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얻어낸 PK, 2번 연속 양보한 '용병 공격수'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5.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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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외국인 공격수 제리치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황현수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장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페널티킥(PK)은 항상 용병 선수들이 차려고 하죠."

팀에 확실한 전담 키커가 없는 한 PK는 대부분 공격수 몫이다. 특히 K리그는 외국인 공격수들이 많은 특성상 용병들이 PK를 차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선수의 팀내 비중이 크다 보니 국내 공격수들은 아무래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김건희(26·수원삼성)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는 "공격수라서 당연히 PK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항상 용병 선수들이 PK를 차려고 한다. 작년에도 내가 얻어낸 PK를 타가트가 차는 경우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나온 장면은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수원은 전반 37분 귀중한 PK를 얻어냈다. 외국인 공격수인 제리치(세르비아)가 황현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황현수 스스로 망연자실할 만큼 명백한 PK 장면이었다.

PK 선언 이후 처음 공을 품에 안은 건 제리치였다. 그런데 김건희가 제리치에게 다가가 PK를 차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자, 제리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공을 건넸다. 그리고는 김건희의 얼굴을 쳐주며 응원까지 해줬다. 용병 공격수로서는 아쉬운 기록(리그 4골)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이유가 있었다. 앞서 자신을 위해 팀 동료들이 PK를 양보해줬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는 "예전에 제리치가 골이 안 나고 힘들어하는 상황에 PK를 양보해달라고 했었다"고 했다.

실제 제리치는 이달 9일 전북현대전까지 12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칠 만큼 골 침묵이 길었다. 결국 12일 제주유나이티드전에서 이기제가 PK를 얻어내자, 제리치는 공을 직접 주워들더니 자신이 차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골 침묵이 길어지던 그를 위해 수원 선수들은 그에게 기회를 넘겼다.

당시 제리치의 '첫' PK는 골키퍼에 막혔다. 그는 머리를 감싸 쥐며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PK를 차기 전 골키퍼가 먼저 라인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 두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팀 동료들의 양보 덕분에 제리치는 오랜 골 침묵을 깼다.

제리치는 자신을 위한 팀 동료들의 배려를 잊지 않았다. 그는 19일 대구FC전에선 자신이 얻어낸 PK를 흔쾌히 김민우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슈퍼매치에서도 자신이 PK를 얻어냈지만, 골 욕심 대신 김건희에게 공을 흔쾌히 건넸다. '잘 나가고 있는' 수원의 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건희도 제리치가 만든 PK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보답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수원은 김민우와 민상기의 연속골을 더해 라이벌 서울을 3-0으로 완파했다. 무패행진은 8경기 연속(5승3무)으로 늘었고, 리그 순위도 2위로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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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치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수원삼성 김건희(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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