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 우리는 왜 이날치 '범 내려온다'에 열광할까

공미나 기자 / 입력 : 2020.11.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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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SBS스페셜'이 한국 대중음악계에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튼 이날치를 조명한다.

22일 오후 11시 5분 방송되는 'SBS스페셜'은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 편으로 꾸며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내 명소들이 등장하는 1분 반짜리 짧은 영상. 이를 배경으로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옷차림의 춤꾼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아낌없는 춤사위를 선보이는데, 이들이 리듬을 타는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 묘한 매력에 이끌려 이 영상을 무한 재생하게 된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 영상은 한국관광공사가 관광유치를 위해 내놓은 홍보영상이다.

지난 9월 동영상 포털사이트에 처음 공개된 이 영상은 현재 3억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에 쓰인 배경음악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라는 곡이다. 판소리 수궁가의 결정적 장면을 밴드 음악으로 옮겨왔다.

이날치는 소리꾼 4명과 베이시스트와 드러머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한 라이브 영상을 통해서지만, 멤버 남다른 내공의 소유자다. '전우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부산행'과 최근에는 '보건교사 안은영'까지, 100편이 넘는 영화의 음악을 맡아온 장영규 씨를 중심으로 故 김광석 씨의 밴드에서 드럼을 담당했던 이철희 씨, 장기하와 얼굴들의 베이스를 담당했던 정중엽 씨 그리고 판소리를 전공한 소리꾼들까지 그들의 화려한 음악 경력을 합치면 무려 150년이 넘는다.


◆ 우리는 왜 이날치에 열광하나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판소리인데 대중은 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에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까. 이날치 음악의 비밀을 분석해 봤다.

"미국 힙합 중에서도 랩을 되게 빠르게 하는 힙합하고 붙여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인터뷰 中)

판소리가 힙합처럼 들릴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날치의 음악은 판소리 가사를 래퍼가 랩을 뱉어내듯 빠른 템포로 처리해 마치 랩음악을 듣는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포인트가 되는, 하이라이트가 되는 구절이 계속 맴돌게 되잖아요." (국악인 박애리 인터뷰 中)

이날치는 판소리 '수궁가'의 가사를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범 내려온다'와 같은 특정 가사를 반복해 부르는 후렴구를 만들어냈다. 전문가들은 이 후렴구의 강한 중독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따라부르게 한다고 분석한다. 이날치의 음악을 즐겼을 뿐인데 어느새 판소리 수궁가를 즐기게 된 것이다.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베이스라인 덕분이거든요."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인터뷰 中)

이날치는 일반 밴드에서는 볼 수 없는 악기 구성을 도입했다. 기타를 과감히 빼고 베이스기타 두 대와 드럼으로 소리꾼들의 노래를 받쳐준다. 이것은 소리꾼 옆에서 장단과 추임새를 넣어주는 고수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특유의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이날치의 음악을 듣는 사이 그루브와 흥은 하나가 되고 랩과 타령의 경계가 무너지고 전통과 현대의 구분이 사라진다.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끼니를 챙길 틈도 없이 바쁘다는 이날치 멤버들은 요즘 전에는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각종 공연과 방송 출연 그리고 톱스타들만 찍을 수 있다는 휴대전화 광고까지, 또 이날치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찾아오는 팬들도 생겨났다.

◆ 이날치의 일상 그리고 음악 이야기

"전통음악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을 하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인 것 같아요. 이게 가능한 일이 됐다는 것? 그게 큰 의미인 것 같아요." (이날치 소리꾼 안이호)

이날치 활동만으로 바쁜 와중에도 멤버들은 시간을 쪼개어 각자 해왔던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그중에서도 소리꾼 안이호 씨는 총 네 시간 분량의 판소리 '적벽가'의 완창을 준비한다. 그가 판소리 완창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날치가 국악의 현대화, 대중화를 이뤄내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이날치 멤버들은 이렇게 평가되고 규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전통음악을 다루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들이 음악을 하는 건 오직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다.

"우리가 재미있는 음악을 한번 해보자고 뭉쳤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자." (이날치 베이시스트 장영규)

"저 스스로도 우리가 얼마나 더 색다른 것을 하게 될까 기대가 돼요." (이날치 소리꾼 이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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