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추신수 좀 잡았던' 용병, 오늘도 '5색 기교'로 완승

인천=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4.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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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파이네. /사진=kt wiz
KT 위즈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가 SSG 랜더스 추신수(39)를 꽁꽁 묶었다. 데스파이네는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추신수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는데 KBO리그에서도 여전했다.

데스파이네는 2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7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했다. 14-5 대승에 앞장섰다. 추신수에게는 빗맞은 안타 1개만 줬다. 메이저리그 시절 6타수 1안타 강세를 이어갔다. 데스파이네는 자신의 5구종을 모두 활용하며 추신수 제압에 심혈을 기울였다.


추신수와 승부가 큰 관심사였다. 데스파이네는 자신의 경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선수로 유명하다. 데스파이네는 쿠바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6시즌 통산 109경기(선발 50회)에 나섰다. 이 감독에 따르면 데스파이네는 커리어가 화려한만큼 다른 외국인 선수들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최고 외야수 출신인 추신수와도 당당한 정면승부가 기대됐다.

이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데스파이네가 추신수에게)냅다 직구를 던져버릴 것 같다"며 웃었다. 데스파이네는 풍부한 경험만큼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포심, 투심, 커터 등 패스트볼 계열은 물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모두 구사한다. 가끔은 팔 각도를 낮추는 변칙 투구도 감행한다. 그야말로 '팔색조'다. 이 감독은 내심 데스파이네가 가진 무기를 모두 활용해 추신수와 신중하게 승부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데스파이네 성격상 힘으로 붙을 것 같다고 한 것이다.

실제로 데스파이네는 1회말 추신수와 첫 대결서 초구 147km 포심 패스트볼을 꽂았다. 추신수는 수비 시프트 빈틈을 노린 번트를 시도했다. 파울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데스파이네가 유리해졌다. 데스파이네의 '맞불'은 딱 여기가지였다. 데스파이네는 2구 커터로 기교를 살짝 부리며 추신수를 내야 뜬공으로 잡았다.


3회말 두 번째 대결은 데스파이네의 완벽한 승리였다. 데스파이네는 초구 투심으로 유인했다. 추신수가 골랐다. 1볼, 데스파이네의 카운트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데스파이네는 노련했다. 정직한 패스트볼 대신 체인지업으로 피해갔다. 패스트볼 타이밍에 풀스윙을 돌린 추신수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같은 구종이 하나도 없었다. 추신수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데스파이네는 앞 타석에서 보여준 커터로 의표를 찔렀다. 추신수가 빠르게 반응했으나 파울이었다. 데스파이네가 유리한 위치를 되찾았다. 데스파이네는 추신수를 다시 한 번 속였다. 아직 꺼내지 않았던 느린 커브를 여기서 던졌다. 데스파이네의 커브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타고 들어오며 추신수를 유유히 통과했다. 추신수는 선채로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7회 세 번째 타석은 추신수에게 운이 따랐다. 데스파이네는 초구 체인지업으로 추신수를 유혹했으나 밖으로 많이 빠졌다. 커터로 파울을 유도해 1볼 1스트라이크. 3구째에는 역시 이날 추신수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투심으로 승부했다. 추신수의 타이밍이 살짝 늦었다. 타구가 높이 떴다. 본래 유격수 위치였다. KT 내야진이 우측으로 시프트를 걸었다. 2루 베이스 뒤에 있던 유격수 권동진이 따라가기에 멀었다. 좌익수 김민혁도 쉽게 잡을 수 없는 곳에 절묘하게 공이 떨어졌다. 유격수 뒤 안타로 기록됐지만 데스파이네의 판정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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