘울산의 아들’ 설영우(21)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165번째 동해안더비에 설영우라는 낯선 이름이 보였다. 구단 관계자조차 놀랄 선발 출격이었다. 지난달 30일 광주FC와 4라운드 원정에서 왼쪽 수비수인 데이비슨이 상대에 고전했다고 하나, 같은 포지션에 박주호가 있다. 6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예상을 깨고 박주호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1998년생인 설영우가 선발을 꿰찼다.


현대중, 현대고, 울산대를 거쳐 올해 프로에 입문한 설영우는 ‘Made in 울산’이다. 실력은 물론 잘생긴 외모로 프로에 오기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손꼽아 기다렸던 프로 데뷔전이 동해안더비라니. 뚜껑을 열자 프로 첫 경기라 믿기지 않을 만큼 대범했다. 왼쪽 풀백, 주 임무는 수비였다. 포항 팔라시오스(최전방), 심동운(우측 윙백)의 전방 침투를 대비해 수비에 비중을 뒀다. 경기 초반 몇 차례 삐걱대는 모습이 보였으나, 스스로 멘탈을 꽉 잡았다. 설영우 앞에 위치한 김인성, 중앙 수비수인 정승현이 설영우에게 ‘괜찮다’고 힘을 실어줬다. 벤치에서도 ‘좋아 좋아’라며 독려했다. 가쁘게 몰아쉬던 숨이 어느새 안정됐고, 경기 템포에도 적응했다. 간헐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패스를 주고, 연계 플레이를 펼쳤다. 과감한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는 그의 무기 중 하나다. 그러나 아꼈다. 상대적으로 울산은 김태환과 이청용이 위치한 우측이 활발했다. 김도훈 감독은 전략적으로 설영우에게 안정을 주문했다. 때문에 ‘진짜 설영우’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지 않은 셈. 그럼에도 꽤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미친 듯이 뛰다 보니 후반 막판에 근육 경련(후반 35분 박주호와 교체)이 오는 건 당연했다. 자신도 알았다. ‘지금 내가 못 보여주면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화려하지 않아도 묵직했던, 스타 탄생의 서막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도훈 감독은 “엑설런트했다. 동계훈련 때부터 지켜봤던 자원이다.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믿고 투입했는데 잘해줬다”고 엄지를 세웠다.


주장인 신진호 역시 “(설)영우 잘하지 않아요? 진짜 물건이에요”라고 후배의 활약을 기뻐했다.

본인의 데뷔전은 어땠을까. 설영우는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너무 떨렸다. 무관중 경기라서 관중이 있을 때보다 덜했다. 형들과 코치진 도움 덕에 잘 이겨냈다”면서, “지난해 우리 울산과 포항과 최종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마지막에 포항 때문에 우승을 못 했다. 내년에 내가 몸담을 팀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번 시즌 하루빨리 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는데, 우연히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이기는 것도 중요했으나, 팀에 피해를 주지 말자고 다짐했다. 확실히 프로의 벽이 높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형들 덕에 잘 해냈다. 뿌듯하다”고 설렘 가득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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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설영우와 일문일답.

- 감격의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너무 떨렸다. 무관중이라서 관중이 있을 때보다 덜했다. 많이 힘들었는데 형들과 코치진 덕에 자신감을 얻었다.

- 데뷔전이 동해안더비였다. 그래서 더 특별했을 것 같은데?

지난해 현장에서 포항과 리그 최종전을 지켜봤다. 마지막에 포항 때문에 우승을 못 했다. 내년에 대가 몸담을 곳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루빨리 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팀에 피해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 언제 선발 통보를 받았나?

내가 출전할 거라는 사실은 경기 당일에 알았다. 포항전을 준비하면서 베스트 11명으로 훈련할 때 조금은 짐작했다.

- 김도훈 감독이 어떤 말을 했나?

'예전부터 너를 지켜봤을 때 충분히 이런 경기에 들어가 형들과 섞여 잘할 수 있다. 믿는다.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고 해주셨다.

- 경기 중에 동료들이 컨트롤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이라 긴장했다. 경기가 시작되니 시야가 좁아지고, 전방으로 볼을 줄 수 있는데 백패스를 했다. 이때 형들이 ‘괜찮다, 실수해도 뭐라고 할 사람 없다’고 말했다. (정)승현이 형, 불투이스가 ‘우리가 있잖아, 걱정 마’라고 했다. 큰 힘이 됐다.

