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후 류지현(오른쪽에서 두 번째) LG 감독이 끝내기 상황에 대해 심판진에 항의하고 있다. |
LG가 2-4로 뒤진 채 맞이한 9회초. '클로저' 서진용을 상대로 1사 1루서 이천웅이 극적 동점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후속 김현수가 역전 우중월 솔로포를 터트리며 5-4로 경기가 뒤집혔다.
이어진 9회말. LG는 마무리 고우석을 올렸다. 그러나 1사 후 흔들렸다. 로맥과 추신수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한유섬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박성한이 6구째 밀어내기 볼넷에 성공, 5-5 원점이 됐다. 계속된 1사 만루 기회.
후속 이재원의 3루 강습 타구를 LG 3루수 문보경이 넘어지면서 낚아챈 뒤 3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때 이용혁 3루심은 페어를 선언한 뒤 아웃 팔동작까지 취했다. 문보경이 3루를 밟으면서 2루주자 한유섬이 아웃된 것을 알린 것이다.
이후 대혼돈의 상황이 벌어졌다. 공을 쥔 문보경이 홈을 향해 뛰어간 뒤 추신수를 협살로 몰았다. 이 과정에서 이용혁 3루심은 오른팔을 흔들며 계속 아웃 콜을 날렸다. 문보경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포수 유강남은 3루 베이스까지 왔다. 그런데 이 순간. 이미 아웃이 된 '유령 주자' 한유섬이 3루를 밟은 채 서 있었다. 사실 이 전에 유강남이 추신수를 태그 했다면 3아웃으로 쉽게 이닝이 끝나는 일.
그런데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졌다. 순간적으로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일까. 이미 죽은 '유령 주자' 한유섬이 2루로 귀루하자, 유강남이 그를 좇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용혁 3루심은 2루로 도망가는 한유섬을 가리킨 뒤 재차 2차례 아웃 콜을 줬다.
LG 포수 유강남(왼쪽)이 3루 베이스로 향하는 순간, 추신수(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이미 아웃이 선언된 한유섬(오른쪽)이 3루를 동시에 밟고 있다. /사진=뉴시스 |
LG 포수 유강남(왼쪽에서 두 번째)이 이미 아웃이 선언된 2루 주자 한유섬(오른쪽)을 태그 아웃시키려 하고 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용혁(오른쪽에서 두 번째) 3루심. /사진=뉴시스 |
양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홈 팀의 끝내기 승리를 기뻐하기라도 하듯 경기장 조명이 갑자기 꺼졌다. 류지현 LG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진과 이야기를 나눴으나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양 팀 팬들은 각자의 결과를 안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럼 9회말 도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날 1루심을 봤던 강광회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회 팀장을 통해 정확한 상황과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 팀장은 경기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저희 심판진은 (문보경이) 3루를 밟은 걸 정확히 봤다. 그래서 3루심이 한유섬은 아웃이라는 콜을 했다. 이어진 플레이서 3루심이 몇 차례 계속 아웃 콜을 했다. 그걸 (수비하는 LG 선수들이) 봤다면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했어야 하는데 본헤드성 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용혁 3루심은 긴박했던 그 순간에도, 아웃이라는 것을 계속 콜로 알리면서 자신의 책무를 다한 것이었다. 류 감독과 나눈 대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항의라기보다는 아쉬우니까 나와서 말씀하셨던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계속해서 강 팀장은 "일단 심판은 정확히 아웃 콜을 했다. 저희는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콜로 한다"면서 한유섬이 2루로 되돌아 간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까지 저희가 관여할 수는 없다. 심판이 (2루로 가는 아웃된 한유섬한테) '주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선수들끼리 알아서 하는 거다. 주자의 기만도, 심판의 콜 미스도 아니다. 심판은 명확하게 콜을 했다. 한유섬이 뒤로 가든지 말든지 아웃된 선수라 아무 상관이 없는 상황에서 (수비 측은) 무시하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끝내기 패배 후 아쉬워하는 LG 선수단. /사진=뉴시스 |
끝내기 승리 후 기뻐하는 SSG 선수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