- 포항전에 수비 비중이 컸다. 공격적인 재능도 갖췄다고 들었는데?

경기 전에 감독님이 ▲ 자리를 지켜주고 ▲ 볼을 뿌려주고 ▲ 역습 차단에 주력하라는 메시지를 주셨다. 상대가 오기를 기다렸다. 특별히 내가 뭘 잘한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다. 그래도 그중에서 공격적인 크로스와 공격수가 상대 뒷공간으로 뛸 때 찔러주는 패스는 자신 있다.

- 프로 첫 상대가 포항이었다. 어땠나?

역시 프로의 벽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지켜보다 안에서 직접 뛰어보니 긴장감, 전투력이 확실히 달랐다. 전쟁 같았다. (김)태환이 형이 일류첸코와 신경전을 벌이는 걸 보고 무서웠다.

- 김태환 선수는 아군에 큰 힘, 적군에 얄미운 존재다. 함께 생활한다고 들었다. 어떤가?

태환이 형이랑 같은 방을 쓴다. 평소 츤데레다. 다른 형들은 내게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독려해준다. 그러나 태환이 형은 다르다. 포항전이 끝나고 형들이 데뷔를 축하해줬다. 태환이 형은 ‘한 경기 잘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지금부터 중요하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애정섞인 조언을 건넸다. 고맙다.

- 왼쪽 수비에 박주호, 데이비슨, 최준까지 있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데?

주호 형과 데이비슨은 경험이 풍부하다. (최)준이와 나는 U-22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형들보다 실력은 떨어지지만, 형들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언제든 우리가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헌, (박)정인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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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6일 66번을 달고 프로에 데뷔했다. 등 번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아버지가 66년생이시다. 처음에 프로에 가면 몇 번 달까 고민했다. 좋은 번호는 형들의 몫이다. 그래서 의미 있는 번호를 생각해 골랐다. 또,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리버풀)를 좋아한다. 아놀드도 66번이다.

- 어떤 선수를 동경하나?

해외 선수 중에서는 아놀드다. 포지션도 나이도 같다. 플레이 스타일을 닮고 싶다. 국내에서는 태환이 형이다. 매 경기 준비하는 모습과 자세가 간절하다. 주축임에도 흔들림 없다. 늘 한결같다. 옆에서 보며 많이 느끼고 있다. 나도 이런 선수가 돼야겠다고.

- 김태환 선수가 따로 조언해주는지?

앞서 말씀드렸듯 좋은 얘기 안 한다. ‘그렇게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따로 불러 노하우를 알려준다(웃음). ‘네가 맨투맨 마크하는 선수가 무서워서 축구를 못 할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나는 지금까지 축구를 그렇게 안 했는데, 이제라도 노력해볼 생각이다.

- 경기가 끝나고, 팀 버스에 오른 후 누구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했나?

경기가 끝나고 아버지께 가장 먼저 연락을 드렸다. 긴장 안 됐냐고 물으셨다. 충분히 잘했다, 푹 쉬라고 하셨다.

- 울산 유스로 자부심이 클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구단에서 지켜봤다. 나에 대한 기대가 있다.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 프로에 와서 기회를 빨리 받았다. 앞으로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

- 울산은 초호화군단이다. 전, 현직 대표 선수들이 즐비하다.

우리끼리(신인 선수들) 아직 형들을 보면서 ‘대표팀에 온 느낌’이라고 한다. 늘 이청용, 고명진, 윤빛가람, 박주호 형처럼 되자고 다짐한다.

- 가장 보고 싶었던 선수가 있었나?

청용이 형이다. 내가 감히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해외 생활을 오래 했는데 마치 한국에서 쭉 살아온 사람 같다. 포항전을 앞두고 내게 슬쩍 다가와서 ‘나도 데뷔전이 더비(슈퍼매치)였어. 떨렸지, 네가 훈련 때 보여준 걸 반만 발휘하면 잘 될 거야’라고 말해줬다.

- 울산은 올해도 우승에 도전한다.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지난해도 올해도 전북과 치열한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전북과 안 붙었다. 지금 분위기와 선수들의 마음가짐, 감독님이 추구하는 가고자 하는 길을 잘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

-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 ‘울산의 왼쪽 풀백은 설영우’라는 눈도장을 찍고 싶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 명단에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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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게티이미지코리아

보도자료 및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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